한국 예체능 고등학교 - 프롤로그
한국 예체능 고등학교프롤로그...
5월의 따스한 봄볕이 내리쬐는 교정 큰 운동장의 한켠 관람석을 대용하는 여느 학교에서나 있을법한 돌로
만들어진 계단...그 구석 한편에 비리비리한 모습으로 졸고 있는 한 남학생이 보인다. 피곤에 절었는지 아주 따스한 봄볕아래 잘도 자고 있는 우리의 주인공 혁이...왜 그는 거기 나와 있는 것일까?....
시간을 돌려 아침으로 돌아가 보자.
아침시간 등교준비에 여념이 없는 아이들...그런데 어수선한 게 꼭 시장 통 같다. 여느 집들보다 10배는 넘어 보이는 시끄러운 아이들...여느 때와 똑같은 한빛복지원의 모습이다. 부모 없는 아이들이 하늘 아래 한 건물에 모여 사는 한빛복지원 40여명의 아이들 중 맏형인 혁이와 아직 중학교에 다니는 9명의 어린이들이 등교준비에 목숨을 걸고 있다.
간절한 이유는 딱 하나 복지원에서는 모든 게 먼저 하는 게 장땡이다. 열악한 시설 때문에 가끔 끈기는 수도 그리고 깜빡 증이 심한 엄마 때문에 도시락을 못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전쟁의 한복판에서 병사들을 지휘하듯 동생들의 교통정리를 하고 있는 혁이를 보는 엄마의 눈에는 인자함이 한껏 묻어 나온다. 설거지를 하고 있는 엄마라 불리는 사람은 복지원의 원장 한 영숙...
젊었을 적 불임이란 사실 때문에 시집을 갔다가 쫓겨나 듯 이혼한 후...
아이들에 대한 애정...아님 가지지 못 해서 더 간절했는지.. 복지사 자격증을 따고 복지원을 연지 30년째... 그동안 많은 아이들을 남부럽지 않게 키워낸 그녀였지만 가는 세월에는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맏이 혁이 때문에 많은 도움과 위로를 받고 사는 엄마...전쟁 같은 아이들의 등교시간이 끝나고 늦었는지 혁이도 자신의 등교준비에 여념이 없다.
"엄마~~~~~~~~~도시락~~~~~~~~~~뭐야~~~~~~~~"
엄마의 깜박증은 언제나 혁이의 고통스런 절규로 이어진다.
"헉..내 정신 좀 봐 또 한개 모자라니?? 내가 도시락하나를 어디다 뒀다니...??"
"엄마도...그걸 제가 어찌 알아요?? 피~ 저 가요 늦었어여"
발걸음을 재촉하는 혁이다.
"혁아 잠깐만 여기 점심 값이라도...."
"엄마도 나 늦었어여 가서 애들 거 대충 뺏어먹으면 되요~ 저가요 엄마"
이내 엄마의 부름에도 모른 척 재빨리 복지원을 벗어나는 혁이였다. 안 그래도 빠듯한 집안 살림에 자신이 부담되는 게 싫은 혁이였다. 또 그걸 모를 리 없는 엄마의 눈에도 이내 이슬이 맺히는 거 같다.
이미 복지원을 떠나 입양이 되었어야 하는 나이도 넘은 혁이지만 밝고 쾌활한 성격에도 희한하게 그를 데려가는 양부모들이 없었다. 이내 아직까지 최고참으로 남아 복지원생활을 하는 자신을 알기에 더더욱 엄마에게 부담주기는 싫었다. 하여튼 그러한 이유로 혁이는 오늘점심도 이렇게 아이들을 피해 운동장에 나와 있다.
졸고 있는 혁이의 어깨에 닿는 손의 감촉...혁이는 본능적으로 누구인지 알아본다. 하긴 이 큰 학교에서 자신을 그렇게 부드러운 손길로 불러주는 건 소연누나뿐이다. 혁이와는 친 남매 같은 사이로 강남의 어느 작은 교회 목사님의 외동딸이다.
언제인가...자꾸 밀려나기만 하는 자신의 입양 차례 때문에 왠지 모를 반항심으로 가출을 감행한 적이 있었다. 혼자 살아보겠다는 어린나이에 치기 다행히...김 목사님에게 보살핌을 받게 된 걸 인연으로 자신에게 가족 같은 사랑을 전해주는 김 목사와 소연이었다.
어쩜 엄마가 일찍 돌아가신 소연이 혁이를 보며 동병상련을 느꼈을지도...이내 부드러운 음성이 이어진다.
"피식~아이구~우리 동생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 보니까 울 이모가 또 깜빡증이 돋으셨구나?"
"와우~누나는 귀신같이 어찌 알아?? 이래서 울 엄마보다 누나가 더 좋다니까^^"
매일 자신이 걱정돼 점심시간만 되면 운동장을 훑어본다는 걸아는 혁이였지만 이내 고마운 마음대신 애교를 부리는 혁이였다. 같은 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언제나 소연은 혁이의 보호자 같았다.
2살 차이였지만..그 마음은 어머니의 맘과 다름없을 정도로 애정을 주는 소연이었다. 혁이도 그런 소연을 친동생같이 따랐고 말이다.
"그럼 귀신이지~~~이뿌게 죽은 처녀귀신 으악~"
이내 하나도 무섭지 않은 표정으로 귀신흉내를 내는 하나..이내 하나도 안 놀랍다는 듯 놀려대는 혁이의 손을 잡고 학교매점으로 향한다.
"오늘은 이 아리따운 누나가 쏜다. 마음껏 먹어~"
"오호~목사님이 용돈 줬지?? 그렇지?? 음 오늘은 그럼 비싼 걸로 ~~~자 있어보자 난 이게 제일 좋더라~"
여느 때와 같이 값싼 라면하나를 집는 혁이였다.
"피! 또 그거야~ 너 솔직히 말해?? 그걸 미친 듯이 좋아하는 게 아니고 이 누나의 주머니를 못 믿는 거지??"
"흠흠..아니야, 난 세상에서 이 라면이 젤 조아~도시라(PPM 오노~)"
이내 포기했다는 듯 계산을 하는 하나였다. 큰 매점의 구석으로 간 소연과 혁이 오늘도 역시나 큰 학교인지라 매점이용객도 많았다. 그래도 운이 좋아 자리를 잡았지 꽉 차면 운동장에 가서 먹어야 하는 불상사도 가끔 생긴다. 그렇게 작은 탁자위에 오른 라면과 소연의 도시락 둘은 남들이 보면 진짜 남매로 생각할 만큼 즐겁고 다정하게 식사를 했다. 한시도 웃음이 떠나지 않는 둘의 얼굴이 그걸 대변해 주고 있었다.
오늘도 소연의 도시락반찬은 화려했다. 정갈하게 담겨진 김치와 예쁘게 구워진 햄 그리고 콩자반과 오징어포무침...그리 비싸보이지도 않지만 정갈하고 예쁘게 담겨진 모습을 보면 다른 여느 진해진미보다 먹음직했다.
"와~ 내가 젤 좋아하는 햄이다 ㅠ.ㅜ 햄~~~~~~~~~~~~~~~~~~~~~~~~~~~~~"
햄을 보자 미친 속도로 젓가락이 침입하더니 이내 입으로 옮겨진다.
"와 최고예요~ 음식도 잘해요~ 얼굴도 이뻐요~누가 데려갈지 정말 복덩이 데려가는 거야~"
익살스런 혁이의 아부에 이내 소연의 입가에도 미소가 걸린다.
"그럼 내가 좀 완벽해~ 내가 생각해도 그 사람은 로또 잡은 거야 로또~"
"풋~우하하하~~~"
"호호호~"
이내 그렇게 즐거운 식사시간이 끝나자 바쁜 듯 자리를 서둘러 정리하는 소연이었다
"오늘 실습 있거든..이 누나가 대학 가려면 내신도 준비해야잖니..가서 준비 좀 하려구^^"
"그래?? 잘해욧 우리누나~ 아이구~"
이내 소연이의 엉덩이를 토닥여주는 혁이였다. 애 달래듯이^^
"어쭈 이게 다 큰누나의 성숙하고 소중한 엉덩이를 너 죽는다ㅡㅡ "
귀엽게 째려보던 소연은 이내 웃음으로 인사를 대신하고 반으로 총총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혁이도 이내 소연의 모습이 사라지자 어딘가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혁이가 다니는 이 학교는 한국 현대 예체능고교...예술분야와 체육 분야의 엘리트를 길러내는 기라성 같은
학교이다. 한학기 수업료만 평균 300만원이 넘어가는 이 학교는 한국 최고의 예술체육분야 엘리트 양성을 기치로 국가의 엄청난 지원을 받는 특목고이다. 소수정예 엘리트교육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워낙에 많은 분야의 학생들이 모여 있다 보니 웬만한 대학캠퍼스보다 더 큰 웅장한 규모의 학교시설을 자랑한다.
무용 미술 음악으로 나뉘어 있는 예술 쪽만 보더라도 무용 1개 반 미술 3개 반 음악 4개 반 총 8학급 정원 20명의학생들이 있고 3년제이니 예술 쪽 학생들만 480여명에 더욱 규모가 크고 학생들도 많은 체육 분야까지 합치면 교직원까지 근 4000을 헤아리는 인원들이 모여 있는 학교이다.
거기다 각각의 실습실 또 체육관들까지 가지고 있고 수영장 기타 이외의 여러 시설까지 합치면 짐작도 하기 힘든 크기의 학교인 것만은 사실이다.
그래도 그나마 체육보다는 작은 학생들과 대부분 실내에서 연습할 수 있는 특성 때문인지 예술고는 한편에
비교적 아담한 크기로 자리 잡고 있다. 혁이가 향하는 곳은 동아리실 예체능목적고답게 여러 서클활동이
활성화 되어있는 학교는 여러 지원과 또한 동아리 활동을 성적에 반영시킬 만큼 장려하고 있다.
뭐 다만 혁이의 동아리는 작은 규모에 담당선생도 없는지라 동아리 리더의 주먹구구식 방침에 따르고 있지만.
입학 후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학급친구들이 동아리를 찾아다니며 구경할 때...왠지 모를 자격지심으로 인해
가장 구성원이 작은 동아리를 찾는다고 찾은 동아리가 바로 가요동아리 "악"이다.
이름도 웃기던 "악"동아리 그렇게 어렵게 지원서를 들고 어렵게 찾아간 동아리실은 예술고 운동장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체육도구창고였고 그 안에도 음향장비는 물론 그 흔한 탁자도 없어 매트에 대충 걸터앉아 있던 4명의 여인들....
이내 생각지 못했던 어수룩한 남자아이의 등장에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더니 이내 자신들끼리 환호성을 질러대던 그녀들...그게 동아리생활의 시작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라이벌동아리 "울림"의 리더가 이사장의 손녀인 관계로 이런 처지에까지 처박혀 있었다. 왜인지 모르지만 우리 동아리 리더 하경누나와 사이가 많이 나쁘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땐... 혁이는 자신의 선택에 후회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던 그는 이내 상황을 받아드리기로 했다. 어찌 보면 자신도 학교 내에서 이방인 같은 존재...집안형편과 고아라는 사실이 알려지고 난 후로 친구는 제대로 사귈 수도 없었던 혁이는 그래도 자신을 반겨 주는 그녀들의 존재가 나쁘지만은 않았다.
총인원 5명 3학년 리더 김 하경과 2학년 부 리더 이 예지 그리고 일반 동아리회원 2학년 조 은영과 김 아리 그리고 자신까지 그렇게 조촐한 동아리 "악"은 돌아가고 있었다.
뭐 나름 하경의 괴팍한 성격 때문에 고생은 하고 있지만 말이다. 처음 들어오자 배운 건 노래하는 방법이나 잘 하는 법이 아닌 선배모시기...1학년 신입부원이 혁이 하나인 관계로 인해 모든 궂은일은 혁이가 맡아했다.
점심시간과 방과 후 가장 먼저 도착해 그 더러운 체육도구실 정리를 하는 것도 혁이 앉을자리 만드는 것도
혁이 신곡 가사와 악보구해 오는 것도 혁이 그리고 음향시설이 없는 관계로 가끔 가는 노래방을 잡고 예약하는 것도 혁이 모든 건 혁이의 손을 거쳐야 이루어지고 돌아갔다.
그렇게 3개월째 어느 정도 그 생활에 적응해 가고 있는 혁이였다.
'휴~걱정했는데 먼저 도착해서 다행이다.'
도착한 창고엔 다행히 선배들이 없었다. 그렇게 재빠르게 창고정리를 시작하는 혁이 늦으면 언제 또 하경의 하이킥이 날아올지 몰랐다. 남자답고 털털한 하경 그 성격에 맞게 항상 후배를 사랑하는 마음을 구타로 표현하는 하경 이였다. 여자가 때리는데 얼마나 아플쏘냐??물어오는 독자들에게 혁이는 한마디를 전한다.
"안 맞아 봤으면 말을 하지 마라~"
그렇게 대충 부실의 정리가 끝나자 그제야 나타나주는 센스를 발휘한 2학년 3총사 타이밍이 아주 그냥 죽여준다. 부 리더인 예지가 함 훑어보더니 이내 잘했다는 표정으로 그저 웃음한번 날려주더니 자신의 자리를 찾아 앉는다. 그리고 수줍음이 많고 낯을 많이 가리는 은영도 평소 헛소리를 잘해 5차원 소녀로 통하는 아리도 자신의 자리를 찾아 앉는다. 그리고 등장한 동아리 "악"의 히로인 하경~역시 등장하자마자 터프한 인사를 날리는 하경이 부실로 들어왔다.
"어이~시다바리~신입생 좋아~행동이 빠릿빠릿해서 아주 굿이야~"
짐짓 부지런한 혁이를 표창이라도 하듯 칭찬하고는 매트에 퍼질러 누워버리는 하경이었다.
남자다운 하경의 등쌀에 이지적이고 침착하지만 그 성격 탓에 쉽사리 다가가지 못했던 예지 그리고 수줍음을 많이 탄다고 알려졌지만 친해지면 하경의 행동 대장 격으로 행동해대는 은영과 항시 엉뚱한 일로 웃음을 연발시키는 아리 속에서 3개월을 버티며 적응을 한 혁이는 이내 자신의 자리인 높이뛰기기구 옆 구석으로 찌그러진다.
3개월의 활동기간동안 혁이가 할 수 있었던 말은 "예" 토를 달아도 날아오는 주먹 거부를 해도 날아오는 다리 속에 터득한 방법은 무조건 긍정하고 무조건 찌그러져 있으면 된다는 것이었다.
오늘도 역시나 별 말이 없는 부실...어느새 잠들어 버린 하경과 부실까지 와서 실습을 하는지 악보를 쳐다
보는 예지 그리고 원래 말이 별로 없는 은영 그리고 혼자 외계인과 대화를 하는 아리까지 소통도 없고 별
교류도 없는 부실의 적막은 점심시간의 끝을 알리는 예비종과 함께 끝나갔다. 그렇게 한 것도 없이 다시 각자의 학급으로 돌아가는 그들 ...혁이는 항상 의문이었다. 이럴 거 왜 모이는지 말이다. 뭐 가끔은 여자들끼리 좋다고 수다를 떨기도 하지만 2일에 하루 꼴로 이러고 헤어지는 그들이었다.
가장먼저 부실을 나서던 하경이 한마디 툭 던졌다.
"음 오늘 오후에는 오랜만에 노래방이나 가서 목 풀자 다들 빠지지말고 부실로 집합해 끝나면..."
"오호~하경언니 용돈탔구나~음 노래방에 음료수 추가?"
쾌활하게 하경에게 바로 아부 들어가시는 아리였다.
"예지야 동아리 지원비 얼마나 남았니?"
"아이고~ 리더님아~ 지금이 5월 20일 이요~ 그렇게 다니고 남았을 거 같아? 언니도 참 대단하다 ㅡ.ㅡ"
"아 그런가??"
예지의 말에 머리를 긁적이던 하경 이내 웃는 얼굴로 동아리부원들에게 자연스레 애기한다.
"좋다 오늘은 더치페이다~"
"헉!!"
어쩐지 출발이 좋다 했다. 언제나 20일이 되기도 전에 안 그래도 쥐꼬리만 해서 인지 학교에서 나오는 동아리지원비는 떨어졌다. 뭐 노래방 2~3번가면 떨어질 액수이기도 했고 그래서 뭐 부실에 제대로 된 물건이 없기도 했다.
그렇게 부실에서 헤어지고 난 후에 반으로 향하는 혁이는 고뇌가 깊어지기 시작했다. 빠질 궁리를 하는 중이였다. 혁이에게 더치페이는 아주 죽을 맛이다. 안 그래도 복지원에서 용돈도 받지 않는 혁이였다. 엄마는 항상 챙겨주려 하지만 동생들 챙기는데도 빡빡한 예산에서 자신의 용돈마저 뺏어오기는 쉽지 않았고 또한 엄마에게 부담 주는 게 싫었던 혁이였기 때문에...
그래서 매번 이렇게 동아리지원비가 떨어질 때 쯤 공포에 시간들을 보내는 혁이... 물론 혁이의 재능을 알아 본 목사님의 지원으로 학비는 물론 통학비용까지 지원을 받는 혁이였지만 용돈까지 얘기할 염치는 없는 혁이였다.
그래도 가끔 소연이 자신의 용돈을 아껴 호주머니에 찔러주는 돈으로 그나마 생활을 해나가는 혁이였다.
아르바이트를 구하기도 만만치 않았기에 항상 궁핍한 생활을 하는 혁이 ㅠ.ㅜ 하여튼 그게 문제가 아니고 빠져나갈 궁리를 해야만 하는 혁이였다.
그렇게 이후 이어진 전공과목 수업시간까지 내내 고민에 휩싸인 혁이였다
'엄마핑계는 저번에 댔고 동생핑계도 저 저번에 댔고 제사핑계는 그 전번에 댔고..이번엔 뭘 대야지 ...'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해답이 떠오르지 않는 혁이였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벌써 마지막 시간도 끝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