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지넷 - 내사랑 영숙이 - 단편에필로그 | 야설

보지넷 신규 컨텐츠 확인

성인 무료 야동

야동, 야애니, 야설, 야사 무료제공
보지넷 검색
  • 텔레그램야동
  • 일수대출
  • 레플리카
  • 성인알바
  • 중고폰
  • 가입 없는 19금 성인 사이트

    아이디 비밀번호

보지넷 고정주소 안내 👉 보지.net 👈 광고문의, 영상문의 텔레그램ID : bozinet

학원물 내사랑 영숙이 - 단편에필로그

무료 야설 읽기

작성자 조회 28,064회 작성일

내사랑 영숙이 - 단편에필로그

[4] .. 영숙이의 사랑 - 마지막 이야기 이 전의 이야기 (3회) 에서 갑자기 <한은주>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인데 그 중 하나가 이 글에서 한은주가 김영숙을 만나기 때문이다. 한은주는 우리 집 가까이로 이사 와서 살았고 한은주는 신라여중 1학년이었고 김영숙은 같은 학교 2학년이었다. 또 한은주는 나나 김영숙과는 동갑이지만 한 학년 아래이다. 우리 나라는 같은 여학교에 다니면 학년에 따라서만 언니 동생의 서열이 정해진다. 그런데 김영숙은 자기가 언니라고 하고 한은주는 네가 왜 내 언니냐고 덤빈다는 것이다. 그 주의 주말에 두분 여선생님들께서 도서관에 나오지 않는다고 하셨으므로 나는 토요일에 독서실에 가는 것으로 수호랑 약속을 했다. 수호는 자기가 김영숙이게 이 사실을 알려주겠다고 나에게 말했는데, 나는 그가 한 이 말을 약간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렇지만 나는 거기에 대해서 마음을 쓰지 않고 그냥 넘어갔다. 그런데 내가 토요일에 독서실에 갈 것이라는 계획을 한은주가 알게 되었는데 아마도 김수호가 한은주에게 말한 것 같다. 김수호는 우리 집에 뻔질나게 들락거리다가 한은주와는 잘 아는 사이가 되었다. 나와는 달리 김수호는 한은주 뿐만 아니라 한은주의 동생들과 같이 놀기도 했고, 인기가 제법 많았다. 그 주의 토요일 나는 독서실에 가려고 오후 늦게 집을 나섰다. 한은주는 자기는 아직 독서실이라는 곳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면서 나를 따라서 같이 가겠다고 했으나 동생들 때문에 갈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한은주가 생각해낸 것은 나도 독서실에 가지 말고 집에서 공부하라는 것이다. 나는 가서 조금만 공부하다가 집에 일찍 오겠다고 말하면서 한은주를 구슬렀다. 그리고 나는 독서실로 갔는데 한은주 때문에 약속시간 보다는 30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내가 약속시간보다 늦게 갔으므로 그날 떡볶이를 사야 하는 처지였다. 독서실 안에 들어가면서 나는 김영숙이나 김수호가 열공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두 사람은 독서실에 왔던 흔적도 없다. 나는 약속에 늦는 것이 미안해서 엄청 빨리 왔는데 두 사람이 없어서 실망했지만, 한편으로는 떡볶이를 사지 않아도 되므로 안심이 되었다. 혼자 자리에 앉아서 공부를 시작했으나 솔직히 집중이 그렇게 잘 되는 편은 아니었다. 아마도 아직까지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피 끓는 두 청춘 남녀(?) 때문이었을 것이다. 내 생각에 내 친구 김수호는 방황하는 것 같았는데, 이 방황의 물결에 영숙이도 그리고 한은주도 같이 휩싸이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도착한 것이 5시 반이었는데 벌써 8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나는 배도 고프지만 또 심심하기도 했으므로 군것질을 하러 밖으로 나갈까 생각했는데 혼자 나가는 것은 별로다. 그냥 아예 집으로 돌아갈 생각으로 우선 책을 가방에 넣었다. 화장실에 들렀다가 가려고 방을 나왔는데 휴게실에서 영숙이가 얘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속으로 <수호랑 같이 있겠지> 하고 우선 먼저 화장실에 갔다가 휴게실로 갔다. 그런데 수호는 그 자리에 없고 영숙이가 다른 여자애랑 있었는데 나는 모르는 애다. 영숙이는 내가 오는 것을 몰랐다면서 수호에게 아무 말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또 영숙이는 요새 수호를 본 적이 없다고 했고, 그 말도 내게는 이상하게 들렸다. 영숙이에게 집에 가겠다고 말했더니 영숙이는 자기랑 같이 공부하자고 나를 붙잡았다. 영숙이의 친구는 혼자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영숙이랑 같이 군것질하러 나갈까 하고 생각했지만 차라리 그냥 집으로 가고 싶었다. 이제부터 공부는 안하고 영숙이랑 놀게 될 것 같아서였다. 영숙이는 나에게 사귀자고 하는 것 때문에 같이 있기도 약간 부담스럽다. 나 : 같이 공부하고, 군것질하고 놀러 가는 것은 오케이 지만 사귀는 것은 쫌 .... 김영숙 : 바보네 .. 그게 사귀는 거잖아!? 나 : 그런 것은 사귀지 않더라도 가능하거든. 김영숙 : 사귀지 않는데 왜 같이 공부하고, 군것질하고 놀러 가? 나 : 그냥~!! .. 꼭 사귀는 애랑만 하냐? 김영숙 : 그럼~!!... 아니면 아직 썸 타고 간 보는 애랑 하거나. 어쨋든 나는 영숙이에게 우리 집에 가서 같이 저녁을 먹자고 말했고, 영숙이도 좋다고 해서 우리는 같이 우리 집으로 갔다. 그런데 이것은 아무 것도 모르고 내가 한 실수였다. 나는 가방을 내방에 놓고 영숙이와 함께 주방으로 가서 밥과 반찬을 꺼내고 있었다. 이 때 한은주가 두 동생들을 데리고 우리 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다섯명이서 다같이 저녁을 먹어야 했다. 그런데 김영숙이 계란 후라이 실력을 보여주겠다고 후라이팬을 들고 나섰다. 나와 한은주는 김영숙을 지켜보고 있었고, 김영숙은 당근과 양파 그리고 감자를 잘게 썰어서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야채를 미리 볶았다. 또 사람이 5명이라면서 냉장고에 있는 계란 8개를 깨서 그릇에 쏟아 붓고 숟가락으로 저었다. 야채를 볶는 후라이팬에 계란을 조금씩 부으면서 계란과 야채 볶음으로 훌륭한 부침을 했다. 영숙이는 먼저 나에게 먹으라고 한 개를 내 밥그릇에 얹어주었다. 나는 조금을 뜯어서 맛을 본 후에 엄청 맛있다면서 김영숙을 칭찬했다. 중학교 2학년 여자애가 만든 것이 우리 엄마가 만든 것과 맛이 비슷했다. 그런데 그 때 김영숙은 교복을 입고 있었고, 한은주는 자기네 학교의 교복을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다. 식사 후에 한은주는 동생들을 거실에 있는 TV 앞에 앉혀주고 와서 도전을 시작했다. 한은주 : 야~!! .. 너 어느 학교 다녀? 김영숙 : 신라여중. .. 너는? 한은주 : 나도. 김영숙 : 그...래...? .. 너는 몇 학년? 한은주 : 너 2학년이지? .. 나도 2학년이야. 한은주는 뻥을 치고 있었다. 그러나 김영숙은 셜록 홈즈였다. 김영숙 : 너 몇 반? .. 나는 2 반인데. 한은주 : 나 9반. 김영숙 : 요게 어딜 ? .. 너, 1 학년이지? 한은주 : 9반 맞거든~ 김영숙 : 쪼끄만게 까불구 있어~!? .. 우리는 7반까지 밖에 없거든!?! 한은주 : 어? .. 그런가? .. 그럼 내가 7반이었나? 김영숙 : 깝쳐라~!! .. 너 월요일에 학교에서 손 좀 봐줘야겠다. 그날 저녁 식사하는 자리에는 우선은 두 여인(?)들 사이에 팽팽한 긴장이 감돌았다. 그 다음으로는 영숙이가 손봐준다는 협박에 한은주가 울어버린 것이다. 한은주 : 엉~ 어엉~ . 나 : 왜울어? 한은주 : 훌쩍훌쩍~ ... 오빠~!! .. 너 얘랑 사귀냐? 나 : 응? .. 아니? 김영숙 : 당연하지. .. 안사귀는데 내가 총맞았다고 와서 밥해주냐? 한은주 : 뭐야~!? .. 왜 둘이 하는 말이 서로 달라? 김영숙 : 야~!!! .. 윤정현~!! .. 너 왜 거짓말 해? 한은주 : 오빠~!! .. 얘, 완전 왕재수네~!! .. 빨랑 보내~!! ... 김영숙 : 허어얼~~~ 한은주가 실패하자 후퇴해서 동생들에게로 가고 나와 영숙이는 설거지를 했다. 김영숙은 한은주에 대해서 내게 물었으나 친척 여동생이라는 말에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나는 김영숙에게 다시 독서실로 갈거냐고 물었는데 영숙이는 그냥 자기 집으로 가겠다고 했다. 그 때 한은주가 거실에서 우리에게 소리질렀다. 한은주 : 김수호 아까 독서실로 갔는데 !!? 나 : 네가 어떻게 알아? 한은주 : 아까 여기 와서 우리랑 같이 놀다가 나 집에 올때 독서실로 간다고 갔어. 나 : 진짜 .. 어이없네. 김영숙 : 그거 미친 똘아이 아냐? 김영숙은 김수호가 한은주랑 놀았다는 말에 가차없이 한마디 했다. 김영숙은 집에 가는 길에 독서실에 들러서 김수호를 만날 테니까 나보고 같이 가자고 했다. 나는 김영숙을 독서실에까지 데려다 주는 것은 할 수 있다면서 영숙이를 데리고 나왔다. 한은주가 뒤에서 한마디 했다. 한은주 : 흥~!! .. 둘이서 자알 한다. 나 : 뭘?? 한은주 : 앞으로 한 시간 안에 들어와야 해~!! .. 시간 잴꺼다~!! 김영숙 : 쟤 싸이코야? .. 왜 저래? 독서실로 가는 길에 나에게는 김영숙과 김수호가 아마도 독서실에서 소란을 피울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김영숙은 독서실로 갔고, 영숙이가 수호를 데리고 휴게실로 나왔다. 나 : 왜 안왔어? 김수호 : 약속시간에 왔었거든~. .. 그런데 여기 아무도 없던데? 김영숙 : 나한테 말 해준다고 했다며? 김수호 : 이번 주에 나는 여기 매일 왔는데 너는 한번이라도 온 적이 있어? 나 : 그래서 우리 집에 가서 한은주랑 놀았냐? 김수호 : 막내 동생이 귀엽더만 .. 하하~ 김영숙 : 한은주랑 놀아놓고 .. 그 계집애 중 1 이거든~!!? 김수호 : 허얼~~ .. 나한테는 중2 라던데? 김영숙 : 그래서 걔랑 사귀려고 뎀볐냐? 김영숙은 집으로 들어가려고 했고, 나는 그러는 김영숙을 바래다 주겠다면서 같이 일어서자 김수호도 같이 가겠다면서 따라붙었다. 김영숙은 그럴꺼면 차라리 다같이 우리 집에 가자면서 앞장섰고 김수호는 뻘쭘해 했다. 우리는 같이 우리 집으로 갔는데, 도착한 시간은 한은주가 말한 한 시간이 훨씬 지났지만 한은주는 잊어먹었는지 그에 대해서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 자리에서 한은주는 나에게 김영숙에 대해서 추궁을 했다. 한은주 : 수호 말로는 김영숙이랑 수호랑 사귄다는데? 김영숙 : 사귀긴 누가 사귄다고? .. 알지도 못하는 애랑 내가 왜 사귀는데? 수호가나랑 사귀자고 쫓아다녔거든~!! .. 나는 기가 차서 대꾸도 안해줬다. 김수호 : 내가 왜 너를 쫓아다녔냐? .. 나는 그냥 독서실에 간 것이거든~ 김영숙 : 나 집에 갈때 네가 쫓아왔거든~ 김수호 : 밤 늦게 집에 간다고 나가니까 데려다 주려고 그랬는데 ... 김영숙 : 내가 말했지? .. 나는 정현이랑 사귄다고 .. 우리는 초딩때부터 아는 사이잖아. 김수호 : 하하하~ ... 그렇지만 정현이는 영숙이랑 사귈 수가 없어요. 김영숙 : 왜? 김수호 : 그러다가 도서관에 있는 누나할머니한테 걸리면 죽음일껄~ 김영숙 : 누나면 누나고, 할머니면 할머니지, 누나할머니는 또 뭐야? 김수호 : 할머니이면서 누나라고 부르라고 하니까 .. 하하~ 한은주 : 우리 오빠는 누나 없거든~ 김수호 : 있거든~ .. 엄청 이쁘고 섹쉬한~ ㅋㅋㅋ 한은주 & 김영숙 : 헐~ .. 돌겠네. 그 자리에서 수호는 우리 학교의 영어선생님과 나에 대해서 모두 이야기했다. 나는 이런 말을 함부로 지껄여대는 김수호가 무지 얄미웠다. 그러나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이들 모두에게 음료수를 돌렸다. 밤이 늦어서 한은주는 집에 남기로 하고 나와 수호는 집에 가는 영숙이를 바래다주려고 같이 일어섰다. 그런데 영숙이는 수호에게 오지 말라고 했는데, 나중에 내가 혼자 돌아와야 한다는 말에 그냥 수호도 데리고 같이 갔다. 내일은 독서실에서 같이 공부하기로 하고 영숙이는 집으로 들어가고 나와 수호는 우리 집으로 와서 같이 잤다. 그 다음 날 수호는 한은주네랑 같이 놀이터로 가고 나는 독서실에서 영숙이랑 같이 공부했는데, 쉬는 시간에 영숙이가 나에게 수호에 대해서 몇 가지를 물었다. 김영숙 : 애가 이상해. .. 한번 달라붙으면 떨어지려고 하지를 않아. 나 : 나한테도 그래. .. 많이 외로운가 봐. 김영숙 : 아무리 외로워도 밤이 되면 집에 들어가서 잠을 자야지. 나 : 나도 그렇게 말은 하는데 .. 요새 주로 우리 집에네서 나랑 같이 자. 김영숙 : 그 애 부모님들도 이상해. .. 걱정된다. 그 날 밤 늦게 영숙이네 집 대문 앞에서 헤어질 때 영숙이는 다음 주 토요일에는 자기가 우리 학교의 도서관으로 온다면서 날더러는 독서실에 가지 말라고 말했다. 그리고 또 김수호를 조심하라는 말도 했다. 그런데 정말로 토요일 저녁때 김수호가 김영숙을 데리고 도서관으로 들어왔다. 도서관에는 나와 선생님 두분 말고는 아무도 없었고, 나는 그 때 영어선생님이랑 같이 영어 문법을 공부하는 중이었다. 나는 김영숙이 나타난 것에 대해서 선생님들께 약간 부끄러웠다. 그런데 김영숙은 영어 선생님께 아무렇지도 않게 인사를 했다. 김영숙 : 안녕하세요? .. 신라여중 2학년 김영숙입니다. 영어선생님 : 어서 오세요. .. 수호 여자친구야? 김영숙 : 아닌데요. .. 저는 정현이랑 사귀는데요? 영어선생님 : 엉? .. 바보 같은 정현이에게 이렇게 예쁜 여자친구가 있었어? 김영숙 : 정현이가 누나라고 부르는 영어선생님이세요? 영어선생님 : 응. .. 내 동생 여친이 손님으로 오셨으니까 이 누나가 저녁 산다. 영어선생님은 나, 김영숙 그리고 김수호를 돈까스 집으로 데리고 가서 떡볶이와 돈까스를 같이 사주셔서 우리는 배불리 먹었다. 영어선생님 : 수호는 여자친구를 언제 인사 시킬래? 김수호 : 아직 없는데요. 김영숙 : 흥~!! .. 없긴~!!?? .. 너무 많아서 누구를 인사시켜야 할지 고민일껄요. 영어선생님 :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건전하게 사귀면 되지. 김영숙 : 아무리 그래도 사귀는 것은 한명이랑만 하는 것이잖아요? .. 문어발도 아니고 영어선생님 : 어렸을 때는 꼭 안그래도 돼. 김영숙 : 나는 정현이 한 명이랑만 사귀다가 결혼할 껀데요. 영어선생님 : 그건 나중에 너희들이 어른이 되면 ... 나와 김수호 그리고 영어선생님은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고 있었다. 나랑 결혼하겠다는 말까지 서슴없이 해대는 김영숙은 참으로 엉뚱했다. * * * * * 드디어 기말시험이 시작되었고 앞에서 말한 것처럼 나는 성적이 제법 올랐지만 김수호는 성적에 대해서 말이 없는 것으로 봐서 시험을 갈은 것 같았다. 김수호는 수학은 잘하는데 혹시 수학마저 망치지나 않았는지 걱정되었다. 김영숙이나 한은주도 시험은 별로였던 것 같았다. 엄마는 나에게 한 약속대로 용돈도 올려주셨고 또 휴대전화기도 사주셨다. 그리고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 * * * * 방학 전에 내가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국어 선생님께서 나를 부르셨다. 국어선생님 : 정현이는 성적이 엄청 올랐네. 나 : 약간요. 국어선생님 : 지금부터 내가 너에게 시키는 대로 해야 해. .. 할 수 있지? 나 : 엄청 빡씬 것 아니면 할게요. 국어선생님 : 인간이라면 생각을 하기 마련이야. 생각을 할 때에는 체계적으로 똑바로 해야 하거든. 머리 속에서 생각한 것을 직접 글로 써보면 생각하는데 엄청 도움이 돼요. 그러면서 선생님께서는 일기 쓰듯이 매일 매일 아무거라도 좋으니까 내가 직접 쓴 글 하나씩을 집에 갈 때 자기 자리에 놓고 가라고 하셨다. 만일 국어선생님께서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엄청난 보복이 있기 때문에 나는 하라는 대로 해야만 했다. 깜빡 하는 날을 빼고는 글을 써서 선생님 자리에 놓고 갔다. 그러면 다음날 내가 도서관에 있으면 국어선생님이 나를 불러가셔서 내가 쓴 글 중에서 육하원칙에 맞는 문장과 맞지 않는 문장을 가려서 고치게 하셨다. 영어나 수학보다 국어가 엄청 어렵고 무시무시했다. 몇 일이 지나자 국어선생님께서는 나에게 시나 수필 읽게 시키셨다. 나중에는 날더러 직접 시나 수필을 쓰게 하시고 또 고치게 하시고 ... * * * * * 그런데 드디어 여선생님들과의 사건이 일어났다. 국어선생님께서는 방학 동안에 날더러 단편소설을 쓰라는 숙제를 나에게만 내준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이야기를 만들고 그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설정하고 또 강한 개성을 강조하여야 한다면서 날짜를 정해주셨다. 영어선생님께서는 나에게 <쌩 땍쥐베리>님의 <어린 왕자>를 매일 세 페이지씩 읽으라고 방학숙제로 주셨다. 두분 여선생님들 때문에 나는 방학 내내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해야만 했다. 김수호는 도서관에 나타나지 않았으므로 이런 숙제를 받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두 분이서 하라고 시키시는 것을 조금도 짜증을 부리지 않고 기분 좋게 매일 매일 착실하게 해냈다. 누나(= 영어 선생님) : 지금은 네가 불만이 많을 지 몰라도 네가 고등학교에 가서 공부해보면 아마도 이 누나들 생각이 많이 날거다. 국어선생님 : 너는 아마도 한평생 우리 둘을 잊지 못할 거야. 두 분의 말이 맞았다.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나는 따로 과와나 학원에 다니지 않고도 학교 도서관이나 동네 도서관에서 나 혼자 공부를 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도 나의 성적은 상위권에 있었다. 그래서 나는 자주 두 분을 생각했고 그분들께 고마워했다. 나는 두 분 선생님들과 적어도 일년에 두세번은 꼭 시내에서 만났다. 우리는 영화 보러도 같이 가고 또 식당에서 저녁도 같이 먹었다. 물론 대학생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고, 같이 만나면 술도 마시게 되었다. 내가 고2 때 국어선생님은 결혼을 하셨다. 그러나 영어 선생님은 내가 군에 가기 전까지도 결혼을 하지 않고 있었다. 또 두 분은 내가 군에 있을 때 면회도 오셨었다. 그런데 ...... 내가 군에 가기 얼마 전 어느 날 나는 아침 침대에서 내 옆에서 자고 있는 누나 (= 영어선생님) 를 보게 된다. 그 곳은 모텔방이었고, 그 때 우리 둘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다. 누나 : 자기야. .. 한번 더 해줄래? 나 : 아이~ .. 참나~ .. 술김에 일어난 사건을 어떻게 맨정신으로 또 하라고~!! 누나 : 이게 정말~!!? 이 부분에 대한 얘기는 여기서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다. 이 글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김영숙이니까. 이 누나도 내가 제대할 무렵에 결혼했다. * * * * * 여름 방학이 되자 김영숙은 나에게 산에 가자고도 하고 또 바다에 가자고도 했다. 나는 그럴 수 있는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다. 또 둘이 가면 사귄다든가 결혼한다는 말이 나올 것 같아서 꺼림칙 하기도 했다. 김영숙이 하자는 것을 내가 들어주지 않자 자기 혼자서라도 간다면서 사라졌다. 그래서 방학 때 우리는 자주 만나지 못했다. 방학 때에는 김수호도 학교에 오지 않으므로 어쩌다 한번씩 학교 앞에 있는 문방구에 와서 놀면서 도서관에서 나오는 나를 기다렸었다. 그는 이 동네로 일찍 와서 한은주랑 놀고 나서 문방구로 오는 것 같았다. 일주일에 한두번은 저녁때 김수호, 김영숙 그리고 한은주가 우리 집에서 모이고, 김영숙은 후라이팬을 들고 설치고, 또 김영숙은 한은주랑 으르렁 거리기도 했다. 그런데 한은주는 김영숙이 우리 집에 오는 것에 대해서 불만이 많은 편이었다. 한은주 : 그 계집애 오빠 집에 안오면 안돼? ... 재수없어. 나 : 왜? 한은주 : 둘이 사귄다며? .. 내 눈 앞에 알짱거리지 말라고~ 나 : 참나~ 한은주 : 오빠는 영숙이 어디가 그렇게 좋아? 나 : 영숙이랑은 사귀는 게 아니잖아? .. 걔랑 나랑은 오랜 친구 거든요~!!? 한은주 : 쪼끄만게 가슴이 어른처럼 커서 좋아하는 거지? 나 : 뭐가 어쩌고 어째? .. 네가 중1이니까 쪼끄만건 너야~!! 한은주 : 하긴.. 애가 얼굴도 쫌 예쁘고 몸도 좋고 .. 나 : 헐 ... 한은주 : 아무리 그래도 나보다는 아니지만 .. 헤헤~ 나 : 까불지 마~!! 한은주 : 오빠, 그거 모르지? .. 수호가 영숙이한테 대쉬했다가 딱지 맞었대. 나 : 대충 분위기는 눈치 챘어. 한은주 : 요새는 중3 여자애 쫓아다닌단다. 나 : 너랑 아니었어? 한은주 : 미쳤어? * * * * * 광복절날이었다. 그 날은 나도 도서관에 가지 않고 집에서 쉬고 있었다. 점심때 김영숙은 책가방에 책 대신에 라면을 몇개 넣어서 어깨에 메고 김수호랑 같이 우리 집에 왔다. 그런데 이 라면은 자기가 먹어본 라면 중에서 가장 매운 라면이라고 했다. 그리고는 우리 셋과 한은주네 세명 모두 여섯명이라면서 라면 다섯개를 끓였다. 김영숙의 말이 정말이었다. 식탁에서는 한은주나 동생들이 눈물을 흘리면서 재채기를 했다. 김영숙과 김수호는 밥을 말아서 먹으면서 이렇게 하면 덜 맵다고 했다. 나와 한은주도 그들을 따라서 했다. 라면을 먹는 자리에서 김영숙은 나에게 내일 하루 더 쉬면서 집 뒤에 있는 산에 가자고 했다. 김수호는 김영숙의 편을 들어주었다. 한은주도 한참을 생각하는 듯 하더니 가자고 졸랐다. 마치 내가 가지 않으니까 모두 가지 못하는 것처럼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오전에는 도서관에 갔다가, 점심 먹고 나서 오후에 가자고 했다. 김수호는 한참 더울 때라고 투덜거렸지만 김영숙은 괜찮다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러네 김영숙은 라면을 끓여서 식탁을 차릴 때에도 냉장고에 있는 반찬들을 꺼내서 마치 우리 엄마가 하는 것처럼 밥상을 차렸는데, 다 먹고 난 후에도 설거지와 뒷정리를 깨끗이 했다. 설거지를 끝내고 우리는 거실에서 TV 를 보는데 김수호는 한은주 동생들을 데리고 놀이터로 놀러 나갔다. 그런데 저녁때가 되자 김영숙이 화장실에 다니기 시작하더니 아까 라면 먹은 것이 잘못 됐다면서 설사가 계속 나온다고 했다. 김영숙이 화장실에 간 사이에 한은주는 고소하다면서 <쌤통> 이라고 했다. 저녁때가 돼서 그 날은 엄마도 일찍 오셨다. 엄마는 라면 먹은 얘기를 들으시더니 설거지를 누가 했느냐고 물으셨다. 우리 엄마 : 깨끗이 한 것을 보니까 은주나 정현이는 아니고 ... 김영숙 : 어머니, 제가 했어요. 한은주 : 저게 우리 고모한테 왜 어머니라고 불러? 김영숙 : 야~!! .. 내 자기의 엄마면 나한테도 엄마거든~!! 우리 엄마 : 뭐야? .. 내 자기? .. 호호호~ 엄마는 김영숙의 등을 쓰다듬다가 툭툭 치면서 한참을 웃으셨다. 그리고는 나와 김영숙을 번갈아가며 쳐다보시더니 우리 엄마 : 정현이 너도 영숙이 엄마한테 내 자기 엄마라고 했니? 나 : 나는 영숙이 엄마를 아직 뵌 적이 없어요. 우리 엄마 : 자기라고 부르려면 두 사람이 학교 성적이 비슷해야 해~!! 김영숙 : 어머니, 이번에는 안그런데 다음 시험에서는 꼭 그렇게 할께요. 우리 엄마 : 그 약속 지키지 않으면 정현이는 영숙이랑 더 이상 만나면 안돼. 나 : 알았어요. 한은주 : 지가 무슨 재주로 우리 오빠 만큼 공부를 잘하겠다고 ... 쯧쯧쯧 다음날 오후에 우리 다섯 명은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한은주는 동생들을 데리고 가야 하기 때문에 빨리 갈 수가 없었다. 김수호는 김영숙과 빨리 걸어갔고, 나는 한은주의 속도에 맞춰서 갔다. 내가 한은주를 좋게 보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한은주는 마치 자기가 엄마인 것처럼 동생들을 잘 돌본다. 동생들은 일하는 엄마 대신에 한은주랑 같이 잘 지낸다. 물론 툭하면 동생들을 두들겨 패가면서 ... 그래도 한은주는 참 착하다. 산에 올라가다 보면 중간에 제법 큰 바위가 있다. 그런데 한은주의 남동생 한현수가 그 바위 위에 올라서고 싶어했다. 나나 한은주는 위험하다고 한현수를 말렸다. 그런데 김수호는 자기가 붙잡아 줄 테니까 한현수에게 올라가라고 했다. 김수호가 현수를 붙잡아 주고, 한현수는 한걸음씩 조심스럽게 올라가고, 또 그것을 김영숙은 지켜보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바위 꼭대기까지 올라간 한현수는 기분 좋다고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는 내려오기 시작했다. 거기서 김수호의 손을 붙잡고 내려오다가 발이 미끄러졌다. 그래서 한현수는 순식간에 아래로 굴렀다. 그런데 김영숙이 재빨리 한현수에게로 덤벼들었다. 그 바람에 김영숙은 바위에 머리를 부딪치면서 넘어지고 김영숙의 몸 위로 한현수가 엎드린 꼴이 되었다. 한현수가 무사한 대신에 김영숙의 앞이마가 긁히면서 피가 났다. 나와 한은주가 걱정하면서 김영숙을 일으켜 세웠다. 나는 걱정스럽게 김영숙의 이마에 난 상처를 보면서 어느 정도인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때 내 표정이 무척 심각했었다. 김영숙은 나에게 말했다. 김수호 : 나 때문에 .. 미안해. 김영숙 : 현수 멀쩡하지? .. 난 괜찮아. 나 : 수호가 있었는데 어쩌자고 네가 그랬어? 김영숙 : 왜그래? ... 자기 동생이면 내 동생도 되잖아? 한은주 : 야~!! ... 네가 왜 우리 오빠 자긴데? 김영숙 : 바보~!! .. 우리 둘이는 결혼할 꺼거등요~ 한은주 : 기가 찬다 .. 쪼끄만 게 못하는 소리가 없어. 김영숙 : 쪼끄만 건 너지~!! .. 중 1이잖아~!!! 한은주 : 오빠가 하는 소리 그대로 하네 .. 너네 둘이 진짜로 사귀냐? 우리는 우리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약 상자를 들고 왔지만 그 많은 약 중에서 어느 약을 발라야 하는가를 몰랐다. 김수호가 덤벼들어서 빨간 약을 바른 후에 밴드를 붙이면 된다고 했다. 김영숙 : 웃겨~ .. 숙녀의 이마를 시뻘겋게 하라고? 김영숙이 무슨 연고를 꺼내더니 그 연고를 짜서 거울을 보면서 상차에 발랐다. 밴드는 하니 말라고 했다. 그날 저녁에 모두 집에 가고 나서 한은주가 나에게 말했다. 한은주 : 제법 앙큼해. .. 그 나이에 무슨 결혼이야? 나 : 아직 철모르고 하는 소린데 뭘 그렇게 생각하냐? 한은주 : 오빠는 철모르고 결혼하냐? 나 : 결혼한다는 말 내가 한 것이 아니거든~ 한은주 : 그러니까 영숙이가 철모르는 것이 아니라고. 문제는 그 다음날 부터 시작되었다. 김영숙은 꼭 우리 집으로 와서 나를 데리고 우리 학교의 도서관으로 가는 것이다. 그리고는 내 옆에서 하루 종일 공부를 한다. 또 저녁때에는 우리 집으로 나랑 같이 가서 저녁을 먹는다. 집으로 갈 때에는 날더러 자기네 집에까지 바래다 달라고 했다. 김영숙 : 내가 자기 엄마 마음에 들기 위해서야. 그 당시에 우리 학교 도서관으로 공부하러 오는 사람들은 우리 학교 학생들 뿐만 아니라 동네 사람들도 오도록 개방되어있었다. 그래서 김영숙도 언제든지 올 수 있었다. 김영숙은 애교가 많다. 집에서 먹을 것을 갖고 와서 국어선생님이나 영어선생님께 조금씩 드리기도 한다. 또 두분 선생님을 졸라서 점심이나 저녁을 사도록 만들기도 한다. 김영숙은 나랑 친한 것 보다는 여선생님 두 분과 훨씬 더 친해져 갔다. 그 해 여름방학에 나는 정말 정신 없이 바쁘게 시간을 보냈다. * * * * * 방학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김수호 : 너 정말 김영숙이랑 사귀냐? 나 : 나는 그럴 마음 없어. 김수호 : 그럼 어쩔래? .. 여기 저기 다니면서 너랑 결혼하겠다고 말하고 다니는데. 나 : 냅둬. .. 그러다 지치면 안하겠지. 김수호 : 너한테 다른 여친이 안생길껄~ 나 : 여친 .. 필요도 없는걸~ 어느 날 도서관에서 집에 가면서 김영숙도 내게 물었다. 김영숙 : 너랑 김수호랑 사귀냐? 나 : 돌았어? 김영숙 : 왜 둘이 같이 자는데? 나 : 내가 재워주지 않으면 어디서 자냐? 김영숙 : 네가 재워주니까 집에를 안들어 가잖아. 나 : 우라 엄마랑 걔네 엄마랑 서로 전화연락을 자주 해. 김영숙 : 아무리 그래도 .. 그거 정상 아니야. 나 : 잠시 방황하는 것 아니겠어? .. 나쁜 길로 빠지지 않으면 된 거지. 김영숙 : 한동안 안보이면 걱정 안되니? 나 : 수호는 나쁜 짓을 하고 다닐 애가 아니거든. 김영숙 : 요새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던데 ... 나 : 좋은 일 아니야? 김영숙 : 그게 .. 그 교회에 다니는 여자 때문에래. .. 나쁜 놈~!!! 나 : 헐~ 그 얘기를 하고 난 얼마 후에 영숙이가 우리 집으로 오지도 않고 또 도서관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내 휴대전화기로 연락도 없었다. 처음에는 궁금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가자 궁금한 생각도 없어졌다. 그리고 개학이 되었다. 김수호도 학교에서나 문방구에서 보이지 않았다. 김영숙도 독서실에도 도서관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개학 후에 국어선생님과 영어선생님은 영숙이에 대해 물으시면서 나를 놀리셨다. 누나 (= 영어선생님) : 그러니까 있을 때 잘해주지. 국어 선생님 : 정현이는 여자를 어떻게 대하는 줄을 아직 모르나 봐. 누나 (= 영어선생님) : 우리한테는 잘 하는데? 국어 선생님 : 정현이 눈에 우리가 여자로 보이기나 할까? 누나 (= 영어선생님) : 하긴 ... 에휴~ 집에서도 한은주가 김영숙이 행방불명이 된 것에 대해서 내게 물었다. 한은주 : 앓던 이가 빠진 것 같기는 한데 .. 나 : 말 참 예쁘게 하네. 한은주 : 싸웠어? 나 : 내가 할 일이 그렇게도 없냐? 한은주 : 하긴 .. 오빠 주제에 걔랑 절대 못 싸우지 ... 나 : 요게!?? .. 내 주제가 어때서? 나는 김수호네 집은 모르지만 김영숙의 집은 알기 때문에 가볼까도 생각했지만 내 공부가 더 급하다고 생각했다. 국어선생님께서 시키신 단편소설이 끝나지 않았고 어린 왕자도 아직 다 읽지 못했다. 개학을 했는데도 이 두 선생님은 봐주는 것이 전혀 없다. 나에게는 이 두 가지를 빨리 마무리를 지어버려야겠다는 마음 뿐이었다. 드디어 두 가지가 모두 끝났다. 여선생님 두 분은 축하한다면서 나에게 저녁을 사주셨다. 국어선생님 : 잘하건 못하건이 문제가 아냐. 영어선생님 : 한번 시작한 일을 끝까지 한다는 것이 중요해. 국어선생님 : 앞으로 살다 보면 더 좋은 것을 한다면서 하던 일을 중단하는 일이 많아져. 영어선생님 : 그것도 끝까지 하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거든. 국어선생님 : 더 좋은 일을 하는 것은 먼저 시작한 일을 일단 끝내고 나서 해도 늦지 않아. 영어선생님 : 끝내고 나서 그 다음 ... 알았죠? 국어선생님 : 이거 하다가 저거 하다가 하는 것은 망하는 지름길이야. 저녁 먹는 자리가 아니라 두 선생님이 쏟아 붓는 말을 듣는 자리였다. 그 다음 날이 되자 김수호도 또 김영숙이 궁금해졌다. 나는 수호네 반 교실로 찾아갔다. 그런데 내가 들어가자 수호는 밖으로 나가버리는 것이었다. 수호가 지금 나를 피하는 것이 아닐까? 내가 한 것이 없는데? - 잘한 것도 또 잘못한 것도 ... * * * * * 그렇게 몇 일이 갔다. 그 주의 토요일 저녁에 나는 도서관에서 공부를 끝내고 집으로 가려고 하는데, 밖에는 비가 엄청 퍼붓고 있었다. 선생님들은 나에게 조금 더 기다렸다가 비가 덜 오면 가라고 하셨지만 나는 배가 고팠고 또 머리도 지끈거려서 집에 간다고 하고 인사를 드리고 일어섰다. 도서관의 선생님들 자리 뒤쪽에는 우산이 몇개가 항상 있었는데 영어선생님께서 나에게 커다란 우산을 내주셔서 그 우산을 쓰고 나 혼자서 교문 밖으로 걸어서 나오고 있었다. 우산을 썼는데도 내 몸은 금방 젖을 정도로 비가 많이 왔다. 그런데 교문 바깥 쪽에 누군가가 우산을 쓰고 서있는 것이 보였지만 비 때문에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 사람이 나를 부르는 것 같았다. 김영숙이었다. 김영숙은 작은 우산을 쓰고 있었는데 온몸은 거의 젖어있었다. 머리에서 물방울이 얼굴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쓰나마나한 우산 .. 김영숙은 그거나마 제대로 쓰지 않고 있었다. 빗소리가 워낙 컸기 때문에 우리는 큰 소리로 이야기를 해야 알아들을 수 있었다. 나 : 오랫만이야~!! 김영숙 : 잘 있었어? 나 : 그 동안 안보이더만? 김영숙 : 보고 싶지는 않았고? 나 : 응? .. 보고? .. 싶었나? .. 하하~ 나는 영숙이에게 우리 집으로 가자고 했으나 김영숙은 분식집으로 가자고 했다. 비를 피하자는 생각에서 나도 김영숙을 따라갔다. 테이블에 앉아서 떡볶이와 오뎅을 먹으면서 김영숙은 내 눈을 피해서 천정을 보거나 창밖을 내다보기도 했다. 나는 배가 많이 고팠으므로 더 달라고 해서 열심히 먹었다. 김영숙의 교복 윗도리가 비에 젖었는데 속에 입은 반팔 티셔츠에 있는 체크무늬가 고스란히 비쳐보였다. 김영숙은 머리도 젖고 치마도 젖었다. 한참을 조용히 있던 김영숙이 입을 열었다. 김영숙 : 점심 안먹었니? 나 : 아침을 늦게 먹어서 ... 김영숙 : 속 다버린다. .. 밥은 먹어가면서 공부해야지. 나 : 주말에는 늦게 일어나니까. 김영숙 : 말해봐. .. 나 안보고 싶었어? 나 : 거의 매일 보다가 안보였잖아? .. 보고 싶었어. 김영숙 : 걱정도 했어? 나 : 너는 김수호가 아니잖아 .. 걱정은 안했어. 김영숙 : 어디 아플꺼라는 생각도 안했고? 나 : 아니. .. 왜? .. 어디 아팠니? 김영숙 : ..... 나 : 왔으면 도서관으로 올라오지 왜 비맞고 서있었어? 김영숙 : ..... 김영숙은 말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기는 있었던 것 같은데 김영숙이 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 나 : 너 감기 걸리겠다. .. 이제 그만 가자. 나는 우리가 먹은 것을 계산하고 김영숙과 함께 그 가게를 나왔다. 그런데 정문 앞에 있는 문방구를 얼핏 봤는데 김수호가 거기에 있는 것 같았다. 자세히 보이지 않았으므로 나는 김영숙에게 집으로 가자고 했다. 김영숙은 옷이랑 다 젖었다면서 집으로 가겠다면서 헤어지자고 했다. 나는 집 대문 앞에까지 데려다 주고 싶었으나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 그냥 집으로 갔다. 그 날은 엄마가 집에서 아빠랑 또 한은주네 랑 같이 고기 구워 먹는다고 일찍 오라고 말씀하신 날이었다. 시간은 이미 늦었기 때문에 서둘러서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갔다. 굵은 비는 더 이상 내리지 않고 보슬비 정도였다. 나는 걸음을 빠르게 하고 싶었다. 빨리 이 도로를 벗어나고 싶었다. 이 도로 건너편에 있는 골목길로 해서 지름길로 가고 싶었다. 이 커다란 우산을 접을 수는 없었다. 그냥 인도에서 차도로 내려섰다. 길을 건너기 위해서였다. 나에게는 길을 건널 생각 밖에는 없었다. 길을 건너야만 했다. 빨리 급하게 집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 * * * * * 한참 있다가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머리가 쪼개지는 듯이 아팠다.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엄마와 아빠의 모습이 보였다. 엄마는 내 다리 쪽에 앉아계시고 아빠는 내 옆에 의자에 앉아계셨다. 둘이서 마주보고 낮은 소리로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엄마와 아빠를 부르고 싶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나는 다리로 밀면서 엄마의 몸을 건드렸다. 엄마가 고개를 돌려서 내 다리 쪽을 보셨다. 아빠가 벌떡 일어나시더니 내 다리를 그리고는 급하게 내 얼굴을 들여다보셨다. 나는 눈을 깜박거렸다. 아빠 : 여보~!! .. 정현이 깨어났어. 엄마 : 어이구우~ .. 정현아~!! 그런데 엄마에 가려져있었던 김영숙도 내게로 왔다. 김영숙 : 자기야~ .. 엉어엉~ 김영숙이 울어대는 바람에 엄마와 아빠는 김영숙을 댈래야만 했다. 내가 있는 곳은 병실이었다. 나는 토요일에 김영숙과 헤어져서 길을 건너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나는 길바닥에 쓰러졌고 그 차는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리려고 했다. 문방구에서 우리를 보고 있던 김수호가 나서서 두 필을 벌리고 그 차 앞을 가로막고 섰다. 그래서 김수호도 길바닥에 쓰러졌다. 차는 그제서야 멈추었다. 김영숙은 소리를 지르며 쓰러져있는 내게로 달려왔고 문방구 주인 아줌마는 그 차의 번호를 적고 전화로 119를 불렀다. 곧 경찰과 119가 도착했고 나와 김수호는 지금 OO병원에 입원해있다. 나는 24시간이 넘어서야 깨어났고, 나는 등척추의 12번째 마디가 손상이어서 몸을 쓸 수가 없었다. 김수호는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하지만 몇 가지 검사를 더 받아야 한다고 했다. 나와 수호는 각각 독방을 쓰고 있다. 내가 깨어난 것을 알고 김수호가 자기 엄마와 누나와 함께 내 방으로 건너왔다. 김수호는 이제 내 생명의 은인까지는 아니지만 그 정도로 내게 엄청 고마운 애이다. 김수호의 누나는 고2 였는데, 나라는 애를 한 번쯤 보고 싶었다면서 내 손을 잡아주었다. 김수호는 일주일 만에 퇴원을 했다. 그러나 나는 허벅지에서부터 목까지 윗몸을 깁스로 싸고 두 달을 입원해 있었다. 추석도 병원에서 보냈다. 깁스를 풀고 퇴원하면서도 나는 코르셋형 깁스를 해야만 했다. 내가 입원해 있는 동안에 김영숙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같이 나에게 왔다. 올때마다 김영숙은 울면서 또 흐느끼면서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또하고 ... 김영숙 : 그날 내가 널더러 바래다 달라고 했어야 했는데 .. 흑흑~ 김영숙 : 정현아~! .. 자기야~!! .. 나를 용서할 수 있겠니? ..흑흑~ 김영숙 : 그 날 내가 그 빗속에 자기에게 가는 것이 아니었는데 .. 흑흑~ 김영숙 : 우리 자기~!! .. 만일 이대로 못일어나면 어떻게 하냐~!! .. 흑흑~ 김영숙 : 용서하지마~!! .. 절대로 나를 용서하지 마~!! .. 흑흑~ 이런 말을 하면서 김영숙이 울 때마다 내가 김영숙에게 엄청 미안했다. 그 날 내 기억에 있는 대로라면 내가 길을 건넌다고 서둘렀고, 비 때문에 차가 오는 것을 잘 보지 못했다. 그 차는 학교 앞이고 비가 오는 중이었는데도 과속으로 질주하다가 사고를 냈다. 김영숙은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 오히려 사고 난 그 자리에서 나를 보살피고, 병원에 실려올 때 내 물건을 챙겨서 같이 오고 또 우리 집에 연락까지 해 준 김영숙이 나에게는 매우 고마웠다. 도대체 김영숙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날더러 용서를 하고 말고 하라는건지 ... 내가 낮잠을 자거나 아니면 저녁때 잠시 자고 있을 때에 김영숙이 오기도 한다. 김영숙이 병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에 나는 잠이 깬다. 그러나 모르는 척 하고 눈을 뜨지 않고 계속 자는 척을 하고 있다. 그러면 영숙이는 내 손을 꼬옥 잡고 다른 손으로 내 이마와 얼굴을 쓰다듬는다. 내 뺨에 영숙이의 따스한 뺨을 대고 가만히 있기도 한다. 내 이마와 뺨에 또 눈에 부드러운 입술로 키스를 하기도 한다. 내 입술에 자기 부드럽고 따뜻한 입술을 살짝 대고 있기도 한다. 내 입술 하나를 자신의 두 입술 사이에 넣고 살짝 빨아보면서 자기의 입안에 들어가 있는 내 입술을 자기의 혀로 살살 쓸어보기도 한다. 자신의 따뜻한 혀를 꺼내서 내 입술을 좌우로 스치고 가기도 한다. 자신의 혀로 내 입술을 갈라서 열고 자신의 혀를 내 입 안에 넣어보기도 한다. 그럴 때에는 나도 모르는 척 하고 김영숙의 입술이나 혀를 몇번 빨아준다. 또 내 손 하나를 꼬옥 붙잡고 자기 가슴에 얹고 지긋이 누르기도 한다. 그러나 내 손에 느껴지는 것은 영숙이의 가슴이라기보다는 그녀의 브라였다. 이럴 때에는 우리 두 사람의 숨이 약간 거칠어진다. 내가 참고 있던 신음이 조그맣게 새나가기도 한다. 살짝 실눈을 뜨고 김영숙을 바라보면 그녀의 뽀얗던 얼굴에 붉은 꽃이 피어있다. 한은주는 일요일에 오기는 오는데, 올 때마다 동생들을 모두 데리고 오기 때문에 조금 있다가 바로 갔다. 두 여선생님도 일주일에 두세번씩은 꼭 왔다. 영어선생님은 영어로 된 책을, 또 국어선생님은 수필집과 소설책을 가져오셨다. 국어선생님 : 책을 워낙 읽지 않으니까 이렇게 해서라도 하나님께서 너에게 책 읽을 시간을 주시는 것 같다. 영어선생님 : 매일 보다가 안보니까 보고 싶지? 이 누나가 얼마나 착하고 예쁜 누나인지 몰랐지? 이번 기회에 잘 깨달으세요. 김수호도 거의 매일 왔다. 그는 요새는 매일 집에 잘 들어간다고 했다. 나 : 그 때는 왜 집에 안갔었어? 김수호 : 가면 뭐해? .. 그 다음 날 또 와야 하는데 .. 나 : 인간에게는 귀소본능이라는 것이 있다던데 .. 김수호 : 나는 인간이 아니었나? .. 나 .. 방랑시인 김삿갓 좋아하거든? 나 : 노숙자 할래? 김수호 : 지금은 말고 .. 어른이 되면 꼭 해보고 싶어. 그러나 김수호는 자기가 한 이 말을 지키지는 않았다. 나는 엄마와 아빠가 내 옆에서 나를 사랑해주는 것이 고마웠다. 나를 아껴주시는 두 여선생님들이 내 옆에 있는 것도 고마웠다. 자기에게 올 위험을 무릅쓰고 내 일에 뛰어든 김수호가 내 친구라는 것도 고맙다. 나는 아니라고 하지만, 나랑 사귀고 또 결혼하겠다는 김영숙이 옆에 있는 것도 고맙다. 한은주가 내 여동생 아닌 여동생인 것도 고맙다. 내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있어서, 내가 그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또 내가 그들을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내게는 참 고마운 일이다. 이런 고마운 사람들을 한명씩 한명씩 생각하면 Eres tu 라는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또 듣지 않아도 내 가슴이 울컥 하면서 눈에서는 눈물이 흐른다. * * * * * 병원에 있는 동안 책도 읽고 공부도 했다. 중간고사는 퇴원 전에 있었기 때문에 중간고사는 칠 수 없었다. 퇴원해서는 수업도 따라갈 수 있었고 또 기말시험도 칠 수 있었다. 내 성적은 입원 전과 같아졌다. 그러나 한번에 오랜 시간을 앉아서 공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앉아서 공부하다가 누워서 쉬다가 다시 일어나 앉아서 공부하고 ... 수업시간에도 앉아있다가 힘들면 양호실 침대에서 누워야 했다. 이제는 도서관에도 독서실에도 공부하러 갈 수 없었다. 수업이 마치면 도서관에 올라가서 선생님들께 인사를 하고 집으로 갔다. 집에 가서 혼자서 공부를 하다 보면 김영숙이 학교 끝나고 우리 집으로 온다. 주방에 있는 의자를 갖다 놓고 내 옆에 앉아서 공부를 한다. 저녁때가 되면 우리 엄마처럼 밥을 차려놓고 나를 데리고 나간다. 내가 밥을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혼자서 설거지와 정리를 깨끗하게 한다. 나는 그냥 테이블에 앉아서 그러는 김영숙을 바라보아야 한다. 김영숙은 내가 돕는 것을 절대로 못하게 한다. 만일 한은주가 내 옆 자리에 앉아있으면 한은주에게는 무엇을 시켜도 시킨다. 김영숙 : 언니가 일하는데 감히 ... 한은주가 동생들과 같이 놀이터로 나가면 김영숙은 나를 억지로 침대에 눕게한다. 그리고는 머리맡에 앉아서 조용히 내 얼굴을 들여다 본다. 그런데 내가 자고 있지 않고 깨어 있을 때에는 뽀뽀나 키스를 해주지는 않는다. 한은주는 동생들을 데리고 놀이터로 나가면 금방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는 우선 내 방부터 검사한다. 물론 김영숙과 나를 째려보는 한은주의 눈길이 예사롭지는 않다. 김영숙이 아픈 나를 돌봐주므로 한은주도 이제 딱히 할 말은 없다. 그러나 불만은 여전했다. 이렇게 나 윤정현의 중 2가 갔다. * * * * * 중2 겨울 방학이 되자 여선생님 두 분은 나에게 중3 공부를 시키셨다. 그 덕분에 중3 때에는 내 성적이 전교 10등 밖으로 내려가는 일은 없었다. 집에서는 한은주 엄마의 부탁으로 한은주에게 공부시키는 일도 하게 되었다. 이 때 한은주와의 일들은 앞에서 이미 언급했으므로 이 글에서는 생략한다. 그런데 한은주의 집안과 김영숙의 집안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내가 내 용돈을 김영숙과 한은주에게 고스란히 나누어 줄 때도 있었다. 이럴 때에는 엄마가 눈치를 채시고 나에게 돈을 따로 더 주신다. 나는 인문계 고등학교로 갔지만 김영숙은 자기가 빨리 돈을 벌어야 한다면서 전문계 (과거 : 실업계)고등학교로 갔다. 김영숙 : 우리 학교에도 진학반이 있거든. 내가 정 대학에 갈 마음이 생기면 불가능 하지는 않아. 이렇게 고등학교에서 길이 갈라지자 우리는 중학생 때처럼 자주 만나지 못했다. 어쩌다 한번씩 만나면 선배들이 동아리 활동을 강요하다시피 하기 때문에 공부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아마도 김영숙은 얼굴과 몸매가 뛰어난 편이기 때문인 것 같았다. 김영숙은 그래도 우리 학교 앞에 분식집에 자주 나타나는 편이었다. 우리가 만나면 내가 튀김, 떡볶이, 오뎅, 순대 등으로 김영숙을 배부르게 먹여서 보냈다. 김영숙 : 내가 오지 않으면 너도 안 먹고 공부만 하지? 네가 이러니까 내가 걱정돼서 여기까지 안 올 수가 없어요. 어쩌다 내가 집에 있는 일요일이면 김영숙이 나에게 올 때도 있다. 김영숙은 집전화로 전화를 걸어오지만 주로 그 전화는 한은주가 받는다. 내가 집에 있는데도 한은주는 내가 도서관에 아니면 학교에 갔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러면 김경숙은 다시 내 휴대전화기로 전화를 한다. 내가 아직 집이라고 하면 기다리라고 말하고 내게로 온다. 김영숙 : 밥을 따뜻하게 먹고 공부해야지. 야~!! .. 한은주~!! .. 너는 언제 오빠한테 밥 차려 줄래? 한은주 : 네가 안 오면 다 내가 하거든~ .. 괜히 와서 난리야~!! 김영숙은 밥과 국을 차려주어서 나에게 나가기 전에 밥을 먹게 한다. * * * * * 우리가 고 2 때 나는 다른 여학생을 사귀게 되고 김영숙이 그것을 알게 되었다. 토요일 저녁에 내가 막 사귀기 시작한 그 여자애랑 종로에서 길을 가고 있었는데 반대쪽에서 나를 향하여 오고 있던 김영숙과 완전 우연히 만났다. 그런데 김영숙은 나를 외면하고 그냥 지나갔다. 얼굴 표정에 살기가 돋는 듯 했다. 그 다음날 일요일 아침에 내가 나갈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한은주가 고1 인데, 학교에서 체험학습을 간다고 어디 가고 나 혼자 있었다. 그런데 김영숙이 나에게 전화를 하고 우리 집으로 왔다. 나는 지은 죄가 있으므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처분만 바라고 있었다. 그날도 김영숙이 차린 밥을 둘이 마주 앉아서 같이 먹었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치마와 민소매 나시에 얇은 가디건을 입었는데 이제 김영숙은 완전 대학생 아니면 어른과도 같았다. 나는 양치를 끝내고 내 방에 앉아서 공부하러 나갈 책들을 가방에 넣고 있었다. 김영숙이 내 방에 들어왔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까 얼굴에 화장을 약간 했다. 나 : 화장했니? 김영숙 : 예뻐? .. 자기한테 오는데 예쁘게 하고 와야지. 나 : 참나~ .. 김영숙 : 어제 그 여자애 누구였어? 나 : 잠시 서점에 같이 갔다가 오던 ... 김영숙 : 시끄러워~!!! ... 어딜 거짓말을? 나 : 정말 서점에서 책 샀는데? 김영숙 : 거기가 종로 4가였는데? .. 책방에서 지하철로 한정거장 떨어진 곳이었잖아? 나 : 쫌 멀리까지 걸었나? .. 헤헤~ 김영숙 : 책방에서 나오면 그렇게 눈꼴사납게 팔짱을 끼고 나오냐? 한은주와는 달리 김영숙은 이렇게 일단 먹여놓고 나서 잡는다. 그런데 김영숙이 내 입에 키스를 해왔다. 김영숙 : 불안해서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모르겠어. 김영숙은 중학교 2학년 처음 만났을 때에도 가슴이 큰 편이었다. 지금은 완전 어른 가슴이다. 키스하면서 그 큰 가슴을 내게 밀어붙였다. 내 손을 옷 안으로 넣어서 내가 가슴을 만졌는데 브레지어도 없었다. 그날 김영숙은 나를 데리고 내 침대로 갔다. 그리고 우리는 해서는 안될 일을 했다. 김영숙 : 나중에 결혼하고 나서 하나, 지금 하나, 그게 그거 아니야? 나는 내가 그런 사진이나 동영상을 본 적은 있어도 김영숙과 실제로 그렇게 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다. 영숙이는 처음 격는 일이라면서 이를 악물고 눈물을 찔끔거리면서 일을 치뤄 냈다. 나나 김영숙이나 둘 다 처음이어서 우리는 정말 바보처럼 해치웠다. 김영숙의 치마와 속옷에는 붉은 얼룩이 묻어있었다. 나는 그 날 도서관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휴대폰도 꺼놓고, 김영숙을 안고 오후 3시 까지 침대에서 나오지 않았다. 영숙이가 워낙 아파해서 그랬지만 사실은 벗은 영숙이의 몸이 너무 부드럽고 따뜻해서 그녀의 몸에서 떨어지기가 싫었다. 감영숙 : 내가 사랑한다는 말을 이제는 믿을 수 있겠니? 나 : 내가 믿지 않은 적이 없는데? 김영숙 : 그런데도 너는 여자애들이랑 그러고 다니니? 나 : 미안해. 김영숙 : 이제 나 임신할거야. .. 알아서 해. 나 : 뭐??? 김영숙 : 아빠가 되면 그러지 않겠지 .. 아기를 봐서라도. 나 : 야아아~!!!! 감영숙 : 너 오늘 콘돔 사용했니? .. 안에다가 사정했잖아? 나 : 맞네 ... 김영숙 : 이 상에는 자식들에게 부끄러운 짓을 하고도 부끄러워 할 줄 모르는 뻔뻔한 아빠들이 얼마나 많은 줄 모르지? .. 그러면서 애들 앞에서 무게 잡고 큰소리 막 쳐대고 ... 내 남편 될 남자는 안 그러기를 바래. 아기 앞에서 부끄러워 할 짓은 아예 하지를 말고, 아기에게 떳떳하게 얼굴을 보여줄 수 있어야, 그 아기에게 <아가야, 사랑해> 라고 말을 하면 그 말이 거짓말이 아니잖아? 김영숙은 아주 긴 얘기를 하면서 내 마음을 무겁게 했다. 또 어제 나와 마주치고 나서, 밤에는 잠을 설치고 고민을 계속했다고 말했다. 김영숙 : 이제 한 여자를 가졌으니까 다른 여자 쳐다보지 마세요. 이제 공부나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가. 그래야 나중에 마누라나 자식 굶기지 않죠. 이렇게 어이없게도 어느 여름날 일요일에 우리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우리 나름대로는 우리의 중요한 첫경험을 우리의 힘으로 해결해냈다. 임신에 대한 얘기는 김영숙이 거짓말로 꾸며댄 이야기였다. * * * * * 김영숙에게는 나이가 많은 오빠가 있었는데, 그 오빠가 작년에 군에 갔다. 가을에 그 오빠가 부대에서 사고가 나서 그 오빠가 목숨을 잃고 국립묘지에 묻혔다. 김영숙은 울었다. 우리 집에서도, 길에서도, 나와 같이 국립묘지에 가서도 .... 김영숙은 넋을 놓고 머어엉하니 앉아 있든가 아니면 울든가 ... 김영숙 : 내가 믿었던 사람이 딱 두명이 있었어. 그 한 명은 오빠였어. .. 그런데 이 오빠가 이렇게 가버렸네. 또 한명은 너였어. .. 그런데 너도 나보다는 아영이랑 더 사랑한다며? 이제 나는 누구를 믿고 살지? .. 흐흑~ .. 엉~어엉~어엉~ 겨울이 끝나고 우리는 고 3이 되었다. 그 때 간암을 앓고 있던 김영숙의 아버님도 봄이 되자 돌아가셨다. 김영숙의 엄마는 어려워진 살림을 혼자서 더 이상 버텨내지 못하고 정리해서 빚잔치를 한 후에 시골 어디론가로 이사 갔다. 자기 엄마를 저렇게 혼자 내버려 둘 수 없다면서 김영숙도 같이 갔다. 그녀는 가기 전날 밤을 나와 함께 보냈다. 김영숙 : 자기가 대학에 들어가면 나 자기한테 꼭 다시 올께. 내가 아침 밥 안차려 주면 밥도 걸르고 학교 다닐꺼잖아? 대학생이랍시고 허구헌날 술 마시고 또 이여자 저여자 막 건드릴거고 .. 내가 없으면 안되겠지? 나 : ...... 김영숙 : 내 부탁 한가지만 들어줄래? 나 : 응. .. 뭐야? .. 내가 할 수 있는 거야? 김영숙 : 이 세상에서 자기 말고는 아무도 할 수 없는 거야. 나 : 그럼 목숨 걸고라도 해 줄께. 김영숙 : 목숨은 .. 누가 죽으래? 나 : 알았으니까 말해보세요. 김영숙 : 정현이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 나한테서 아영이라는 애한테로 자기 마음이 가버렸다는 것 .. 내가 알아. 그래도 나한테 딱 한번만 말해줄래? .. 거짓말이라도 좋아. 나는 아직 너한테 이 말을 들어본 적이 없어서 그래. 그런데 엄청 듣고 싶거든. 나 : 알았어. .. 영숙아. .. 사랑해. .. 정말 .. 진심으로 사랑해. 김영숙 : 자기야... 흐흑~ ,, 고마워. .. 흐흑~ 나도 자기 사랑해. .. 흐흑~ 지금까지 자기 말고는 다른 누구도 사랑해본 적이 없어. 김수호랑 위험할 뻔은 했었는데 내가 이를 악물고 걷어찼어. 앞으로도 나는 자기 말고는 누구도 사랑하지 않을 거야. .. 흐흑~ .. 어어엉~ 나 : 울지 마. 김영숙 : 도대체 내가 왜 태어났니? .. 흐흑~ .. 어어엉~ 내가 왜 너를 알게되고, 너를 사랑하고, 네가 내 남편 될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