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지넷 - 사랑하는데? - 15장 완 | 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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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물 사랑하는데? - 15장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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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회 26,074회 작성일

사랑하는데? - 15장 완

## 현정이와 경철이의 Love Story 는 이번회로 막을 내릴까 합니다. 식상스럽게도 Happy Endinf 이 되고 말았습니다. 원래의 계획에는 현정이와 정수가 눈이 맞고, 또 경철이와 해리가 드디어 사고를 치고, 학원은 폭삭 망하고, 정수는 도망치듯 군대로 입대하고, 해리가 임신하고 등등 .. 그런데 저에게 용기가 생기지 않아요. 이 착한 젊은이들에게 도저히 이런 스토리를 입힐 수가 없습니다. 이 다음에 언젠가 (그런 날이 올지는 모르겟지만) 제가 글을 더 잘 쓰게 되면 이부분을 손을 대보든가, 아니면 주인공을 바꾸어서 다른 얘기로 써보든가 할께요. [15] .. 사랑, 그것은 서로 통(通)하는 진심(眞心) : 마지막 이야기 대학생들의 학기말 시험이 끝나고 나서 방학이 시작되었다. 과외교습소에서는 4명의 강사들이 모여서 겨울 방학에 대한 회의를 했었다. 그 회의에서 경철이는 과외교습소를 학원으로 탈바꿈시키는 계획을 발표했다. 경철이는 동분서주하면서 그 계획을 하나씩 실행하기 시작했다. 경철 엄마 : 이 오피스텔 두개를 빼서 그 보증금으로 학원 임대보증금에 보태자. 경철 : 오피스텔을 반드시 유지해야 합니다. 학원내에는 강사실, 강의실 상담실 등 꼭 필요한 공간밖에는 없으므로, 각종 비품을 보관하는 공간이 따로 필요하고, 또 나나 현정이는 학원의 운영이나 수업 전반에 필요한 작업을 하여야 하므로 오피스텔은 꼭 있어야 해요. 경철 엄마 : 도대체 이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거야 아니면 돈을 쓰는 거야? 경철 : 처음에 이렇게 시작했어야 하는데 조심하느라고 그런거잖아요? 경철 엄마 : 지금 보증금만 6억 정도인데 날더러 이 돈을 어떻게 하라는 거야? 경철 : 이제 이번이 마지막 단계 아닙니까? 경철 엄마 : 너희는 아직 은행대출을 할 수도 없고 ... 경철 : 시골에 땅 있는 것 .... 헤헤~! 경철 엄마 : 그건 누나 시집보내고 너 장가보낼 건데? 경철 : 여기서 나오는 걸로 하면 돼요. .. 걱정 안하셔도 된다니까. 경철 엄마 : 나중 일을 누가 알어? .. 이번이 마지막이야! .. 더 이상은 안속는다! 경철 : 고마워요, 엄마. .. 그리고 또 사랑해요. 엄청 많이요. 경철 엄마 : 말이나 못하면 밉지나 않지. 그러나 그가 한 이 말은 전부 거짓말이고, 실제로 그의 생각은 그가 현정이와 가까이에서 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자식을 이기는 부모가 없다는 옛말이 오늘날에 와서도 사실임이 입증됐다. 경철이의 엄마도 결국에 가서는 경철이의 손을 들어주었다. 현정이가 원룸을 빼서 오피스텔로 이사를 오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경철이는 현정이와 함께 건물을 찾아서 경철이 누나의 이름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건물의 2층 전체를 얻어서 10 개의 방으로 나누는 인테리어 공사도 마쳤다. 10 개의 방은 책상, 원탁 그리고 소파, 컴퓨터 등의 비품으로 채워졌다. 학원의 이름은 <경현학원>으로 정해서, 전기 공사와 간판 공사까지 모두 끝냈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경리를 담당하면서, 인포데스크에서 전화도 받고, 또 학생들을 돌봐야 할 직원 1 명이 필요하다. 또 방도 많아졌으므로 청소할 직원도 필요하다. 청소는 건물의 다른 층을 청소하는 용역회사에게 부탁해서 해결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경리는 반드시 있어야 했다. 현정이는 자기 친구 수경이를 추천했다. 경철 : 경리는 믿음이 중요하거든 .. 그런데 수경이에게는 믿음이 안생겨. 현정 : 나랑 같이 잘 하도록 해볼께. 경철 : 수경이는 장부 정리를 못할텐데? 현정 : 돈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쓰면 되는 것 아닌가? 경철 : 가계부 쓰는 금전출납부가 아니고 복식부기로 해야 하는데? 이 때 해리가 나섰다. 해리의 말로는 들어오고 나가는 돈이 많지 않으므로 단식 부기인 금전출납부 정리만으로도 된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사업장 신고는 회계사 사무실을 이용하면 된다고 했다. 그래서 일단 수경이에게 맡기고 나서, 두고 보기로 했다. 현정이는 이 사실을 수경이에게 알렸다. 경철이의 누나도 처음에는 싫다고 우겼지만 또 경철이가 이겼다. 그녀는 건물을 얻는 계약도 자기 이름으로 했고 또 학원의 원장으로서 교육청과 세무서에 학원 허가를 냈다. 이 모든 일은 연말까지 끝내고 새해 신년 연휴 이후 1월 4일 부터는 학원에서 수업을 하기로 했다. 학원 하나가 한달만에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까지 현정이의 계좌에는 4000 만원이 넘는 돈이 입금되어 있었다. 또 현정이의 원룸을 빼면서 보증금 700 만원도 되돌려받았다. 현정이도 학원에 3500 만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했다. 그 뿐이 아니다. 경철이가 학원으로 하자는 계획은 정확한 예측의 결과였다. 12월이 되자 학원생의 수는 이미 100 명을 넘어섰다. 한달 매출액은 1억원이 넘는 금액이다. 현정이로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물론 학생 수가 늘면 강사의 수도 늘어난다. 이번에 투자한 것도 10억원이 넘는다. 돈을 표시하는 이런 숫자가 현정이로서는 꿈도 구지 못하는 금액이다. 요새 현정이의 하루는 걱정으로 시작해서 걱정으로 끝난다. 이제는 그가 손을 잡아주지 않아도, 안아주지 않아도 또 키스해주지 않아도 불안하거나 서운하기는 커녕 그럴수록 그러는 그가 더 대견스럽다. 이런 복잡한 일들이 차질없이 이루어지면서 현정이는 경철이를 볼 때마다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요새는 경철이가 회의를 자주 한다. 회의에서는 주로 해라가 경철이에게 조언을 해주는 편이고 정수나 현정이는 조용히 듣고있을 때가 많다. 현정이에게 경철이는 이제 더 이상 남자친구가 아니라 전능하신 신이었다. 그녀는 그의 식사나 음료수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그의 옷까지도 챙겨주었다. 그의 곁을 떠나지 않고 늘 붙어있었고, 그녀는 그의 그림자였다. 이렇게나마 그를 도울 수 있다는 사실로 현정이는 고마워했다. 경철이의 업무 내용을 알고있는 해리나 정수에게 이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만일 현정이가 하지 못하면, 해리나 정수가 나서서 그를 챙겨주었다. 그는 매일 매일 상담하고, 문 열기 전에나 문 닫을 때에 점검을 일일이 해야했고, 수업, 비품관리 등등 모든 업무를 거의 혼자서 하기 때문이다. 다른 강사들은 하고 싶어도 모르기 때문에 그가 시키는 일 외에는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런 내막을 잘 모르는 경철이의 엄마가 볼 때에는 현정이가 경철이 곁에 늘 붙어있는 것이 못마땅했다. 현정이가 경철이를 마치 남편처럼 떠받드는 것 같았다. 경철이엄마가 눈치만큼은 100 단이다. 또 워낙 큰 돈이 오고가면서 경철이엄마도 신경이 곤두 서있다. 그런 그녀가 이 일을 그냥 지나칠 리가 없다. 그녀는 현정이를 따로 불렀고, 영문을 모르는 현정이는 불안한 마음으로 그녀에게로 갔다. 경철 엄마 : 현정씨가 내 아들을 챙겨주니까 고맙기는 한데 .. 현정 : 어쩔 수 없어요. 경철이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일이라서요. 경철 엄마 : 그렇지만 저 고집통이 어떵 고집통이야? .. 몇번 봐서 현정씨도 알고있죠? 결혼식 날짜를 떡~허니 잡아놓고 어느 날 갑자기 나한테 와서 또 고집을 부릴 것 같아서 나는 벌써부터 겁이 나요. 현정 : 어머님, 대학 졸업 전에는 그런 일이 절대로 없을 것입니다. 경철 엄마 : 뭐야? .. 아니 그럼 .. 졸업 후에는 현정씨가 경철이랑 결혼하겠다고? 현정 : 그게 .. 아마도 ... 음 ...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라서 ... 경철 엄마 : 어물거리지 말고 딱부러지게 말하세요! 현정 : 예? 경철 엄마 : 지금 둘이 사귀나요? 현정 : [당황스러운듯] .. 음 ...... 예! 경철 엄마 : 얼마나 진지해? 현정 : 무슨 말씀이신지? 경철 엄마 : 만나서 커피마시고, 영화보고, 맥주마시는 사이야? 현정 : 저는 그래보고는 싶기는 한데 .. 아직 그렇게 한가한 시간이 없었는데요. 경철 엄마 : 그럼 잠자리는? 현정 : [깜짝~!!] .. 예?? 경철 엄마 : 둘이 같이 잤느냐고!! 현정 : 어머님 ... 경철 엄마 : 이것들이 정말~!!!! 현정 : 어머님, .... 저, 억울합니다. 경철 엄마 : 엉? .. 뭐가 억울해? 현정 : 저희가 다른 커플들처럼 제대로 사귀기나 해봤나요? 제가 경철이랑 커피마시러를 다녔나요? 아니면 영화보러를 갔어요? 우리가 언제 마음놓고 손잡고 산책 한번 가본 적이라도 있는 줄 아십니까? 방학이나 쉬는 날이면 어디 놀러를 가봤어요? 누구는 유럽으로 한달동안 배낭여행도 갔었다는데요. 날이면 날마다 또 밤이면 밤마다 학원한다고 여기에 매여서 저희 둘은 일벌레처럼 일 밖에 더했나요? 그런데 제가 왜 어머님께 이런 눈치랑 푸대접을 받아야 하나요? 경철 엄마 : 나는 현정씨한테 눈치도 푸대접도 한 것이 없어요. 나한테는 경철이도 또 현정씨도 사랑스런 자식들이야. 자식을 향한 부모에게는 오직 <걱정하는 마음> 밖에는 없어요.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에게 눈치를 주고 푸대접을 한다고 생각해요? 아홉 개를 주고도 한 개를 더 주지 못해서 안타까워하는 그 마음이 바로 부모 마음이야. 현정씨가 억울하다고 하면, 나도 현정씨한테 억울해요. 현정 : 죄송해요. .. 저희가 어머님께 걱정을 끼치지 않도록 앞으로 많이 노력하겠습니다. 경철 엄마 : 그럼 현정씨는 아예 마음을 굳힌거야? 현정 : 무슨 마음을 굳혀요? 경철 엄마 : 경철이랑 결혼할 작정이냐고. 현정 : 지금 마음은 그런데요. 경철 엄마 : 그런데라니? .. 한번 정했으면 끝까지 가는 것 아니야? 현정 : 아직 대학 졸업까지는 3년이라는 긴 시간이 남아있어서요. 경철 엄마 : 현정씨가 3년을 못기다린다고? 현정 : 저야 기다리죠. .. 제가 3년을 못기다리겠어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박경철이 기다리라고 하면 3년이 아니라 30 년도 기다려야죠. 그런데 경철이가 앞으로 3년간을 아무런 사고도 없이 과연 무사고 운전을 할까요? 경철 엄마 : 음~ ... 경철이한테 여자 문제가 그렇게 복잡한가? 현정 : 지금은 더 이상 안그렇지만, 과외 시작하기 전에는 아마도 볼 만 했을껄요? 경철 엄마 : 흐으음~ .. 현정 : 아무튼 단 한가지 잡음이라도 났다 하면, 저는 더 이상 여기에 있지 않을 것입니다. 경철 : 지금 협박하는 거야? 현정 : 답답합니다. .. 경철이의 과거 여인들을 어머님께서는 그렇게도 모르세요? 아마도 책으로 써도 한권은 나올껄요. 결철 엄마 : 그.. 그.. 음... 그으래애요오~??? 현정씨! .. 만일 티끌만큼이라도 무슨 소리가 들리면 당장 나한테 알려주세요. 내 이녀석을 그냥 두지 않을거야. 현정 : 제가 어머님께 말씀 안드려도 돼요. 어느 날 제가 말없이 사라져버렸으면 이미 물은 엎질러진 것으로 아시면 됩니다. 경철 엄마 : 현정씨가 하라는 대로 내가 다 할테니까 제발 그 <사라진다>는 말을 하지 않으면 안될까? 현정 : 어머님, <고무신 거꾸로 신는다>는 말 아시죠? 여자가 군대간 남자 기다리지 않는다는 말 아니겠어요? 경철이는 군에 가지 않는다니까 저에게 고무신 거꾸로 신는것은 ... 경철 엄마 : 알았어요. 만일 그런 불미스런 일이 생기면 현정씨 함부로 행동하지 말고 꼭 나랑 의논해주세요. .. 알았죠? 현정 : 저는 그런 일로 구질구질하게 어머님께 말씀 못드려요. 다른 것은 몰라도 이 일 하나는 제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기도 해서요. 경철 엄마 : 어이구우~.. 이제는 상전이 하나 더 늘었네. .. 휴우~~~ 그런데 현정씨는 왜 이러지? 전에는 고분고분하고 상냥했는데? 현정 : 어머님. 저는 늘 어머님을 존경하고 또 어머님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경철이를 저렇게 믿음직스럽게 키우신 것에 대해서 어머님을 존경합니다. 저런 든든한 경철이를 만날 수 있게 해주셔서 어머님께 진심으로 감사 드려요. 그런데 이 사업을 이 정도로 크게 벌여놓은 것을 보십시오. 저는 요새 밤에 잠이 제대로 오지 않습니다. 만일 이 학원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무슨 낭패입니까? 그런데 다른 일이 아니라 여자문제를 일으켜서 그렇게 된다면 어떨까요? 정말이지 ... 약도 답도 없습니다. 제가 지금 어머님게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바로 이것입니다. 이렇게 두렵고 답답한 제 마음을 어머님께서도 헤아려 주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철 엄마 : 알았어요. .. 나도 현정씨한테 늘 고마워하고 있어요. 이렇게 현정씨가 옆에 있으니까 경철이가 든든해하고 또 일도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현정 : 감사합니다. 이제 경철이는 억대의 사업을 해야 하고, 또 그를 믿고 따르는 직원을도 많아져요. 학원 안에서야 제가 거의 붙어있으니까 무슨 일을 저지를 염려는 없겠지요. 그런데 학원 밖에서는 제가 어떻게 마음을 놓을 수 있겠습니까? 이제 경철이는 경철이 혼자가 아닙니다. 함부로 아파도 안되고, 답답하다고 술도 함부로 마셔서도 안됩니다. 죄송하지만 어머님께서도 이 점을 아셔야 할 것 같아서 말씀드립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경철이엄마의 마음은 걱정이 반이고 또 불안한 마음이 반이다. 이미 경철이의 마음이 현정이에게로 기울었으면 저 고집통 경철이를 무슨 수로 막을 수 있겠는가? 말을 들어보니까 현정이도 철없는 불장난을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현정이가 마음에 안드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요새 싸가지라고는 하나도 없는 젊은 것들에 비하면 생각하는 거나 일하는 것이 보통은 아니다. 경철이가 하는 칭찬이 결코 빈말이 아닌 것을 그녀도 알게 되었다. 아마도 조만간에 현정이 부모를 만나봐야겠다. 계집애가 당차고, 일도 말도 참 잘한다. 그런데 어른을 말로 이기려고 덤벼드는 것은 별로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조금도 불쾌하지가 않다. 오히려 답답했던 마음이 뻥 하고 뚫리는 것 같다. 처음에는 내 자식을 넘보는 여자애라고 우습게 생각했었는데 ... 요새 애들을 감당 못당하겠다. 어쨋든 결혼식 전에 많이들 만든다는 <혼수필수>는 막아야 한다. 경철이엄마는 다음날 아침 일찍 경철이 옷장에 콘돔 한박스를 넣어 주면서 경철이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경철 엄마 : 이녀석아~!! ... 내가 너때문에 내 명대로 못산다. 경철 : 아니? .. 어떻게 아셨어요? .. 헤헤~ 경철 엄마 : 네가 나를 뭘로보고 하는 소리야? 경철 : 그런데 엄마, 현정이가 며느리감으로 엄마한테는 어때요? 경철 엄마 : 이녀석이 벌써부터 못하는 소리가 없어!! 경철 : 어쨋든 저희 결혼식 날은 잡혔어요. .. 대학 졸업식 다음 날입니다. .. 하하~ 경철 엄마 : 헐~~~ 경철이엄마는 경철이에게 작은 종이 상자 하나를 주면서 현정이에게 전해주라고 했다. 경철이는 알 필요 없고, 현정이 주면 현정이가 알아서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또 경철이엄마는 어제 현정이와 했던 얘기를 경철이에게 모두 들려주었다. 경철 엄마 : 요새 그런 애 드물다. 경철 : 제가 사람 보는 눈은 없지만 여자 보는 눈은 좀 있거든요. 경철 엄마 : 이녀석이, 갈수록 태산이네. .. 엄마한테 그런 소리 막 할꺼니? 경철 : 엄마, 화만 내지 마시고, 좋으면 그냥 좋다고 말하세요. .. 하하~ 경철 엄마 : 네 과거에 대해서 현정이가 한 말이 모두 사실이지? 경철 : 하아~ ..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인데 ... 경철 엄마 : 저런 ... 현정이가 사라진 것이 내 눈에 보이기만 해! 경철 : 그 날로 저는 죽은 목숨이라고 생각할께요. .. 하하~ 경철 엄마 : 그럼 이제는 내가 현정이 눈치까지 봐야하니? 경철 : 행복한 고민 아닌가요? .. 하하~ 경철이 엄마가 가고 나서 현정이가 들어왔다. 경철이는 엄마가 전하라는 종이박스를 전해주었다. 그 것을 열어본 현정이가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한참을 들여다 보던 현정이가 얼굴을 붉혔다. 현정 : 처음 보는 것인데? .. 이것을 엄마가 주셨다고? 경철 : 네가 보면 안다고 하시던데? 현정 : 이거 .. 혹시??? ...... 아악~!!!!!! 경철 : 왜? .. 뭔데 그렇게 놀래? 현정 : 이걸 정말로 엄마가 주셨다고? 경철 : 안믿어져? .. 도대체 왜그래? 현정 : 이거 .. 임신테스터야!!! 경철 : 뭐? 현정 : 생리 안나오면 임신했나 안했나 테스트 하는거라고! 경철 : 하하하~ 현정 : 도대체 너는 웃음이 나와? 경철 : 나한테는 콘돔 한상자를 주고 가셨거든. 현정 : 하아~ .. 어떻해? 경철 : 어제 엄마가 뭐라고 하셨다면서? 내가 엄마를 대신해서 사과하면 안될까? 현정 : 박경철이 나한테 뭘 사과해? 사과할 정도로 잘못한 것이 없는데? 또 엄마도 말이 통하지 않는 답답한 어른이 아니시던데? 지금 너나 나에게 엄마가 하시는 걸 생각해보세요. 그만큼 우리를 걱정해주시는거잖아? .. 나도어머님께 고마워하고 있어. 경철 : 너에 대해서는 항상 고맙고, 미안하고, 또 사랑하는 것이 너를 향한 내 마음이야. 현정 : 나라고 다를 것 같아? * * * * * * * * * * 현정이와 경철이는 연말연시를 순천에서 보내기로 했다. 현정이가 말을 꺼내고 경철이도 찬성했다. 현정이가 볼 때에 한달 동안을 블도저처럼 밀어부치다시피한 경철이에게 필요한 것은 휴식이었다. 이럴 때에는 일이 있는 집을 훌쩍 떠나서 다른 곳에 몇일 있으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경철이도 경철이지만 현정이에게도 이 재충전이 꼭 필요했다. 경철 : 지금 나 챙겨주는 거야? 현정 : 내가 언제는 안챙겨줬어? 경철 : 언제? .. 토옹 기억에 없는데? 현정 : 어머머~ .... 현정이의 표정이 뾰로통해지는 것을 읽은 경철이는 현정이를 꼬옥 안았다. 아무리 안아도 또 안고싶은 현정이의 몸이다. 안을 때마다 자기 몸을 누르는 현정이 몸의 탄력있는 볼륨감도 좋지만 이렇게 현정이를 안고있으면 불안하던 마음이 차분해진다. 이렇게 일을 크게 벌이면서 거금이 오고가자 경철이 마음도 엄청 불안하다. 신경은 설대로 서있다. 요새는 식욕도 없고 밤에는 잠도 제대로 안올 때가 많다. 또 현정이와 섹스를 하고 싶은 생각마저도 생기지 않는다. 경철 : 내가 너한테 얼마나 고마워하는 줄 모르지? 이 많은 일을 내가 해 낼 수 있었던 것은 현정이가 있었기 때문이야. 현정 : 눈물 나오려구 하잖아! 경철 : 내 이 진심을 알아달라고. 현정 : 됐네요. .. 그런 소리 해놓고 나중에 또 목걸이 사오려고? 경철 : 자꾸 써먹으면 식상하죠. 현정 : 그럼 이번엔 뭐야? 경철 : 비밀이야. .. 때가 되면 공개한다. 현정 : 알았어. ... 하나도 안궁금해. * * * * * * * * * * 이번에 순천에 갈 때에는 KTX 열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4시간 가까이 걸리기 때문에 자동차보다 훨씬 빠르고 편안할 것 같아서이다. 그러나 둘이 열차에 올라서 나란히 앉기가 무섭게 그는 잠들어버렸다. 창가에 앉은 현정이는 창밖으로 겨울철의 산과 들을 혼자서 바라보면서 지난 날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과 비교해보았다. 돈이 있다고 해서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 돈이 없을 때에는 가난했고, 궁핍했고, 절박했다. 그것들이 걱정이었다. 그런데 돈이 있으면서는 전혀 다른 걱정들이 생기는 것이다. 이제는 월세, 전화비, 전기요금, 가스요금을 제 날짜에 맞춰서 내는 것 때문에는 더 이상 걱정을 하지 않는다. 학교에 내는 등록금이나 학교에서 쓰는 돈도 엄마의 도움이 필요없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 때문에 걱정하는 일도 없어졌다. 그런데 지금은 현철이가 걱정이다. 또 학생들이 걱정이다. 수경이가 와서 제대로 일을 하게 될 지도 걱정이고 또 새로운 학원에서의 일에 대해서 경철이가 걱정을 더 많이 해야한다는 사실이 걱정이다. 경철이 엄마는 눈으로 보는 자식 경철이 때문에 걱정이라고 했다. 현정이 엄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자식 현정이 때문에 얼마나 많은 걱정을 할까? 부모는 자식 때문에 걱정을 하지만 부모 자신에 대해서는 걱정이 없을까? 그렇지만 현정이나 경철이는 부모때문에 걱정을 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상대방 누군가를 걱정해주는 것은 과연 그에 대한 믿음이 부족해서일까? 걱정하고 염려하는 것은 혹시 사랑하기 때문에 또 관심을 갖기 때문이 아닐까? 서로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면 그가 잘 있는지, 건강한지 또 하는 일은 잘 되어가는지 ... 이런 일들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걱정인 것이다. 강물은 바다로 흘러서 들어간다. 그러나 바닷물은 강으로 흘러들어오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자연이다. 만일 바닷물이 육지와 강을 뒤덮으면 그것은 해일이고 쓰나미이다. 이것은 자연재해이고 그 피해는 엄청나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서로 통한다. 마음과 마음은 서로의 마음으로 흘러들어가고 또 서로의 마음으로부터 흘러나온다. 몸과 몸이 마주 닿으면서 마음이 통하지 않으면 과연 그것이 사랑인가? 내 마음은 지금 누구의 마음 속으로 흘러들어가는가? 또 내 마음 속으로 흘러 들어오는 것은 누구의 마음인가? 내 마음이 흘러들어가지 말아야 할 곳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은 아닌가? 그러고 있다.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을 삼척동자가 다 알고있는데 나만 모를 리가 없다. 그래도 무슨 이유나 핑계를 붙여서 나는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정당성이나 당위성을 준다. 내 마음으로 흘러들어와서는 안되는 마음이 흘러들어오고 있는가? 마찬가지다. 누군가가 내 마음을 진심으로 받아주고 이해해 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그러면 내 마음 속으로 흘러들어오는 그 마음을 나는 진심으로 받아들였는가? 과연 우리의 진심은 서로 통하고 있는가? 마음이 통한다고 해서 그냥 들어오고 나가기만 하는 것은 아닌가? 당연하게 저녁에 집에 들어가서, 당연하게 밤에는 잠을 자고, 당연하게 아침에 집을 나선다. 생각 없이. 걱정 없이. 내 마음 속에는 그가 있는가? 나는 잠들어있지 않고 깨어있다. 지금 나는 그의 마음 속에 있을까? 피곤한 그는 지금 저렇게 잠만 자고 있다. 내 마음 속에는 그에게 말못할 뭔가가 있는가? 그의 마음에도 나에게 말 못할 뭔가가 있지 않을까? 한번쯤은 내가 손해를 엄청 크게 보고 사랑하는 그가 엄청 이익을 보면 안되나? 우리 둘의 사랑이 과연 손익계산서에 맞아야 하고 또 대차대조표의 좌변과 우변이 맞아떨어져야만 하는 것인가? 나는 그에게 과연 아홉개를 주었나? 내게서 아홉개를 받은 사랑하는 사람이 마치 어린애처럼 얼마나 좋아하는가? 그러면 나는 하나를 더 주어서 열개를 채워주고 싶지 않나? 그런데 나에게 그 한개가 없으면, 그걸 하지 못해서 안타깝지 않나? 그는 아직도 세상 모르고 자고있다. 현정이는 잠자는 경철이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조용히 말했다. 경철아. 사랑해. 미안해. 고마워. 그래서 더 사랑해. 열차는 이미 전주역을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