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절망 - 5부
내가 사랑한 절망
기술자가 처음으로 질문을 던진 것은 이미 200개가 훌쩍 넘는 음모가 뽑힌 뒤였다.
"자, 이 시점에서 100개짜리 질문이야. 잘 대답해. 자위 할 때, 주로 어떤 상상을 하지?"
진아는 덜컥 긴장을 느꼈다. 100개짜리라니, 얼마나 아플지 상상만 해도 두려웠다. 이 질문을 어떻게 답해야 할지 짧은 시간에 만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흐흑...저... 그게 일정하지는 않은데...주로 강간을 당하는 상상을 해요"
"3개 뽑고 더 구체적으로"
"아... 제발..."
대식가가 발끈하면서 "야 이년아, 내가 뭉탱이로 뽑아주랴!"라고 말했다. 결국 진아는 세개의 털을 대여섯번의 시도 끝에 뽑고 울음 섞인 말을 이었다.
"낯선 남자가 제 옷을 찢고 때리기 시작하면, 제가 반항을 하지만 이내 포기하고 몸을 맡겨요. 그리고 시키는 것을 어쩔 수 없이 하면서...."
"뭘 시키지?"
"그게...예를 들어 자신의 것을 빨게하거나"
"것? 것이 뭔데?"
"그러니까... 그.. 고, 고추..."
일동이 크게 웃었다.
"킥킥 야! 애기냐? 고추가 뭐야! 자지라고 불러라 자지!"
대식가가 큰 목소리로 얘기했지만 기분은 크게 나빠보이지 않았다. 진아는 재빠르게 정정했다.
"자지를 빨면서 매를 맞거나 해요. 그러면서 저도 기분이 좋아지면서..."
"좋아지면서?"
"결국 강간을 당하게 되는 상상을 해요..."
"아, 짧은데? 성의가 없네..."
선생이 말했다.
진아는 속을 내비치는 지독한 수치심 속에 귀까지 새빨갛게 물들었지만 이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 폭력을 휘두를 수 있다는 사실에 더 큰 공포감을 느꼈다.
"아니, 아니에요... 성의가 없는게 아니라 잘 기억이 나지 않아서..."
"그래? 그럼 기억 나게 해주면 되겠네"
기술자가 진아에게 성큼 다가가면서 말했다.
"지금부터 자위를 시작해. 평소에 잘하지? 조금 다른 건 변기가 생각하는 걸 그대로 말하는거야"
"예? 하지만 여기에서 어떻게...."
진아의 고개가 획 돌아간 것은 순식간이었다. 붓기가 채 빠지지 않은 뺨에 기술자가 따귀를 날린 것이었다.
"그럼 벌을 받으면 좀 잘하게 될까?"
"윽, 으흑, 잘할께요. 잘 할 수 있어요"
진아가 흐느끼며 말했다. 그녀는 폭력에 휘말릴 수 있다는 위기감에 손끝부터 덜덜 떨고 있었다. 상식적으로는 이런 상황에 자위가 될리가 없다. 이미 새벽까지 당한 상처가 탱탱 부어있었고 음모를 뜯은 자국에서는 끊임 없는 쓰라림이 올라오고 있었다. 더군다나 낯선 남자들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자위라니. 어찌 보면 이건 강간보다 더 지독한 이야기였다.
"좋아. 근데 우리는 거짓말을 싫어해. 어설픈 연기를 하면 각오하는게 좋아"
결국 진아는 다섯명의 남자들 앞에서 자신의 다리 사이에 손을 뻗어야했다. 기술자는 이를 자세히 보려는 듯, 진아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깝게 다가왔고, 그녀는 이를 의식하지 않기 위해 아예 눈을 감았다.
"제 지금 상상 속에서 전 강간을 한 남자의 노예에요. 매일 학교 가는 시간에 지하철에서 그를 만나요"
진아는 자신이 빨리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떨리는 손으로 음부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듬성듬성 중간에 털이 빠진 음모의 아래 갈라진 틈이 그녀의 손가락을 조심스럽게 받아드렸다. 다행인지 이곳은 어제 숱한 폭력 속에서도 별 다른 상처를 입지 않았다.
"그가 사진을 갖고 협박을 해서 어쩔 수 없이... 매일 정해진 시간에 지하철을 타는데 그는 제 뒤로 슬쩍 다가서 엉덩이를 만지기 시작해요. 처음에는 팬티 위로, 조금 더 지나자 손은 팬티 속으로 들어와요. 저는 거절하고 싶지만 손을 뿌리지치면 허벅지를 손톱으로 꼬집고 '벌을 받아야겠군'이라고 속삭여요."
진아의 목소리는 여전히 긴장되고 떨렸지만 그런 속마음과 별개로 그녀의 몸은 조금씩 반응을 시작했다. 어쩌면 이 수치스런 상황이 그녀의 상상과 매치되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물론 이미지를 상상하는 것과 말로 하는 것은 전혀 방식이 달라서 진아는 이를 말로 옮기기 쉽지 않았다.
혹시나 감은 눈 넘어에 누군가가 주먹을 휘두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계속 갖고 있었다. 그러나 말로 한다는 것은 또 다른 흥분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저금 그러면 잘못했다고 빌면서 거부하길 그만둬요. 그러면 그는 더욱 엉덩이와 제 음부를 만지다가, 이젠 앞의 가슴까지 만지기 시작해요. 저는 너무 싫지만 그거랑 다르게 또 느낌이 점점 좋아져서..."
"좋아. 그렇게 눈을 감고 상상해. 그 남자가 다음 역에서 내리라고 말했어."
기술자가 말했다. 진아는 흠칫 놀랐지만 곧 '예'라는 대답을 할 수 있었다.
"그러면 사람이 없는 곳, 그래 남자화장실로 너를 데려갔겠지. 그곳에서는 변기는 벌을 받을거야. 어떤 벌을 받을까."
지나는 잔뜩 긴장됐지만 여전히 눈을 뜨지 않고 음부를 애무하는 손놀림도 멈추지 않았다.
"저는 아마 팬티를 내리고 그의 손으로 엉덩이를 맞을 거에요."
"그럼 몇대나 맞을까?"
맞는다는 말에 떠오르는 거부감이 적지 않았다. 상상 속의 폭력과 실제는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이다. 그녀는 아직 현실의 폭력을 코앞에서 느끼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속에서는 재빠른 계산이 오갔다. 다시 그렇게 맞지 않기 위해서는 이사람들의 명령에 따라야했고, 그렇다면 최대한 자연스러워야했다.
"3대 맞을 거에요.“
“계속해봐”
“제 거기... 아니 보지에 삽입을 하려고 해요. 전 잘못했다고 빌지만 그를 막을 수 없어요”
"너는 뭐라고 말하지?"
"주인님, 제발 안되요,...라고 말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아요"
진아의 보지에서는 이미 애액이 스며나오고 있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이런 상황에서 느낀다는 것은 굉장히 아이러니 한 일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은 자극에 정직했다. 어쩌면 기술자의 말이 자신의 상상력에 더 현실성을 더해준 것일지도 몰랐다.
잠깐의 침묵이 이어지면서 진아의 손 놀림은 더욱 빨라졌다. 진아는 잘 알지 못했지만 그녀의 보지는 다른 남자들이 알 수 있을 만큼 열리고 있었고 이를 애무하는 진아의 손 끝은 젖어있었다. 진아가 본격적인 쾌락의 초입에 들어갔을 때였다.
"좋아. 여기까지!"
기술자가 음모를 한웅큼 잡고 그대로 뜯어버렸다.
"꺄아아악!!!"
눈을 감고 전혀 남자의 행동에 대응하지 못했던 진아는 자위 중 갑작스런 격통에 자신도 모르는 비명을 질렀다. 기술자의 손에는 이미 뽑혀진 한웅큼의 털이 있었다.
"100개는 안되겠고 한 20개 되겠군. 잘했어. 그런데 그냥 엉덩이 3대, 이런게 마음에 안들어서 말야"
"아아아! 으아앙"
수치심과 격통 속에서 진아는 결국 오열을 터뜨렸다. 하지만 진아의 통곡은 이중 누구의 마음도 움직이지 못했다. 오히려 기술자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음모를 후 불어 날렸다. '모두 미쳤어' 낄낄대며 바라보던 남자들에게 느낀 솔직한 인상이었다.
"벌이라는 게 어떤 건지 맛은 봤잖아. 그 정도는 맞는 거라고도, 벌이라고도 못하지. 뭐 앞으로 조금씩 알게 될테니까.“
하지만 모두가 즐거운 것만은 아니었던 같다. 오덕은 다소 불만스런 목소리로 진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먼 털을 그렇게 무식하게 뽑아요. 이러다가 우리 변기 피부 다 망가지겠네. 모처럼 색소침착도 없이 깨끗한데. 그러지 말고 내가 면도해줄게. 괜찮지? 이러다가 하나도 안남기고 다 뽑히겠다”
“흐극, 예에..”
기술자는 으쓱하는 제스쳐를 취하고는 뒤로 물러났다. 진아는 털을 더 안뽑혀도 된다는 기대감 때문에 수치심도 잊고 고개를 끄덕였다. 오덕은 미리 준비해온 쉐이빙크림, 면도기 등을 가지고 왔다.
“움직이면 다치니까 가만히 있는게 좋을거야”
“예...”
몸을 최대한 뒤로 누이고 앉아 다리를 벌린 그녀의 보지 주변에 하얀 쉐이빙크림이 발라졌다.
‘사각 사각’
면도기의 끝이 살에 닿을 때마다 소름이 돋는 것 같았지만 진아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털 30개만 남긴다면 이게 더 나을 거라는 계산이었다.
면도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덕이 수건으로 닦아내자 깨끗해진 자신의 보지가 눈에 들어왔다. 중간 중간 점처럼 내려앉은 딱지가 털이 뽑힌 자리인 것을 보여줬지만 그보다 눈에 띈 것은 자신의 음부 갈라진 곳 바로 위에 위치한 새끼손가락 한마디 만한 털이었다.
이미 보지는 하얗게 드러났고 오히려 그 위에 포인트처럼 손톱만한 음모가 남아 더욱 부끄러운 모습이었다. 아예 다 밀어버리는 것이 덜 창피할 것 같았다.
“어때? 예술적으로 잘 밀었지? 마음에 들어?”
“예..”
“그리고 이 약은 기술자가 갖고 있던 건데 시중에 판매가 안되는 약이야. 원래 제약사에서 왁싱용으로 개발이 된 건데 바르면 모공을 녹여서 다시는 털이 나지 않게 해주는 원리지, 레이저 제모보다 나은데 작은 문제가 있어 결국 개발이 취소된 제품이래, 크게 신경은 안써도 돼”
“....예”
영구제모라니, 이제 이런 음모를 가지고 평생 살아야한다는 뜻일까. 진아는 이 불안을 내색하지 않았다. 그나마 오덕이 자신에게 친절을 배풀 때, 잘 보여야한다는 생각도 있었다.
오덕은 비닐 장갑을 끼고 튜브에서 젤 같은 것을 짜더니 진아의 음부 주변 제모된 곳에 정성스럽게 발랐다. 보지 주변은 물론이고 항문까지도 약이 꼼꼼하게 발라졌다. 처음에 차갑던 이 젤의 느낌은 점점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물파스 같은 성분일까. 특히 진아가 털을 뽑았던 곳은 꽤 심하게 따가워지기 시작했다.
“아앗... 잠깐, 이거 뜨거워져요. 아파요. 따끔따끔하고..”
“모공은 확실히 녹이는데, 그 과정에 피부가 꽤 약해지나봐. 나는 모르겠는데, 한 이틀 동안은 무지 아프다고 하데.... 어때? 느껴져? 키킥”
“아아. 물로 씻어야되요. 아파요, 아파요”
“오 안돼. 함부로 만지지도 마. 흡수되기 전에 만지면 손가락 지문까지 사라질걸”
“안돼요. 아파요. 아아!”
진아는 손으로 만지지도 못하고 몸을 좌우로 굴리면서 몸부림을 쳤다.
“아직 끝난 거 아니야. 겨드랑이에도 바를 거거든”
“아아, 제발 제발, 잘못했어요”
오덕이 웃으며 장갑을 끼지 않은 손으로 진아의 머리카락을 휘어잡았다.
“말 안들려? 손 머리위에 올려. 손을 아예 못쓰게 만들어줄까?”
그의 목소리에는 더이상 다정함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