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香氣) - Renewal - 5부
비가 오고 있었다. 언제부터 내렸는지 밖에서는 천지가 울릴 듯 한 천둥소리를 사정없이 질러대며 긴급 뉴스 속보로 폭우 주위보가 내릴만한 굵은 빗줄기들이 쉼 없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비가 또 내리나 보다. 아직 장마 시즌도 아니건만 이 놈의 날씨는 도무지 계절로서의 정체성이 없다. 시즌도 못 맞추고 이렇게 아무 때나 지 멋대로 비를 퍼부어 대는 거 보면..
우르르~쾅~!!
근데 은근히 무섭다. 천지가 울리는 듯 한 웅장한 소리가 머리속까지 울리는 것 같다.
어렸을 적부터 나는 천둥을 무서워했다. 천둥이 한번 치면 온 몸이 흔들리는 게 마치 세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어 옛날에는 어린 마음에 지구 멸망설 까지 생각하며 오들오들 떨 때도 많았다,
그때면 언제나 나는 엄마에게로 달려갔고 엄마는 자다 일어난 와중에도 싫어하는 기색 하나 없이 기다렸다는 듯이 날 반겨주며 꼭 안아주셨다. 그리고는 소곤소곤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 주셨다. 그렇게 엄마 품에 안겨 이야기를 듣다 보면 무서운 것도 잊어 버리고 나도 몰래 잠이 들어버리곤 했다. 엄마의 품은 나에게 최고의 안식처였고 영원한 마음의 침대 였다.
그러나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언제부턴가 나는 천둥을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다 커서였는지 엄마가 없단 걸 알았기에 견뎌내기로 한건지..
쿠르릉....쾅쾅쾅!!
요란하게도 울린다.. 저러다 지진 나겠다...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자겠잖아..가뜩이나 마음도 심란해서 잠도 안 와 죽겠는데.. 안 그래도 바람 불어 요동치는 호수에 아주 짱돌을 던지는 구나..
더운 와중에도 마치 당장이라도 허물을 벗고 날아갈 번데기 처럼 이불을 똘똘똘 말아 침대 위를 구르던 나는 이내 자는 것을 포기하고 몸을 일으켰다.
어차피 내일 학교도 안가니까.. 근데 이 오 밤중에 잠 안자고 할 게 있나?? 컴퓨터?? 아냐..비오는 날 컴터 하다가 날라 가면 어째..그거 수리 할라면 돈이 얼만데.. 공부?? 맨날 하는 공부 꼭 오밤중에 까지 할 필요는 없지.. 독서?? 아..난 책만 보면 멀미나서 안돼...이렇게 할 게 없나??
순간 내 머리 속을 번뜩이며 지나가는 하나의 과제!!
그래...빨래나 하자...남은 빨래나 하면서 밤을 지새워 보자..시간 남으면 청소도 하고..
내가 뭐 그렇지...
그렇게 내려온 1층도 상황이 크게 다르진 않았다. 조용한 거실에는 세찬 빗방울이 온몸을 부딪혀오는 소리만이 가득 했고 더 없이 고요한 정적만 흐르고 있었다. 괜시리 무서운 마음이 들어 불을 킬까 했지만 밖에 비추는 가로등만으로도 시야의 밝기는 충분했기에 그냥 조심스러운 움직임으로 나는 화장실로 걸음을 옮겨갔다.
우르릉..쾅쾅쾅!!
아주 하늘이 제대로 미쳤나보다 ..저 하늘에서 락을 연주를 한다면 이런 느낌일까 싶을 정도로 요란한 소리가 가득 사방을 뒤덮어왔다.
그때였다. 순간 방금 지나간 천둥소리와는 명백하게 스타일이 다른 무언가 인위적인 소리의 대표 주자인 쿵 소리가 거실에 울려 퍼져왔다.
뭐냐?? 이 쌩뚱 맞은 소리는?? 누가 있나?? 혹시.. 도둑??
혹시 도둑일지도 모른 생각이 들자 온몸이 움츠러들며 단번에 긴장감이 치솟았다. 요즘에 살기가 힘들어져서 강도가 많아졌다더니.. 여기도 온 건가??
나는 현관에 도둑 퇴치용으로 마련해둔 야구 배트를 들어갔다. 다시 한번 귀를 기울여 보지만 아까의 소리가 거짓말이 었던 것처럼 거실에는 그저 거센 빗소리만 들려올뿐이었다.
잘 못 들었나 싶어 그냥 위로 올라갈까 했지만 역시 확인은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평소에는 잘 나오지도 않는 용기라는 두 글자를 겨우 끄집어내며 조심조심 걸음을 옮기며 거실의 쇼파 쪽으로 향했다. 한 발짝 한 발짝 움직일때 마다 무언가 튀어나올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에 입안이 바짝바짝 말라왔다. 그리고 순간 쇼파 쪽에서 부스럭 거리며 인기척이 났다. 그 소리에 나는 다시 한 번 잔뜩 어깨를 움츠리며 긴장해 갔다. 정말 도둑인가??
<누...누구세요?? 도둑이면 밤에 일하시느라 힘드실텐데 그냥 가세요..이집에 무서운 아줌마가 있거든요??걸리면 죽어요..아마 뼈도 못 추릴걸요?? 치료비는 못 드리니까 험한 꼴 보기전에 그냥 가시는게 좋아요..>
참 대단한 협상 제안이었다. 이 말을 들은 도둑이 자기를 놀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오히려 화가 나서 나를 덮쳐올 만큼 말이다.
이렇게 말하면 도둑이 갈까?? 내가 생각해도 한심한 말이었다. 하지만 내 입장에선 최대한의 용기를 끌어 모아 뱉은 말이었다. 평범한 고등학생이 칼 들고 설치는 도둑하고 맞짱 뜨기 쉬운 줄 아나?? 웬만한 강심장 아니면 힘들다.
하지만 역시 예상했던 대로 대답은 없다. 협상 실패였다. 젠장...혹시나 하는 두려움으로 심장이 벌렁벌렁 뛰어 온다. 다시금 용기를 낸 나는 배트를 잡은 두 손에 힘을 주며 천천히 소리가 난 방향으로 다가갔다. 긴장 때문인지 이마를 타고 식은 땀 한방울이 또르르 흘러 내렸다.
순간 번쩍하고 거실에 불을 켠 건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로 환한 빛이 거실 안을 가득 채워갔다. 예상대로 누가 있었는지 그 불빛 아래 하나의 인영이 훤희 모습을 드러내왔다. 너무나 익숙한 얼굴을 한 인영이..
우르릉..쾅쾅쾅!! 쿠르릉..쾅쾅!!
<꺄악~~~~>
<으악~~~~>
마치 연주라도 하듯 뒤이어 터진 우레와 같은 천둥소리와 함께 온 거실 가득 끝을 모르는 비명소리가 울려 퍼져 왔다. 그 갑작스런 비명에 놀란 나도 있는 데로 비명을 질러댔다.
그리고 쇼파 위에서 나를 향해 째질 듯 한 비명을 지르며 덮쳐오는 인영에 나는 어찌 할 바를 모르고 내 품에 안아가며 무게에 못 이겨 뒤로 쓰러져갔다.
그대로 쿵하고 내 머리가 바닥에 닿으며 둔탁한 충격음이 울렸다. 뒤이어 뒷통수에서 전해지는 찌르르한 통증에 절로 인상이 찌그러져갔다. 제대로 박혔다. 뇌진탕이 아닌 게 신기할 정도로 골 때린 진동과 함께 수반되어 오는 통증에 한참을 허덕이던 나는 한참 후에야 겨우 고개를 들어갔다. 내 통증의 원인 제공자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내 몸 위에서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꿈쩍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일어나...>
대답이 없다..바로 옆에서 말한 거니 못 들은건 아닐거다. 듣고도 안하는 거지.
<일어나...>
역시 이번에도 대답은 없다. 이번에도 못 들은 척 미동도 하지 않았다. 무겁다구 이 여자야..
<쪽팔린건 알겠는데 이제 그만 좀 일어나지?? 무겁거든??누나??>
<눈치... 챘냐??하하...>
숨바꼭질 하다 들키면 이런 얼굴을 할까?? 내 가슴팍에 턱을 괴며 고개를 든 누나가 빼꼼이 어린아이처럼 나를 바라봐왔다. 갑작스런 이 상황이 민망한지 얼굴 가득 어색한 웃음을 지은 채..
모든 빛이 사라진 것 같은 칠흙 같이 어두운 밤. 몇개의 양초만이 은은하게 빛을 내는 거실에서 나는 누나에게 방금 탄 따뜻한 커피를 건네 갔다.
<자..여기 커피..뜨거우니까 천천히 마셔...>
<땡큐...근데 불은 완전히 나간거야??>
<어..이 일대 모두 정전인가봐..>
아까의 엄청난 천둥의 영향인지 나가버린 전기는 아무리 내가 두꺼비집을 올리며 용을 써봐도 돌아 올 줄 몰랐다. 창밖의 가로등도 나간걸 보니 이 지역 전체가 전기가 나가버린 모양이었다.
언제 불이 들어 올 줄 몰랐기에 우리는 부모님 방에 장식품으로 놓여있던 양초를 꺼내 거실을 밝혀갔다. 그리 수가 많은 건 아니었기에 쇼파에 앉아 있는 우리를 밝혀주는 것이 다였지만 키고 보니 그리 나쁘지 만은 않은 것 같았다. 아니 오히려 은은한 빛이 주위를 맴도는게 고급스러운 분위기랄까... 와인이라도 있으면 따서 먹고 싶을 정도로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피어나왔다.
<그건 그렇고..거실엔 왜 나와 있던 거야??>
<어??그냥..잠도 안 오고 해서...맥주나 한잔하려고 나왔지..>
누나의 말에 주위를 둘러보니 방금 전까지 먹고 있었던 듯 맥주 두 캔이 탁자 앞에 나란히 놓여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밤늦게 깡술이라.. 이 여자 답다고 해야하나.. 새삼 놀랄 건 없었다. 언제나 일하다가 힘들 때면 틈틈이 거실에 나와 술을 먹곤 했으니까..
<넌?? 왜 내려 왔냐??안자고..>
<나도 그냥...잠이 안와서...>
<잠이 안온다고 해도 니가 나처럼 술 마실 것도 아니고..내려 올 이윤 없잖아..>
<그...그냥...화장실 좀 갈려고...>
차마 너무 할게 없어서 빨래나 하려고 나왔다는 얘기는 못하겠다. 놀릴게 뻔하니까..
<할 거 없어서 화장실가서 빨래 할려던 건 아니고??>
정곡을 찔러오는 누나의 말에 몸이 멈칫 해온다. 농담으로 한말인지 얼굴엔 장난스런 웃음이 걸려있지만 당사자인 나로서는 순간 바늘에 갑자기 찔린 것 마냥 뜨끔했다.
<누..누가 이 늦은 시간에 빨래를 해..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하하..>
<그렇긴 하다...아무리 너라도 할 게 없다고 이 늦은 시간에 빨래 할 만큼 정신 나간 놈은 아니니까..>
<하하..그렇지..내가 정신 나간 놈도 아니고...>
웃고 있지만 웃는 게 아니다...젠장.. 나는 정말 정신 나간 놈인가??
<불...언제 들어 올려나??>
<글쎄..쉽게 들어 올 것 같진 않은데... 이 근처 다 나간거 보니까.. 한동안 안 들어 올 것 같아..>
불이 나갔으니 나는 뭘 해야 하나.. 생각해 놨던 빨래는 불도 불이지만 누나가 저렇게 있으니 정신 나간 놈 취급 까지 받으면서 할 순 없었다..아무래도 다시 올라가 봐야겠다. 여기서 누나랑 있어봤자 할 얘기도 없고 괜히 아까 일 때문에 뻘쭘한 기분도 들고..
<누난 더 있을거야??>
<어.. 왜?? 가게??>
<어...그냥 올라가 있게...여기서 할 것도 없고..>
<그냥.. 심심한데 얘기나 하다 가라...불 들어 올 때 까지만..>
<아냐...언제 들어올 줄 알고..거기다 누나 아까 내일 일 나간다 그랬잖아.. 아침 일찍 나가야할텐데...일찍 자야지..그냥 자자..>
<내가 잠이 안와서 그래...그러니까 잠깐만 있다가 가라...>
뭐지??천하의 한여사 답지 않게 약간 안절부절하는 모습은?? 그리고 동시에 누나의 그 어울리지 않은 모습에 나의 기억 속에 뭔가 떠올라 왔다. 설마..
<누나...혹시...또 천둥칠까봐 무서워서 그래??>
<뭐?? 야..내..내가 애냐?? 그런 거 무서워하게...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 천하의 한지연이??..말이 돼는 소릴 해라..>
말도 안 된다는 듯 누나가 손을 내저어왔지만 어딘가 모르게 어색해 보이는 몸짓에 나는 속으로 묘한 웃음을 흘렸다. 말이 된다... 지금 당신 표정 보니까 더한 확신이 든다. 무섭나 보네..저 여자..
<그래??난 또 혹시 천둥 치는거 무서워서 그런 줄 알았지.. 아님 말고.. 난 그냥 올라가 볼게..>
<야..그냥 좀만 있다가 가라..>
이번엔 누나답지 않게 살짝 애교 섞인 목소리까지 섞어가며 말해왔다. 그 모습이 누나답지 않게 귀여워 보여 나는 하마터면 고개를 끄덕이며 앉을 뻔 한걸 겨우 참아갔다.
<왜??>
<그...그냥...>
창피해서 말은 못하겠고..그렇다고 혼자 있자니 무섭고.. 그 두가지 선택지 중에서 흔들리고 있는듯 누나의 모습엔 고민의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그냥 솔직히 말하지 버팅기기는..자존심은 세가지고..
<그러니까 그냥 왜..??>
능청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반문하는 나. 어쩐지 재미있다. 맨날 골탕만 먹고 놀림만 받다가 이렇게 받아치니까.. 내가 올라가 버리면 어떡하나 하고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며 대답도 못 하고 있는 걸 보고 있을려니까 막 웃음이 터질려고 한다. 안돼..참자.. 그래도 너무 웃긴다~ 그러고 보면 나도 참 나쁜 놈인가 보다.
<할 말 없으면 나 간다...>
그렇게 누나에게 나는 다시 한 번 등을 돌려갔다. 이제 들릴 때가 됐는데..
하나.둘.셋!!
<무..무서워서 그런다!! 막 번개치고 천둥치고 하는 게 무서워서 그런다!! 이제 됐냐??>
<그래?? 그럼 진작 말하지..난 꿈에도 몰랐지~~~>
드디어 말했다. 저 막무가내 아줌마에게 드디어 한방 먹였다. 하하하!! 저 분해하는 표정 봐라.. 얼굴이 일그러져 있는게 저거 보고 있으니까 막 춤까지 추고 싶어진다. 와 이리 좋노~~와 이리 좋노~~ 근데...저 아줌마 주먹은 왜 쥐지??
퍽!!
옆통수에 작렬하는 강렬한 훅!! 머리 한 귀퉁이가 날라가는건 아닐까 하는 강한 충격에 나는 머리를 쥐어 싸며 고개를 숙였다. 오늘 하루 진짜 머리가 고생이다. 몇 대를 맞는지 모르겠다. 제발 다른 부위도 골고루 좀 때려라.
<이게.. 요즘 내가 성질 좀 죽이고 살았더니 옆집 뒷산인 줄 알고 막 기어 오르네.. 어쭈..이게 맞고도 웃네...그래 한대 더 맞고도 그렇게 웃음이 나오나 보자..어금니 꽉 깨물어라..이번엔 턱이다..>
권투 만화의 주인공들이나 할 듯 한 멋진 자세로 누나가 어퍼컷을 날려 올 준비를 취해오자 나는 더 이상 웃음을 흘릴 수가 없었다. 저거 한방 맞으면 몇 일 동안 밥 못 먹는다.. 아직 젊은 나였기에 목숨 걸고 장난 치고 싶진 않았다.
<알았어..알았어!!..그만...그만..미안...잘못했어..>
내 항복이 먹혔는지 누나는 그제 서야 주먹을 내리며 자세를 풀었다.
<아오,,,무슨 여자가 그렇게 주먹이 쎄냐.. 권투해도 되겠다...>
<몰랐냐?? 나 권투 했었잖아..그냥 운동 삼아서 한 거 였는데 그때 관장님이 나보고 프로로 전향할 생각 없냐고 하기도 했었어.. 주먹에 힘이 있다나?? 관장님이 막 쫓아 다니기까지 하면서 권유했는데 싫다고 했어.. 귀찮아서..>
이 여자의 잠재력은 대체 어디까지일까?? 스카웃 제의까지 받다니.. 알수록 신기한 여자다. 그나저나 그래서 인가?? 내가 아무리 막거나 피해 볼려고 해도 온몸으로 막는 거 외에는 방법이 없었던 건?? 난 또 내가 엄청 약해서 여자한테 까지 맞는구나 하고 자책하고 있었는데.. 내가 약한 게 아니라 누나가 엄청 쎈 거 였구나.. 괜히 자책했다. 그래!! 나는 약한게 아니었어!! 크하하하....근데 그래도 슬프다...맞고 사는 인생..
<근데..누나..그거 없어지지 않았어?? 천둥 무서워 하는거...>
<응??아... 한동안 안 해서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오늘은 좀 그러네..>
어렸을 적부터 누나도 나처럼 천둥을 무서워했다. 귀신이 나타나도 맞짱 뜰 것 같은 인간이 그랬다고는 지금으로서는 전혀 상상이 안가지만 천둥치는 날이면 언제나 나와 엄마의 옆자리를 두고 배틀을 뜰 정도로 누나의 천둥소리 공포증은 심했다. 그 공포증은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도 그리고 졸업해서도 계속 됐고 영원히 고쳐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역시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얼마안가 누나의 공포증은 자취를 감췄다. 아마도 이제 더 이상 그런 천둥소리에 겁을 집어 먹을 수는 없다는 생각 에서였을 것이다. 이제 이집에 가장은 누나였으니까.. 어리게만 느껴졌던 누나는 점점 강해져 갔고 말괄량이처럼 느껴졌던 모습은 사라지고 성숙한 누나의 모습만이 남아갔다. 그렇게 누나는 점점 어른이 되어갔다. 어른이 좋은 어른이 아니라는게 좀 그렇지..성격 뭐 같은 어른...
나는 조용히 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난 커피를 그다지 좋아 하지 않는다. 한 번 마시고 나면 입에 달짝지근한 맛과 씁쓸한 맛이 오래 베어 있는 것 같아 찝찝한 느낌이 들어 마시는 걸 꺼려하는 편이었다. 가끔씩 마시면 다이어트나 당뇨 예방에 좋다는 걸 듣긴 한 것 같지만 역시 내 취향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이순간의 커피는 평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코를 타고 흘러들어오는 은은한 향을 맡고 있자니 왠지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것 같았다. 쓴 맛은 싫었지만 이렇게 마음을 풀어주는 커피 향은 질리지가 않을 만큼 좋은 느낌이다.
<기억나냐?? 우리 어렸을 때...비오는 날..>
정적 속에서 누나가 뭔가 떠오른 듯 기억을 더듬듯 한 표정으로 나지막히 입을 열어갔다.
<응?? 비오는 날??>
<응...비만 오면 그때마다 너랑 나랑 무섭다고 엄마한테 갔었잖아..>
<아..그거?? 그때마다 우리 맨날 싸웠잖아.. 누가 엄마 옆자리 차지하나...히히>
기억 난다.. 엄마를 사이에 두고 내 엄마야!! 니 엄마는 무슨!! 내 엄마야!! 라고 소리치며 엄마 쟁탈전을 벌였던 것.. 어찌나 치열했던지 그러다가 엄마 옷까지 찢어 먹은 적도 있었다.
<맞어..서로 지 엄마라고 유치하게 싸우기나 했지..크크>
<아!! 그것도 기억나??..우리가 그렇게 엄마 두고 싸우고 있으면 옆에 누워 있던 아빠가 꼭 한마디씩 하고 건너 방으로 건너갔었잖아..크크>
<아!! 맞아맞아!!! 생각난다..>
(세상에서 제일 나쁜 놈이 뭔 줄 알아?? 남의 밥 그릇 탐내는 놈이랑 남의 마누라 탐내는 놈들이야.. 으이구...천하에 나쁜 놈들..니 들도 나중에 애나서 똑같이 당해 봐라!!)
<하하하~~>
<크크크~~>
동시에 합창하듯 말한 우리는 말하고도 웃겼는지 한참을 배를 잡고 웃어댔다.
잊을 수가 없다. 부부 침실에 침입한 우리가 얄밉다는 듯 소리치는 아버지의 목소리를.. 물론 진심으로 우리에게 화났던 건 아니란 걸 안다. 아버지가 그렇게 옹졸한 분은 아니시니까.. 그래도 그때의 아빠 표정을 생각하면 안 웃을 수가 없다. 항상 부드럽고 점잖던 아버지가 애들처럼 그렇게 뾰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그런 말을 한 걸.. 그러고 보면 우리 아버지도 상당히 귀여운 구석이 있으셨던 것 같다...
<하하..웃겨 죽겠다...그때 아빠 표정 너무 웃겼어..>
<응..무슨 장난감 뺏긴 애도 아니고.. 삐진 표정한게....크크>
뭐가 그리 우스운 건지 우리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연신 킥킥 거렸다. 비가 억수같이 오는 어두운 밤 불까지 꺼져 암흑만 가득한 집안에서 촛불 두 개키고 미친 사람 마냥 실실거리는 우리의 모습을 누가 봤다면 아마도 바로 비명을 지르고 뛰쳐나갈 만한 모습이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오랜만에 떠올려보는 부모님의 즐거운 추억은 그런 것들에 신경 쓸 만큼 가볍지 않았으니까..
<하하...하도 웃었더니 배까지 아프다...하아>
나도 마찬가지다. 배 한쪽에 바늘이 들어간 듯 쿡쿡 찌르는 느낌이다. 너무 웃어서..
웃다 지쳤는지 누나 역시 옆에서 숨을 몰아쉬며 호흡을 골랐다. 어느새 눈물까지 흘렸는지 살짝 올라간 눈가를 살짝 닦아갔다. 그렇게 한동안을 웃음으로 거칠어진 호흡을 진정시키던 중 문뜩 머릿속을 스쳐가는 생각에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분위기가 좋았다. 이때 말해야 한다.
<저기...누나.. 아까...일은 미안해..>
<응??>
<아까..그 키....키스....미안해...>
<아~~그거?? 신경 쓰지마..동생이랑 한건데 뭐..내가 하라고 한 것도 있고...>
뭐지?? 이 누나답지 않은 맥없는 반응은?? 너무나도 쉽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손을 내젓는 누나의 모습에 살짝 놀랐지만 맘이 불편한 나로서는 다시한번 사과해갔다.
<그래도..누나 그거 때문에 화난 거 아니었어??>
<화?? 아냐.. 그런 거.. 내가 그런 거 때문에 화낼 만큼 쪼잔 한 것도 아니고..그리고 내가 화났으면 널 가만히 냅뒀겠냐?? 반 죽여놨지..>
하긴 그렇다. 저 인간이 뭐 하나를 맘속에 두고 꽁해 있을 인간도 아니고...저 말대로 진짜 화가 났었으면 난 여기 앉아 있지도 못했을 거다. 좀 거칠고 과격하지만 솔직하고 뒤끝 없는 것. 어디하나 예쁜 구석이 없는 저 인간이었지만 그나마 그거 하나는 좋아한다.
그래..그럼 이건 넘어가고..아까부터 자꾸 내 신경을 건드렸던 말 한마디..
<저기...누나...나 물어볼게 있는데..>
<응?? 뭔데??>
<저기...>
<뭐야?? 뭘 물어볼 라고 이렇게 뜸을 들여..>
<그게.....그렇게 엉망 이었어??>
<뭐가??>
<그거...키..키스..한거..>
<아!! 그거?? 크크...그 말 신경 쓰고 있었던 거냐?? 내가 더럽게 못한다고 한거??>
<아니!!...그냥.. 궁금해서...>
솔직히 더럽게 궁금하다. 남자란 동물이 의외로 한심해서 그런 이상한 거에 신경을 쓴다,
애인이랑 키스를 하고 나서도 얘가 나 때문에 좋았나 나빴나. 내가 잘했나 못했나..그런거..
애인은 없지만 나 역시도 남자고 기왕이면 잘하는 축에 끼고 싶다. 그리고 어땠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글쎄다~~>
뭔가 생각하 듯 애매모한 대답을 하며 누나가 말끝을 흐린다. 그 얼굴에는 무슨 건수라도 잡은 능글맞은 악동 같은 미소가 걸려있었다.
<어..어땠는데??>
별거 아닌데 왠지 모르게 긴장되네...
<음...안 알려줄란다! 지금 말하면 재미없잖아~>
<뭐야... 그게...그냥 잘했나 못했나 그것만 말해주면 되는데..>
<알려주기 싫다.. 재밌잖아.. 이거 때문에 계속 신경 쓸 너 생각하면..크크크>
역시 이 인간답다... 남의 약점을 지 즐거움으로 승화 시키려 하다니..
<됐네요!! 나도 일 없네요!!>
<그래 그럼~~ 그냥 알려 줄라고 했는데..어쩔수 없지..>
<진짜??>
<물론 뻥이지~~ 이런 좋은 건수를 쉬이 내보낼 수 없지. 그건 한지연이 아니지!!>
그럼 그렇지...당신이 그러면 우리 누나가 아니지....이거 두고두고 또 놀려 먹겠 생겼다.. 이번건 한 3개월 치는 될 것 같은데.. 그때마다 어떻게 견딜지.. 생각만 해도 한숨이 나온다.
그렇게 장난스런 대화가 끝나자 한동안 거실에는 또 다시 적막만이 감돌았다. 여전히 비가 내리는지 귀를 기울이면 들려오는 건 자그마한 물방울들이 여기저기 온몸을 부딪혀 흩어지는 소리 뿐이다. 나가버린 불은 어디 멀리 갔는지 들어 올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시간이 오래됐는지 어느새 양초는 다 타서 원래 몸뚱이의 반밖에 남지 않았다.
<보고 싶지 않아?? 엄마..아빠...>
아까와는 다른 누나의 차분한 음성이 정적을 깨왔다.
<응?? 음...보고야 싶지..나두..>
<엄마. 아빠가 살아 계셨으면...우린 아마 또 아빠 쫓아내고 지금 엄마 옆에 있었을 꺼야??>
<훗...모르지..지금은 다 컸으니까...누나나 나나... 한 침대에 세 명이 들어가긴 좀 힘들지 않을까??아빠는 그렇다 쳐도 말야..크크>
<그런가??...그렇게 커버렸나...우리가...>
<그지..엄마 아빠 돌아가신지 5년이니까....>
<그래...5년...오래됐네...>
<그지..오래 됐지...>
지나간 시간들이 아쉬운 듯 누나는 가볍게 한숨을 쉬어갔다. 살짝 멍하게 허공을 응시하는 누나의 옆 얼굴이 은은한 불빛 아래 비춰온다. 유명한 장인이 빚은 듯 한 아름다운 콧날과 화장을 지웠음에도 불구하고 바짝 올라간 길고 고운 속눈썹. 소담스럽게 나온 고운 입술이 가슴이 떨려 올 정도로 아름다워 보인다.
<가끔씩...궁금해...내가 엄마 아빠한테 좋은 딸이었는지..어땠는지..내가 지금까지 엄마 아빠 몫까지 잘하고 있는지.. 난 잘 모르겠거든...>
쇼파 위로 세운 무릎에 턱을 괴며 한마디 한마디 조용히 내뱉는 누나의 얼굴에는 아까의 장난기 가득한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부모님의 돌아가실 때 내 나이 13살 이었다. 혼자서 무얼 생각하기도 힘들었고 누굴 어떻다고 판단 할 수?없는 나이였다. 그런 것까지 생각하기엔 나는 너무 어렸다. 부모님이 누나를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모른다. 물론 사랑은 하셨을 것이다. 하지만 자랑스럽게 여기셨을 거라고는 함부로 말을 못하겠다. 나는 부모님이 아니었기에 지금 내가 그 말을 한다고 해도 그건 그냥 빈 말일뿐 사실이 아니다. 누나도 그런 말을 듣고 싶어 하진 않을 것 이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게 있다면 누나는 지금까지 부모님 몫을 대신해 열심히 잘 살아왔고 앞으로도 부모님 앞에 부끄럽지 않은 당당한 을 살 것이라는 것이다.
언제였을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상을 치른 뒤에 대구에서 큰아버지가 찾아오신 적이 있었다. 먹을 거며 장난감이며 그 큰 손 한 가득 잔뜩 꾸러미를 들고 오신 큰아버지를 보며 나는 아직 어린 아이답게 슬픈 것도 잊고 펄쩍펄쩍 뛰며 좋아했었다.
<대구에서 올라 왔더니 좀 피곤 하구나..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야될 것 같은데..괜찮겠니??>
<그럼요..부모님 방은 지금 좀 그러니까 제 방에서 주무세요. 자리 마련해 드릴께요.>
<아니다..다 큰 처녀 방을 이런 냄새나는 늙은이가 쓰면 방 버려요..그냥 거실에서 잘테니 요만 깔아다오.>
<참..큰아버지도...괜찮아요..>
<아냐..내가 침대에서 못자서 그래 그냥 거실 가장 뜨끈뜨끈한 아랫 목에 이부자리만 깔아다오.>
<그래도...>
<큰아버지~~ 그럼 저랑 같이 자요~>
<아..그러세요..강혁이랑 같이 주무세요.. 거실은 좀 불편하실 거예요..잘데도 마땅치 않고..>
<그래?? 그럼 그럴까?? 강혁아 큰아버지랑 같이 잘까??>
<네..제가 가서 이불 깔께요..>
뭐가 그리 좋았던지 잰 걸음으로 순식간에 방으로 올라간 나는 바닥에 요를 깔고 큰아버지의 자리를 마련 했다. 밤이 깊어가고 푸근한 큰아버지 품에서 오랜 만에 단잠을 자던 나는 갑자기 느껴지는 허전함에 잠에서 깨었다. 일어났을 때는 옆에 누워서 나를 안아 주시던 큰아버지는 어디 가셨는지 보이지 않았다. 어린 마음에 큰아버지도 부모님처럼 사라져 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도치 때도 그랬고 부모님 때도 그랬다. 무서웠다..누군가 또 사라지는 것은 싫었다.
<큰아버지?? 큰아버지..>
갑작스레 사라져 버린 큰아버지를 부르며 두려운 마음에 천천히 방안을 나와 1층으로 내려갔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누나에게 가야 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거칠고 막무가내긴 했어도 누나는 언제든 내 옆에 있어 줄 것 같았으니까..
그렇게 천천히 누나를 향해 조심조심 내려가던 나는 부엌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고 살금살금 그쪽으로 다가갔다. 그곳에서는 큰 아버지와 누나가 마주보며 앉아 사뭇 심각한 분위기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직 어리긴 했지만 그 미묘한 심각함을 읽을 수 있을 정도는 되었기에 나는 나서지 않고 그냥 가만히 몸을 숨기고 상황을 지켜 보았다.
<지연아...이제 겨우 니 나이 21이야.. 너 한창 대학에서 재밌게 지낼 나인데.. 니 인생 제대로 살아야지.. 그냥 삼촌 말대로 해라...>
<죄송해요.. 큰아버지... 큰아버지 말씀은 잘 알겠지만 전 못하겠어요.>
<지연아..>
<강혁이 이제 13살이 예요..지는 컸다고 하지만 아직 뭐가 뭔지 뭐를 나이고 아직 손길이 더 필요한 아이예요.. 물론 대구로가면 큰아버지께서 친 자식보다 더 끔찍이 아껴주실거라는거 잘 알아요..하지만 그건 제가 할 일이예요.. 누나인 제가.. 큰아버지 말씀대로 제 나이 이제 21살이예요.. 힘들겠죠.. 아직 대학교도 졸업 못한 제가 어린 동생을 데리고 산다는게... 그래도 저 해볼래요.. 우리 강혁이 하고 같이 한번 해볼래요.>
<정 그렇게 강혁이 하고 떨어지는게 싫으면 너도 오면 되잖니..대구에 방은 많으니까.. 그게 정 싫으면 집을 따로 사서 같이 사는 것도 괜찮고.. 이 큰 집에서 니네 둘만 사는건 내가 걱정 되서 안되겠다..>
<큰 아버지도 잘 아시겠지만 이 집.. 아버지가 직접 지어서 아버지가 직접 어머니에게 프로포즈 할 때 선물하신 집이예요. 그리고 저와 강혁이가 지금까지 어머니하고 아버지하고 수많은 추억을 쌓아온 집이기도 하고요.. 그런 이 집을 두고 떠날수가 없어요..그건 아버지,어머니를 잊는거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후...널 어쩌면 좋으냐... 맘 같아선 당장에 억지로라도 끌고 가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고..>
고집을 피우는 조카가 서운한지 답답하다는 듯 큰아버지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한동안 그렇게 두 사람 사이에 조용한 침묵만이 맴돌았다. 곧 그 정적을 깨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누나가 조용히 말을 이어갔다.
<언젠가... 엄마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 했을 때 이런 말을 한적이 있어요..만약 자기들이 없어진다면 어떡할꺼냐고..저는 물론 생각하기도 싫다고 했죠.. 엄마 아빠가 없어지면 저도 콱 죽어 버리겠다고 까지 했어요..그랬더니..엄마가 제 뺨을 치시더라고요.. 저랑 강혁이랑 그렇게 말썽을 피워도 손 한번 안 쓰시던 엄마가요...전 너무 놀라서 울지도 못했어요.. 그러더니 엄마가 무서운 얼굴로 그러시더라고요..너까지 죽으면 강혁이는 어떡할 거냐고..그 어린 동생은 어떡할 거냐고... 정 혼자가 힘들어서 자기들을 따라 죽고 싶으면 살수 있는 만큼 살다가 할 수 있을만큼 하다가 이제 이만하면 우리 앞에서 당당 할 수 있겠다 할 때 죽으라고...그렇지 않으면 평생 죽을 생각은 하지도 말고 있으라고.. 몰랐어요..그때는 왜 엄마가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그땐 어렸거든요..그래도 지금은 어렴풋이 알 것 같아요..저 할 수 있을 만큼 해 볼께요. 그게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시작도 안했으니까...먼저 해보고 싶어요..그렇게 하지 않으면 평생 엄마가 제 얼굴 안볼 것 같아요..나중에 뵐 때 떳떳하게 말하고 싶거든요..저 왔어요..하고 그리고 물어 보고 싶어요..제가 지금까지 잘해왔냐고..그리고 칭찬 받고 싶어요..>
담담하게 말을 마친 누나의 얼굴에는 가득 미소가 걸려 있었다. 감정이 격해졌는지 큰 눈동자에는 촉촉이 물기가 배여 있었지만 두 눈 가득 누구도 꺽을수 없는 의지가 배여 있었다.
그 의지를 읽었던 것일까?? 큰아버지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니 뜻이 정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 고집 센 건 정말 니 아버지를 꼭 닮았구나...아주 옹고집이야..허허 그래도 니 아버지도 나는 못 이겼는데...넌 니 아버지도 더한 것 같아..허허..>
<죄송해요..>
<아니다..괜찮아..보기 좋아...마치 니 애비를 보는 것 같아서..너 그런 모습을 보니 괜찮을 것 같구나..왠지 안심이 돼...하하>
뭐가 그리 좋으신지 너털웃음을 짓는 큰 아버지를 뒤로 하고 나는 다시 내방으로 올라갔다. 그때는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어린 내가 생각하기엔 너무 복잡했고 어려웠다. 한 가지 확실한건 큰 아버지 앞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의지를 표명하던 누나의 모습 그 어떤 때 보다 멋있었고 그 어떤 때 보다 의젓해 보였다. 그리고...누구보다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말괄량이로만 생각했던 누나가 그렇게 빛나는 보석처럼 아름다워 보인 건..
<모르겠어..나도 잘...누나가 엄마 아빠한테 좋은 딸이었는지.. 내가 엄마 아빠한테 좋은 아들이 었는지 아닌지 도 모르니까.. 미쳐 물어볼 생각을 하기도 전에 가 버리셨으니까..생각보다 너무 빨리..그렇지만 한 가지 확실히 대답 할 수있는 건 누나는 지금까지 잘해 왔다는 거야.. 철없고 때만 부릴 줄 아는 어린 동생을 데리고 지금 까지 잘 살아 왔어..아픈 것도 참고..힘든 것도 참고.. 참고 참고 참으면서...할 수 있는건 다 했어...아니 앞으로도 누난 더 잘 할거야.. 엄마 아빠도 아실거야...누나가 지금까지 잘 해왔다는 걸..그리고 앞으로도 더 잘할 거라는 걸.. 그러니까 누나는 당당해도 돼.. 누나 답지 않게 그렇게 소심한 폼으로 웅크리고 있지 말고 그냥 어깨 딱 피고 당당해져도 돼.. 누난 그래도 돼..그러면 나중에 아주 나중에 누나가 엄마를 만나면 엄마가 그러실 거야..우리 딸 잘했네...하면서 칭찬 해주실 거야...난 그렇게 생각해..>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누나는 지금껏 너무 잘해왔다. 부모님에게 나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노력해 왔다. 그것만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 할 수 있었다.
<머...머야...그게...입에 발린 말만 하고...>
나의 갑작스런 칭찬이 당황스러웠는지 누나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려갔다. 언제나 뻔뻔하기 그지없는 누나의 그런 새로운 모습은 은근히 귀여워 보이기까지 했다.
<진짜야..근데 누나로서는 좀 그렇지..괴팍하고 성질 드럽고 막무가내에다 안하무인, 맨날 동생이나 패고 구박하고 부려먹고 나빴어..>
<니가 그럼 그렇지.. 어쩐 일로 좋은 소리를 한다했어..근데 얘기 들어 보니까 이 놈 아주 날 인간 말종으로 생각하고 있네..>
<그런가??크크 근데...있잖아.....나는 좋아..그런 누나가..>
나의 반전어린 말에 누나의 까만 눈동자가 파문이 일듯 살짝 일렁거려 갔다.
<괴팍하고 성질 드럽고 막무가내에다 안하무인, 맨날 동생이나 패고 구박하고 부려먹는 나쁜 누나지만 좋아..그런 누나가.. 세상 누구보다 멋있고 세상 누구보다 든든하고 세상 누구보다 이쁜..그 괴팍하고 성질 드러운 누나를 나는 정말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다고..>
내가 생각해도 정말 느끼한 말이긴 하지만 나는 누나를 사랑한다. 세상에서 누구보다. 맨날 서로 싸우고 속으로 욕하고 투정부리고 있지만 그건 우리 남매만의 사랑 표현이다. 난 누구보다 누나를 사랑하고 누나 역시 나를 누구보다 사랑한다는 걸 안다. 그만큼 우리는 서로를 사랑한다.
감동 먹었나 보다. 발그레해진 두 볼을 감추지도 못한채 누나가 몽롱한 눈길로 나를 응시해 왔다. 근데 좀 민망하다...그렇게 쳐다 보기만 하면 이런 말한 내가 부끄럽잖아...뭔가 반응을 보여봐라...
<미쳤구나...니가 드디어 미쳤어..>
좀 전에 한말 취소다...저 인간은 날 사랑하지 않는다...전혀!! NAVER!! 제따이니!!(일본업니다.)
<무슨 여자가 그렇게 분위기라는 게 없냐?? 지금 상황에서 그 말이 할 말이야??어쩜 저렀냐...>
<아니..내가 뭐.. 이상한건 너 잖아.. 갑자기 안하던 칭찬이나 하고...너 같으면 매일 죽일 듯이 잔소리만 하던 인간이 갑자기 세상 누구 보다 널 사랑해 라고 느끼한 얼굴로 느끼한 멘트를 날려봐..이상한 생각 안드나..>
이런 주옥같은 멘트를 그저 느끼하다고만 여기는 당신의 그 메마른 감수성이 더 이상하다.나중에 한번 꼭 심리치료를 받아 보는 게 어떨까 싶다.
<됐다..됐어!! 말을 말자..당신한테 뭔가 기대한 내가 미친 놈이 었지.. 잠깐 돌았었나봐..으이구..>
그래 잠깐 돌았었다.. 비도 오고 기분도 그렇고 해서 정말이야 거짓말이 아냐~~ 나 잠깐 돌았나봐~~
<화났냐??>
<됐어..>
<화났어??>
<됐다니까..>
옆구리를 콕콕 찌르며 계속 다가오는 누나에게 나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무시로 일관했다. 이제 와서 사과해봐야 소용 없다..이 무드 없는 인간아...
순간 가늘고 긴팔이 내 목을 감아왔다. 마치 소중한 무언가를 끌어안듯한 조심스러운 몸짓으로 누나는 그렇게 나를 안으며 나의 어깨에 가녀린 턱을 기대어 왔다.
<뭐..뭐야??>
<사랑해....>
너무나도 달콤한 목소리가 나의 귓가를 간지럽혀 온다. 고운 숨결의 따스함이 목덜미를 타고 신경으로 파고 들어온다.
<응??>
<나도 사랑 한다고....맨날 잔소리만 하고 바가지만 긁고 히스테리만 부리지만 세상 누구보다 따뜻하고 세상 누구 보다 듬직하고 세상 누구 보다 착한 우리 강혁이를 세상 누구보다 사랑한다고...>
<거...거짓말...장난치는 거지??>
<아냐...정말이야.. 세상 누가와도 안 바꿀 정도로.. 이제 너 없으면 안 될 정도로...사랑해...>
마치 확인이라도 시켜주듯 내 목을 두른 손에 꼬옥 힘을 주어 끌어안는다. 등에 닿은 누나의 보드라운 젖가슴을 따라 누나의 가쁜 심장소리가 전해져 온다.
나는 그제서야 고개를 돌려 누나를 바라보았다. 누나는 미소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 웃음엔 언제나의 장난기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촉촉이 젖은 눈길로 나를 바라 보고 있는 누나의 모습은 지금까지 보아왔던 모습 중에 가장 진지하고 사랑스러워 보였다.
다시 또 가슴이 두근거려왔다. 나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는 저 따스한 눈빛과 나를 향해 보이고 있는 저 자그마한 미소에 내가 지금껏 누나에게서 보아오지 못했던 아름다움이 담겨져 있었다,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고개를 움직여 천천히 누나의 입술에 입을 가져갔다.
입술의 부드러움과 물기가 묻은 듯한 촉촉함이 입술가득 전해져 왔다. 아까보다는 짧지만 결코 짧게 느껴지지는 않은 입맞춤이었다.
<미..미안...미안해!!>
입술을 떼고 살짝 멍한 정신으로 있던 나는 이제야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자각해갔다. 나 진짜 미쳤나 보다..나는 용서를 빌듯 고개를 숙이며 두 손을 모았다. 화가난건지 어이가 없는 건지 누나의 입술에서는 아무런 말도 새어 나오지 않는다. 좀 말이라도 해라...간떨리게..
이런 저런 생각에 고개만 숙이며 자책하고 있던 순간 누나의 부드러운 손이 볼을 한가득 감싸오며 내 얼굴을 들어 올려왔다. 너무나 자연스런 그 움직임에 이렇다할 저항한번 하지 못한 나는 이끌리듯 누나의 얼굴에 시선을 맞춰갔다.
<서툴러..너무 서툴러....>
미안하네...서툴러서.... 마치 뿔난 아이처럼 입술을 삐죽거린 누나의 얼굴에 뚱한 표정이 가득하다.
<기교도 없고..그렇다고 능숙하지도 않고...>
그냥 때릴라면 때리던가...아주 사나이 자존심에 직격타만 날리는구나..
<그래도... 달콤했어...머리가 멍해질 정도로..가슴이 떨려올 정도로..>
지금...무슨 소리지?? 갑자기 영문을 모를 소리를 한 누나는 오히려 이쪽이 가슴이 덜덜 떨려올 정도의 몽환적이고 야릇한 미소를 나에게 지어보였다. 그리고 순간 나의 시야를 가득 채우며 누나의 얼굴이 다가왔다. 좀 전 까지 닿아있던 누나의 도톰한 입술이 아까와는 반대로 내 입술을 덮쳐왔다. 천천히 부드럽게.. 하지만 깊고 뜨겁게.. 아직 모자르다는 듯 얼굴까지 살짝 기울여오며 파고들듯이 입술을 부벼왔다. 더 없을 정도로 밀착된 누나의 입술은 이제는 정열적으로 내 입술 위를 움직여 갔다. 미끌어지 듯 짓누르듯 움직이더니 어느새는 살짝 혀를 내밀어 내 치아를 간지럽히다가 벌어진 사이를 비집고 안으로 쑥 넘어들어 왔다. 뭔가 입안에 달콤한 젤리가 녹지도 않은 채 이리저리 멋대로 움직이는 기분이었다. 호흡이 가빠지고 얼굴이 뜨거워진다.
<흐음...하아...>
정신이 멍해져 갔다. 처음 느껴보는 깊은 키스에 산소가 모자란 듯 머리가 핑 돌았다. 무언가를 다잡 듯 멍해져가는 정신에 천천히 누나의 등 뒤로 손을 올려 살짝 안아갔다. 아까 느꼈던 가녀린 몸이 팔 안 가득 존재감을 전해온다. 그 존재감에 왠지 모를 만족감을 느끼며 누나의 움직임에 맞춰 어설프게 나마 템포를 맞춰갔다.
어느새 입안에서 혀와 혀가 짐승처럼 뒤얽혔다. 호흡이 섞이고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타액을 삼키며 우리는 그렇게 끝나지 않을 것처럼 열정적인 움직임으로 입술을 부벼갔다.
<하아....이런게....어른들의...키스야..>
입술을 땐 누나가 어른이 아니라도 반할만한 매혹적인 미소를 흘려왔다. 키스의 여운 때문인지 고운 두 뺨에는 붉은 홍조가 가득했다. 살짝 떨리는 듯 한 긴 속눈썹도 그 밑에서 나만 응시하고 있는 저 검은 눈동자도 하나하나 빠짐없이 나의 눈에 박히고 가슴에 파고 들어와 내 심장을 움직여온다.
그 심장이 동력원이 되어 어느새 몸이 자연히 움직였다. 그리고 그대로 마음이 따라갔다. 아무생각도 들지 않았다.
어느새 내 팔은 누나의 가는 허리를 감싸고 끌어당겼다. 그 움직임에 아무런 저항 없이 몸을 맡겨오는 누나의 입술에 다시한번 내 입술을 맞춰갔다.
<츄흡...하흡....츄읍...>
두꺼운 입술이 거칠고 격하하게 누나의 가녀린 입술을 빨아 갔다. 어느새 눈을 감은 누나가 여전히 서툴고 거친 움직임에 맞춰 고개를 움직여왔다. 가녀린 손은 어느새 내 뒷머리를 감싸며 부드럽게 머리칼을 쓰다듬어 왔다. 포근함이 느껴지는 손길에서 연인을 감싸 안는 듯 한 사랑이 느껴진다. 그렇게 한치의 틈도 없이 밀착된 입술에서 숨을 뱉어낼 때 마다 침이 얽히는 외설스러운 소리가 새어나와 거실에 울려 퍼져갔다.
더 느껴보고 싶어..누나를...누나의 몸을...
상대가 누나라는 도덕적 윤리적인 잣대는 어느새 머릿속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그저 마음 깊은 곳에서 눈앞의 이 아름다운 여자를 안으라고 품으라고 외치고 있었다. 눈앞에 놓여 진 이 아름다움 앞에서는 이성이라는 두 글자는 너무나도 보잘 것 없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그렇게 나는 누나를 품에 안듯 조금 더 세게 누나의 몸을 꼭 안아갔다. 가냘픈 등의 굴곡을 느끼듯 움직이던 손은 어느새 얇은 옷 안으로 들어가 맨살을 보듬어 갔다. 대리석 보다 더 미끈한 살결의 촉감이 손끝을 타고 전해져왔다.
위치를 모르고 어정쩡하게 놀고 있는 한손이 가슴팍에서 이리저리 일그러져 가고 있는 젖가슴을 움켜 잡아갔다. 탱탱했다.. 브라를 입었음에도 고무공 같은 탄력이 손바닥 안에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처음으로 만져본 누나의 젖가슴의 감촉에 감탄해 하며 어느새 나머지 한손으로 누나의 엉덩이를 손안에 쥐어갔다.
동생에게 이런 움직임까지 허락할 수 없다는 자연적인 신체의 거부반응 이었을까?? 순간 누나의 움직임이 움찔거려 왔다. 하지만 다행이도 그 이상의 저항이나 움직임은 없었다. 그 모습이 나에게는 무언의 허락처럼 느껴져 왔다. 그 허락에 탄력 받아 어느새 나의 움직임이 더욱 거칠어져 갔다.
<하음....>
솟아 오른 오똑한 코끝에서 한숨일지 모르는 달콤한 숨소리가 새어 나왔다. 심장으로 파고 들어오는 그 숨소리에 나는 천천히 누나의 옷을 벗겨 나갔다.
손 끝에 걸린 나시 티가 고운 어깨를 타고 흘러내려 탐스런 왼쪽 젖가슴이 모습을 드러냈다. 실크로 된 섹시한 검은색 브레이지어에 감싸여 멋진 산의 능선처럼 고운 곡선을 그리는 가슴의 융기가 그림자 진 깊은 가슴골과 함께 은은한 촛불 아래 매혹적으로 빛났다. 마치 가끔 인터넷으로 즐겨보던 야한 사진 같았다. 아니 그보다 더 야하고 관능적인 느낌이었다.
그 관능적인 모습에 취해 얼굴을 숙여 깊게 패인 가슴골에 얼굴을 묻어갔다. 탐스러운 과실의 향기를 마시듯 누나의 체취를 맡으며 브레지어의 끈을 내리자 분홍빛 유두가 고개를 쳐든 탐스런 젖가슴 한쪽이 온전히 모습을 드러내왔다. 과실을 깨어물 듯 젖가슴을 베어 물자 정말로 과일을 문 것처럼 달콤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입안에 가득 퍼져 왔다.
<흐응.....>
혀끝에서 오돌토돌한 유두의 감촉이 느껴지자 동시에 누나의 한숨 같은 뜨거운 숨소리가 내 머리 위로 내려 앉아왔다.
그리고 계속되는 애무.. 하지만.. 어설펐다. 뭔가 불안한 마음이 들었던 걸까?? 아님 처음 접해보는 눈부신 여체에 대한 서투름과 떨림 때문일까?? 누나의 몸을 애무하고 있는 손길도 어설프기 그지없었고 지금 누나의 가슴을 빨고 있는 움직임도 그저 엄마의 젖을 물고 있는 갓난 아이 처럼 다급하고 서툴렀다. 마치 지금 꿈같은 이 순간을 누군가 뺏어 가버릴까 겁먹은 어린 아이같았다.
이런 내맘을 알았던 것일까?? 순간 누나의 손이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왔다. 마치 아이를 달래는 그 포근한 손길에 고개를 들자 누나가 이제 것 보지 못한 따뜻한 미소로 나를 바라봐왔다.
<처음인거 티 내냐??후후..>
놀리는 듯 웃으며 말하지만 창피하거나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오히려 긴장한 마음을 풀어주는 듯 한 엄마처럼 포근한 목소리에 안심이 되어 격해진 감정이 파도가 그치듯 잔잔해져 갔다. 그리고 누나의 입술이 나의 이마에 입을 맞춰왔다.
<천천히 해...천천히...아무데도 가지 않으니까...하고 싶은 데로 천천히 해....>
이보다 더 따스하고 아름다운 미소가 또 있을까?? 이보다 더 사랑이 넘치는 눈길이 또 있을까?? 그 따스한 모습에 용기를 내어 참았던 말을 꺼내어 갔다. 해선 안될 그 말을..
<누나....나....해도...될까??>
<뭘??>
<지금 이거.. 내가...하려는거...>
<하지 말라면...안 할거냐??>
이미 맘은 정해져 있었다. 누나 역시 내 대답을 알고 있다는 듯 능청스런 웃음을 짓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 이 여자와의 관계는 지금 나에게 이미 아무런 의미를 갖고 있지 못했다. 그저 이런 사랑스러운 웃음으로 나를 허락하는 이 아름다운 여자를 안고 싶은 것 그 이외의 것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럼 그냥 해.. 사내자식이 되가지고 쫑알쫑알 떠들지 말고.. 오늘은...적어도 오늘만은 누나가 다 받아줄 테니까...>
걱정 말라는 듯 한 누나의 장난기 어린 미소가 불안한 나의 맘을 이끌어 갔다. 눈물이 날만큼 고맙고 사랑스러운 말에 나는 누나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추며 쇼파 위로 누나를 눕혀갔다. 그리고 다시 한번 누나의 입술에 깊은 입맞춤을 이어갔다.
내 입술을 받아주는 누나의 부드러움을 느끼며 나머지 한쪽 어깨에 걸린 나시 끈과 브레이지어를 한 번에 벗겨갔다. 고운 어깨와 봉긋한 가슴선이 한데 어우러져 불빛 아래 하나의 화폭처럼 빛나고 있었다. 그 아름다운 광경에 다시금 그 젖가슴에 달려들었다. 조급하지 않게 천천히 아까와는 다른 움직임으로 누나의 가는 허리를 두 손으로 쓸어 내리며 부푼 젖가슴을 입으로 애무해 갔다. 핑크빛 유두가 혀 끝에 굴려지는가 하면 탐스런 가슴을 크게 베어 물고 강하게 빨아갔다.
<하앙...하아....>
누나의 가쁜 숨소리가 다시 한번 귀를 울린다. 어느새 아래로 내려간 손은 군살이라고는 전혀 없는 허리를 타고 미끈한 다리 위를 스치며 하얀 살결 위를 미끄러지듯 여기저기를 만져갔다. 매끄러운 살결의 감촉이 손끝을 타고 전해져 왔다.
이윽고 손이 누나의 바지 속으로 들어갔다. 마구 엉켜져 있는 듯 한 거친 음모를 지나 누나의 은밀한 둔덕에 도착해 이어 밑으로 손을 내려갔다. 누나의 갈라진 틈새는 이미 차고 넘친 우물처럼 부끄러운 애액으로 촉촉이 젖어 있었다. 미끌거리는 애액의 느낌을 손끝으로 느끼며 갈라진 틈새를 문질러 갔다.
따로 경험이 있어 해보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저 한창 이런 것에 관심이 있을 나이이다 보니 대충 방법이나 지식만 알고 있을 뿐.. 아까 같은 흥분만 된 상태였다면 이것 저것 생각할수 없었을 테지만 누나 미소 덕분에 약간이나마 맘이 편해진 지금으로서는 서툴게 나마 알고있는 것들을 적용해 볼수 있었다.
<하아~흐으...>
생각 보다 격렬한 반응이었다. 손을 가져다 몇 번 문지른 것 만으로도 누나의 입에서 자극 적인 신음 소리가 확실하게 울려 왔다. 처음이었지만 이것이 좋은 반응 이었다는 것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 반응에 불이 붙은 듯 나는 분주하게 손을 움직였다. 미세하게 애액을 흘리던 보지는 어느새 한도를 넘은 듯 넘쳐흘러 손 끝을 적셔왔다.
<하아..하아..흐앙...>
그리고 어느새 손가락이 틈새를 열고 미끄러지듯 입구로 들어가자 누나의 입에서 쾌락에 찬 달뜬 신음소리가 흘러 나왔다. 한번 두 번 손가락을 왕복 할 때마다 누나의 가는 허리가 참을 수 없다는 듯 조금씩 비틀리며 무릎에 힘이 들어왔다.
이내 나는 다시 한번 기억을 살려 손가락을 두 개로 늘려 검지와 중지를 이용해 좀 더 강하게 누나의 보지 안으로 진입해 갔다. 이번에도 누나의 아랫 입술은 나의 두꺼운 손가락을 무리 없이 삼켜갔고 아까보다 더 강한 압력으로 미끌거리는 육벽이 오물조물 손가락을 물어 왔다.
처음 해보는 서툰 움직임 이었지만 누나의 몸은 그것만으로 충분했는지 보는 내가 숨이 가빠올 정도로 멋진 반응을 해오고 있었다. 손가락을 물어오는 조임도 끊임없이 뿜어대는 부끄러운 애액도.. 내가 누나를 기쁘게 하고 있다는 기쁨이 나를 더 흥분시켜 왔다.
<하악....야....흐윽...그렇게 넣지마..이상하단 말야....하앙....하앙...좋아.....>
분명.. 좋다고 했다. 거기에 계속되는 내 손길에 참을 수 없다는 듯 내 어깨를 잡은 누나의 두 손에 힘이 가득 들어왔다. 분명 느끼고 있었다. 친동생에게 부끄러운 부분을 만져지고 있다는 배덕스러운 상황에서 누나의 몸은 분명히 더없이 격렬하게 끓어 올라가고 있었다. 끊어질 듯 한 숨소리는 점점 더 격해져 갔고 맞닿은 피부는 어느새 불이라도 품은 듯 뜨거워져 있었다.
고개를 돌린 채 가쁜 숨을 내취며 눈을 꼭 감고 있는 누나가 보였다. 언제나 당당하고 도도하던 눈매가 빨갛게 물든 모습이 너무도 사랑스러워 이 사람 지금까지 내가 18년을 알고 지낸 누나가 맞나 의심 들 정도였다.
나는 조금 피치를 낮추며 가슴을 주무르던 손으로 누나의 바지를 내려갔다. 내 뜻을 알았는지 누나의 허리가 살며시 들리며 움직임에 반응해왔다. 잘빠진 다리를 지나 바지가 팬티와 함께 누나의 몸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이제 누나의 몸에 남은 것이라고는 배 근처에 걸린 나시티와 브레지어 뿐이었다, 적당한 크기의 예쁜 젖가슴, 옷에 가려져 있지만 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미끈하게 내려오는 허리라인, 탄력 넘치는 히프를 타고 쭉 이어지는 잘빠진 다리.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는 발군의 몸매였다.
천천히 누나의 무릎을 잡고 미끈한 다리를 벌리며 그곳으로 시선을 내렸다. 그곳에는 아까 손끝으로 느껴졌던 거칠고 까만 음모와 손가락으로 느껴봤던 은밀한 보지의 입구가 다소곳이 자리 잡고 있었다. 살짝 벌어져 색깔이 이쁜 조개처럼 입을 열고 있는 보지의 주변은 눈으로도 보일 정도의 애액이 번져 양초 빛에 비춰 번들거리는 게 더 없이 음란한 느낌이었다.
<뭘 그렇게 봐..닳겠다....>
약간 지친 목소리로 누나가 장난스레 나를 질책해 왔다.
<어?? 어...미안...>
<사과는 왜하냐..하여튼 바보 같긴...>
내 반응이 재밌는 듯 짧은 웃음을 흘린 누나의 말에 나 역시 민망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도 내가 남잔데.. 이런 때 까지 당하는 느낌이라니...하지만 그런 생각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눈앞에 보이는 누나의 젖어 있는 여체는 그런 기분 따위는 흥분으로 다시 채워 버릴 만큼 멋지고 야했으니까..
한계였다. 고작해야 이제 첫 경험을 하는 고등학생인 나로서는 더 이상 참고 있을 만한 이성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지금까지 참은 것만도 용했다. 처음 해보는 여자와의 섹스 그것도 누가 봐도 입을 벌릴 만한 너무도 아름다운 여자. 누나이긴 하지만 그런 생각은 아까부터 저 멀리 날아가 버린 지 오래였다. 이미 바지 속의 페니스는 더없을 정도로 단단하게 발기해 통증이 느껴질 정도 였다.
나는 몸을 일으켜 바지와 팬티를 함께 내렸다. 그러자 단단하게 서 있던 페니스가 기다렸다는 듯이 용수철처럼 튀어 나왔다. 피가 잔뜩 오른 대가리가 우산처럼 넓게 펼져진 자지는 마치 굳건한 쇠몽둥이 처럼 굵고 단단해져 징그럽게 핏줄까지 올라와 있었다. 거기에 길이도 꽤나 길었던 자지는 마치 휘어진것 마냥 기형적인 모양으로 위로 뻗쳐와 간간히 배 밑에서 몸을 부닥치며 연신 끄덕거려왔다. 고등학생의 자지라고는 믿을 수 없는 크기와 길이의 자지는 다리 밑에서 살아있는 생물처럼 거대함을 자랑해갔다.
불빛 아래 드러난 나의 커다란 자지에 누나의 지친 얼굴위에 놀란 듯한 기색이 떠올랐다.
놀랬나 보다.. 그럴만 하다.. 나도 가끔씩이 주체 못할 크기를 가진 자지를 보고 징그러워서 놀랄때가 많으니까..
옛날부터 나의 자지는 이상하게 발육이 남 달랐다. 어렸을 적 다른 아이들이 털도 안났을 나이에는 나의 자지털은 이미 한올한올 자라나 어느새 중학교 3학년 쯤엔 왠만한 성인남자만하게 털이 수북하게 자라있었고 크기 역시 다른 아이들과 비교도 안되게 커져 있었다. 거기에 굵기는 어찌나 굵던지 정말 살 몽둥이라는 표현이 딱 알맞았다. 오죽하면 나의 이 자지를 본 지환이 자식이 나에게 아나콘다라는 별명까지 붙여줬을까..어딘가 부러운 듯 말하는 지환이 녀석의 말이었지만 당사자인 나로서는 이 크기만 한 자지는 그저 고역일 뿐이었다. 가끔 학교에서 나도 모르게 야한 생각이 들어 발기가 될 때에는 주체 못 할 이 크기에 누가 보기라도 할까봐 걱정이 됐던게 한 두번이 아니었으니까..
<좀...징그럽지??>
민망함에 고개를 숙이며 나는 주눅든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여전히 놀란 듯 누나는 놀란 듯 내 자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상...해??>
<아니..그냥 좀 놀래서...좀..크네..굵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도 누나는 내 자지의 위용에 눈을 떼지 못해왔다. 뭘 그렇게 민망하게 뚫어져라 보냐...
<나...해도..돼??>
왠지 걱정 됐다. 이 징그러운 물건을 보고 싫다고 밀어버리면 어쩌나 하고..하지만 걱정과는 다르게 민망한 표정을 짓는 나의 물음에 누나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갔다.
그 고마운 허락에 나는 단단하게 굳어버린 굵은 줄기를 잡고 누나의 하복부로 몸을 움직여갔다. 누나도 내 의도를 알았는지 무릎을 세우고 살짝 다리를 벌리며 몸이 자신의 가운데에 맞추기 편하게 움직여 왔다. 하지만 누나의 그런 배려에도 이제야 처음으로 여자를 품는 나로서는 생각보다 들어갈 입구를 찾는 것이 어려워 좀처럼 들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줄기를 잡고 부푼 대가리의 끝을 이리저리 과녁을 맞춰보는 나였지만 계속해서 미끄러지듯 빗나갈 뿐 허탕을 칠뿐이었다. 계속되는 실패에 초조함이 더해져 땀이 새어 나왔다.
그리고 그때 누나의 가늘고 긴 손가락이 핏줄이 잔뜩 선 살 몽둥이를 휘감아 왔다. 민감해진 살갗을 타고 부드러운 누나의 손길이 느껴지자 순간 다 잡히지도 않은 자지가 여린 손안에서 기분 좋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