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사촌 누나의 향기 - 단편하
주의: 야설은 야설일 뿐입니다. 따라하면 어쩔 수 없습니다.
도움: 단편들 순서대로 보시면 또 다른 재미가 있습니다.
근친相姦고백
<외사촌 누나의 새콤달콤한 보지>
왕대근(王大根)...내 이름이다.
김미숙(金美淑)...그녀 이름이다.
그녀는 작은 외삼촌의 소개로 멋진 남자와 결혼해서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아련한 기억 속에 살아있는 그 누나는 내 곁에 없다. 그녀가 다시 나타났다. 지금 잠시 내 옆자리에 앉아있다. 그녀가 내 첫 번째 여인이었다.
그녀가 첫 사랑이다.
추억과 함께 가슴 한 구석에 묻어야 할 그녀였는데...
“누나가 내 첫 사랑인거 알아?”
나는 누나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갑자기 그녀를 묻어버리기 싫어졌다.
“응? 아....”
그녀도 기억이 되살아났는지 나를 보는 얼굴이 붉어집니다.
내 첫사랑...김미숙
그녀의 눈이 나를 바라봅니다.
내 가슴이 두근거리며 거세게 뜁니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내 마음을...
나는 더 이상 그녀를 사랑할 수 없습니다. 근친이 뭔지도 모르던 어린 소년은 이제 중년의 아저씨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다른 남자의 부인이 되었습니다.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그녀도 더 이상 나를 사랑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사랑할 수 없습니다.
누나가 나를 보면 많은 의미를 담아 보냅니다. 오랜 시간 잊어버렸던 그녀와의 소통이 다시 이루어집니다. 나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녀의 마음이 들립니다.
“뭐라고?”[안 돼...이제 알잖아...나는...]
“미안해...누나! 농담이야...하하...”[아직도 누나는 제 첫 여자입니다.]
나는 누나에게 입으로 거짓을 눈으로 진실을 말합니다.
“배 안 고파?”[대근....아...제발...그러지...마...]
“조금...”[잊고 지내서 미안...잊으려고 노력해서 미안해...아직도...]
“내 정신 좀 봐...딸 인사해! 왕대근 삼촌 알지?”[제발...그만...]
“안녕! 예쁜 공주님...누나를 많이 닮았네. 반가워~”[누나...사랑해...]
누나는 내 눈빛을 피할 방패로 자신의 딸을 앞세웠다. 하지만 누나의 딸은 내게 그 옛날 누나를 더 생각나게 만들었다. 20년도 지난 그 옛날 누나의 모습과 똑같이 닮은 여중생이 나를 보고 생긋 웃어준다.
“안녕하세요. 우와! 잘생긴 삼촌이 있었어?”
“너는 처음 보지? 오빠는 어릴 때 본 적 있는데...”
그녀는 두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을 내게 주지시키고 싶은 듯 딸아이에게 계속 말한다. 딸의 오빠까지 대화의 꺼리로 만든다. 나는 그녀의 노력을 무참히 짖밟고 싶지 않다. 내 첫 사랑인 그녀가 힘든 것은 싫다. 아련한 추억 속에 나를 사랑하던 그녀는 지금 이곳에 없다. 두 아이의 엄마, 낯선 남자의 아내만이 존재한다.
“누나...박대수 맞나? 고3쯤 되지 않았어?”
“기억하네. 호호...고3 맞아. 그래서 오늘 못 왔어. 시험 끝나면 한 번 만나줘.”
“4살 때 봤으니...나 기억 못하겠네...많이 컸겠다.”
“나는? 엄마! 나는?”
귀엽다. 어린 시절 그녀를 보는 듯하다.
“박희수양! 그렇게 애기처럼 때를 쓰면 삼촌이 흉 봐.”
“헤헤...삼촌은 왜 난 못 봤어요?”
아직은 내게 직접 말을 거는 것이 부끄러웠는지도 모르겠다. 내게 묻는 듯하지만 얼굴을 제 엄마에게 보고 있다. 깜찍하게 웃는 모습이 미숙 누나의 딸이라는 것을 보증해주는 듯하다. 발육이 좋은 것인지 그 시절 누나보다는 더 성숙해 보인다. 요즘 애들의 신체발육이 많이 좋으니까...
“넌 그 때...여기...호호호!”
누나가 나와의 어색함을 없애려는지 과장되게 웃는다. 누나의 손은 치마 위로 자신의 배를 가리킨다.
난 그 의미를 단번에 알아들었고 기억했다.
15년 전...누나를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 그녀는 만삭이었다. 외할머니의 장례식이었다. 외가의 큰집 식구들 중 할머니와 가장 친했던 누나는 할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했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온 누나와 긴 얘기도 못했다. 누나의 아들도 그날 처음 봤다. 자형은 세 번째로 본 것이었다. 당시 누나의 뱃속에 있던 아기가 바로 앞자리에 앉은 생기발랄한 여중생이 되었다.
세월이 흐른 것이다.
누나와 나 사이에는 말로 할 수 없는 긴 세월의 강이 가로막고 있다. 누나의 눈가에 조금씩 생긴 주름처럼 무시할 수 없는 시간들이다. 그녀의 딸이 이제 그 시절 누나만큼 자라버린 것이다.
“희수야! 삼촌이랑 맛있는 거 찾으러 가자!”
“우...와! 가자...삼촌!”
그녀는 정말 누나와 닮았다. 발랄한 성격과 얼굴 그리고 목소리까지 내 추억속의 누나와 일치했다. 누나는 나와 자신의 딸을 번갈아 보며 살짝 얼굴을 찡그린다.
미숙은 동생을 딸에게 빼앗기는 느낌을 살짝 받았다.
그녀도 인식하지 못했지만...약간의 질투였다. 늙어가는 자신과 달리 딸은 점점 물이 오르고 있었다. 한 때 자신에게도 딸과 같은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자신의 첫 남자가 바로 동생이다. 그녀는 동생을 사랑했었다. 동생도 그녀를 사랑했었다.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동생과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슬펐다.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인정하기 싫었는지 모른다. 비밀스럽게 동생을 계속 만나 사랑을 나누고도 싶었다. 그럴 수는 없었다. 그녀는 동생보다 누나였다. 그녀가 인연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나중에 동생을 더 힘들게 만들지도 모른다. 동생에게서 멀어졌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숨어버렸다.
남해를 떠나 부산으로 갔다.
둘째 외삼촌댁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다. 2년제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외삼촌의 소개로 지금 남편과 결혼했다. 남편은 두 번째 남자다. 미숙에게 첫 남자는 동생 대근이었다. 지금도 그 사실은 변함이 없다. 결혼식에 동생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녀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동생을 보면 울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세월이 흘렀다.
그녀에게 두 아이가 생겼다. 바쁜 일상들에 치여 동생을 잊었다. 잊었다고 생각했었다. 첫 사랑은 아련한 추억으로 남을 뿐이다. 현실은 두 아이의 뒷바라지에 남편을 내조하는 아내였다. 그렇게 정신없이 살았다. 잊은 줄 알고 살았다.
15년 만에 다시 동생을 만났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다른 사람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내가 사랑했던 나를 사랑했던 동생만이 보인다.
잊혀진 것이 아니다. 동생은 자신 안에 살아 있었다.
미숙은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는데 오래 걸렸다. 하지만 어린 시절 순수하고 약간 어수룩한 그녀는 지금 없다. 세월에 때가 그녀를 노련한 아줌마로 변모시켰다. 동생이 반갑게 먼저 인사했다. 내면의 당황됨을 감추고 동생을 반갑게 맞았다. 동생이 축의금을 내고 가려는 것을 잡았다.
두근거림 때문에 망설였다.
오랜만에 본 동생과 이렇게 헤어지고 싶지 않다는 감정이 더 앞섰다. 어쩌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동생과 신랑 측 하객 자리로 함께 앉았다. 나는 일상적이면서 알고 싶었던 동생의 신변에 관해 물었다. 친척들을 통해 가끔 소식은 들었다. 동생의 입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고모부의 장례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결혼해서 신혼이었던 내게 연락이 늦었다. 본가에서도 작은 집에서 출생한 대근의 어머니를 별로 탐탐하게 생각지 않았다. 대근이 이모를 통해 소식을 들었다. 내게는 막내 고모님이 되는 분이다. 그 후로 대근이 사업으로 성공하고 부자가 되었다는 소문은 친가에서 들었다.
사람들은 참 간사하다.
어린시절에도 별로 연락하고 지내지 않던 사람들이다. 동생이 외갓집에 와서 본 사람은 작은 할머니(대근 외할머니)와 내가 전부였다. 대근이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참석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후에 동생이 부자가 되었다는 소문을 들은 어른들이 먼저 연락을 한 것이다. 오늘 결혼식도 그렇다. 막내삼촌 아들의 결혼식이다.
15년 동안 외갓집과 연락이 않던 동생이다.
먼저 알아서 찾아왔을 리 없다. 친가 쪽으로도 친척이 거의 없어 외로웠던 동생이다. 고모와 고모할머니들이 몇 분들 계시지만, 4대독자인가 5대독자로 알고 있다. 그런데 외가에서 아무도 아버지 장례에 가지 않았다. 아니 그 전 외할머니의 장례도 초라했었다. 동생이 본가에 대한 감정이 좋을 리는 없을 것이다.
아마 사촌동생이 인사를 갔었고 초대를 했을 것이다. 그 일은 또 어르신들이 시켰을 것이다. 미숙은 그 덕분에 작은 할머니(대근 외할머니) 장례식 이후 다시 동생을 만나게 되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미숙은 결혼식을 진행을 보면서 딴 생각에 빠져있었다. 지난 세월 동생을 잊고 살았던 그 시간을 회상했다. 옆으로 돌아보니 동생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에 초점이 없었다. 살짝 동생을 어깨를 치며 말했다.
‘동생도 나처럼 내 생각하는 것일까?’
그녀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엉? 아...누나 생각! 후후...”
“내 생각? 응?”
미숙은 동생의 말에 당황스럽다. 그의 눈빛이 부담스럽다.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던 동생의 눈빛이다.
고종사촌 동생...왕대근
동생은 아직도 혼자 산다고 한다. 어쩌면 나를 못 잊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생각하니 가슴이 더욱 두근거렸다. 그녀는 결혼해서 다른 남자의 아내,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버렸는데...잊은 줄 알았던 동생이 가슴 깊은 곳에서 살아있었다. 그녀는 이제 동생 옆에 함께 할 수 없다. 그가 내 첫 남자였지만...
동생이 그녀의 첫 사랑이다.
추억과 함께 가슴 한 구석에 묻었던 남자가 돌아왔다.
“누나가 내 첫 사랑인거 알아?”
동생이 그녀의 귀에 작게 속삭인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이 들켜버린 듯 놀라서 동생을 돌아보았다. 동생은 아직도 그녀를 잊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응? 아....”
미숙은 동생을 보며 얼굴이 붉어졌다.
내 첫사랑...왕대근
그의 눈이 그녀를 바라봅니다.
“휴...내가 왜 이러지?”
미숙은 동생을 보며 마음을 진전시키지 못하는 자신을 책망한다. 멀리 뷔페식으로 진열된 음식들 사이를 돌아다니는 동생과 딸이 보인다. 그를 잊지 못하고 아직도 사랑해도 이제 어쩔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 조금 전 딸아이를 소개하며 동생이 전하는 마음을 피했다.
[안 돼...이제 알잖아...나는...]
[아직도 누나는 제 첫 여자입니다.]
[대근....아...제발...그러지...마...]
[잊고 지내서 미안...잊으려고 노력해서 미안해...아직도...]
[제발...그만...]
[누나...사랑해...]
어쩌면 그녀도 동생을 사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회적 통념과 타인들의 시선 때문에 동생의 마음을 거부했다. 그 시절 순수했던 그녀는 동생의 사랑을 받아주었다. 동생을 사랑했다. 동생은 변함없이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했다. 그녀는 변해버렸다. 그는 예나 지금이나 용기인지 만용인지 솔직하다. 직선적이다. 동생에게 두 번째 고백을 들어버렸다.
미숙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을 느꼈다.
나는 누나의 시선이 느껴진다.
“희수야...이거 많이 먹으면 예뻐져...이거...”
“진짜? 삼촌 거짓말 하면...알죠?”
나는 일부러 더 조카와 다정함을 연출했다. 누나가 질투하기를 바랬다. 희수가 진짜로 귀여운 면이 많아 일부러 연기할 필요는 없었다. 내가 사랑했던 아직도 사랑하는 누나의 딸이다. 어찌 귀엽지 않겠는가? 희수가 내가 추천하는 요리를 집기 전에 나를 귀엽게 노려본다.
희수가 주먹을 쥐며 나를 위협한다.
누나의 시선이 느껴진다. 누나는 희수와 나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내가 누나와 결합에 성공해서 아이를 만들었다면 희수보다 나이가 더 많을 것이다. 희수보다 더 귀여운 아이가 태어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법적으로 도덕적으로 떳떳하게 결혼할 수 없었다. 사랑할 수도 없다.
하지만 우리는 사랑했었다.
나는 친딸처럼 희수와 다정히 걸으면 많은 대화를 나눴다. 평소 어려운 아빠보다는 삼촌이 내가 많이 편하게 느껴졌는지 그녀도 많은 말을 한다. 오빠가 좋은 대화 상대였는데, 요즘 고3이라 좀 소원해졌다고 그녀가 설명했다. 내가 나이에 맞지 않게 자신과 잘 통한다는 것에 약간은 놀라는 듯하다.
사실 내가 좀 젊은 오빠잖아...
여기저기 계집질하고 다닌다고 바빴으니...
나이에 비해 좀더 젊게 사고하고 젊은이들에 관심사에 해박했었다...
그렇다고...
누나의 딸에게 작업을 걸 생각은 없었다. 그때까지는...로리타에 관심 없었으니까!
내 관심은 희수엄마...아니 미숙누나에게 있었다. 누나는 그런 내 마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누나는 조금 전부터 나와 희수의 뒤를 따라 다닌다. 우리는 적당히 음식을 골라 다시 테이블로 돌아왔다. 6일 테이블에 우리 세 사람을 제외하고 처음 보는 두 사람이다. 그들이 누나를 알아보고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작은 아버님 회사에서 일했던 장석민이라고 합니다. 기억나세요?”
“안녕하세요. 아! 그럼 우리 바깥양반하고 함께 일하셨던....”
“맞습니다. 이쪽은 제 안사람입니다. 인사해. 박철민 부장 와이프!”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어요. 최미경에요.”
“네...안녕하세요. 반가워요. 김미숙이에요”
중년 남자와 그의 부인이 누나와 아는 사이인가 보다. 서로 인사를 나눈다. 누나가 나를 소개한다. 어쩔 수 없이 정중하게 인사했다.
“이쪽은 제 고종사촌 동생 왕대근이에요. 이분들은 자형 친구 장석민씨와 와이프 최미경씨. 서로 인사들 나누세요.”
“안녕하세요. 왕대근입니다.”
나는 가지고 다니는 명함을 꺼내 장석민씨에게 내밀었다.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남자들끼리 나누는 형식적인 인사다. 지금 내 관심은 누나에게 집중 중이다. 주변에 나눠줄 에너지는 부족하다. 남자도 양복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내민다.
장석민...국제재료상사
처음 들어본 회사다. 둘째 외삼촌이 운영하는 회사는 “동북제강”으로 알고 있다. 자형이 일하는 회사이기도 하다. 누나가 설명했다. 장사장님은 몇 년 전에 독립해서 외삼촌 회사에 자재를 납품하는 작은 회사를 차렸다. 몇 년 사이에 거래처가 많이 늘어서 회사를 많이 키웠다고 한다. 남자의 아내와도 짧게 목례로 인사를 마쳤다.
“철민이가 안 보입니다.”
“아..네...장사장님은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뭐라고 불러야 하나? 그냥 제수씨라고 할게요. 괜찮죠?”
나는 기분이 상했다. 친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구면이라고 바로 반말에 제수씨라고 부른다. 나의 누나에게...하지만 참아야한다. 너무 티를 낼 수도 없다.
“편한대로 부르세요. 대수엄마도 괜찮아요.”
“제수씨가 듣기 좋잖아. 하하하...신랑이 다니는 회사 몰라요?”
“아! 맞다. 작은 외삼촌이 소개했다는 회사가 그럼?”
“맞아요. 친구도 볼 겸해서...직원 결혼식에 다 참석하지는 않지만...”
이 남자 유들유들한 것이 선수기질이 좀 있어 보인다. “노는 놈은 노는 놈이 보면 안다.”는 옛날 속담이 있다. 믿거나 말거나! 장석민이라는 남자는 누나에게 약간의 흑심이 있어 보인다.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것이 사람 심리라고 했다.
그 남자 와이프는 꽤 미인이다.
남자의 눈길이 마음에 안 들었지만, 그냥 참고 넘기기로 했다. 오늘 지나면 안볼 사이다.
“희수야...뭐 마시고 싶은 거 없어? 삼촌이 가져다줄게.”
“음...저는 오렌지 주스...부탁해요! 코코...”
“오케이...오렌지 주스 접수했어요. 누나는?”
“어? 나는 식혜 있으면...”
나는 그녀를 남자와의 대화에서 구해주었다. 은근 슬쩍 남자의 눈치를 보니 내가 얄미운가 보다. 옆에 부인도 있는데 너무 티 나게 작업하는 녀석이 바보스럽다. 아직은 하수인가? 그 부인도 그렇다. 순진한거야, 멍청한거야? 아님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남의 집 가정사까지 내 책임은 아니다. 나는 내 누나만 지키면 된다. 지킬 것도 없겠다.
누나는 그에게 넘어갈 어리석은 여자는 아닌 듯하다.
“저...미경씨는 필요한 거 없나요?”
내가 부드럽고 다정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첫인사를 제외하고 처음 말을 걸은 것이다. 저 남자는 누나에게, 나는 희수조카와 대화를 주로 했다. 물론 내 한쪽 귀는 누나와 저 남자의 대화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녀는 소외된 사람이었다. 내가 갑자기 말을 걸자 조금 놀란 눈치다.
“네? 아무거나...”
그녀는 외모와 달리 주관이 그렇게 뚜렷하거나 고집스럽지 않은 듯하다. 약간은 새침하고 고집 있을 것처럼 보였는데...역시 사람은 외모로 판단하면 안 된다. 내가 자신의 와이프까지 챙기자 약간 고까웠는지 남자가 나를 째려본다.
“장사장님도 뭐 갔다 드릴까요? 남자는 셀프가 좋겠네요...하하! 숙녀 분들은 잠시만 기다리세요. 못난이가 휑하니 다녀오겠습니다.”
남자의 얼굴이 찌그러진다.
나는 일부러 아무도 보지 못할 정도의 빠르기로 손을 살짝 흔들었다.
마스터베이션을 하듯이...
혼자 손으로 즐기라는 듯이...
그녀에게 껄떡거리지 말라는 경고로...
남자가 보았던 못 보았던 상관없다. 내 작전은 모두의 관심, 특히 누나의 관심을 내게 집중하는 것이었다. 저 남자 작업할 때가 없어서 남의 결혼식에 와서 저러나 싶다. 그것도 와이프를 동반해서 작업하는 것도 이상하다. 사이코 부부인가?
덤으로 그 남자 와이프의 관심까지 받게 되었다.
우리 테이블에 있는 세 여자의 시선을 받으며 나는 음료코너로 걸어갔다. 내 몸매와 얼굴이 여자들에게 또 한 뻑 가게 하잖아. 넓은 어깨와 탄탄한 가슴, 왕(王)자는 없지만 불뚝하게 나오지 않은 탄력적인 배, 모델처럼 늘씬한 긴 다리를 뽐내며 성큼성큼 걸어갔다.
얼굴도 연예인 정도는 아니지만 장동건 많이 닮았다고 한다.
누나의 얼굴을 살짝 훔쳐봤다. 나를 보는 눈이 그 남자를 볼 때와는 확실히 틀리다. 동생이지만 또 다른 느낌으로 자랑스러워하는 눈빛이다. 희수는 벌써 내가 좋아졌나보다. 삼촌 최고라는 듯 엄지를 세우고 나를 향해 웃는다. 마지막으로 엉뚱한 작업남의 부인도 나를 야릇한 시선으로 본다.
낯선 여자의 묘한 시선이 또 자극적이다.
“누나...여기 식혜, 그리고 우리 공주님은 주스, 미경씨는 샴페인 어때요?”
“그래. 고...마워.”
“삼촌! 쌩유...”
“아...네! 고마워요.”
세 여자의 각기 다른 반응을 보며 은근히 음심이 발동된다. 첫 번째는 내 아련한 추억 속의 달콤한 여인, 두 번째는 추억을 상기시키는 새콤한 여자 아이, 세 번째는 다른 남자의 여인이다. 임자 있는 여인에게 매력을 느낀 것은 경화 이후에 처음이다. 자형의 친구 부인이니까 엄밀하게 따지면 형수님이라 불러야할지 모른다. 미경씨는 “형수님”보다 “제수씨”가 더 어울린다.
그녀는 젊고 매력적이다.
장석민의 나를 향한 눈은 적의를 가득 담고 있다. 원시 시대쯤이었다면 아마 나를 돌도끼로 찍어 죽였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사냥을 방해한 것도 모자라 자신의 소유물에 눈독을 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세계였다면 아마 그가 먼저 나에게 죽지 않았을까?
예식 후 어색한 그들과 식사는 또 다른 불청객을 맞았다.
오늘의 주인공들이 우리 테이블로 인사를 왔다. 신랑의 회사 사장내외와 사촌누나와 고종사촌인 나에게 차례로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결혼식 날, 그들은 가장 바쁘고 정신없는 사람 중 둘이다.
“대근아...외삼촌, 외숙모들 만나고 가.”
“됐어. 누나 봤으면 됐지. 그쪽 사람들 솔직히 나 별로...”
“삼촌...나도? 희수도 별로야?”
내가 신랑 가족들이 앉은 테이블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희수에게는 외갓집 식구들이다. 자신도 싫으냐고 묻는 그녀의 표정이 너무 앙증맞다. 누나가 없고 둘 만 있었다면 깨물어주고 싶었다. 경화의 딸 때문에 내 변태성이 진화중인지도 모르겠다.
“오~노...우리 희수는 언제든지 환영이야. 언제 연락하면 맛있는 거 사줄게.”
“진짜? 진짜? 삼촌 약속했다. 폰 줘!”
희수가 내 핸드폰을 뺏듯이 가져간다. 그녀의 번호를 누르고 send를 눌렀다. 그녀의 교복 상의 포켓에서 최신 유행곡인지 모를 벨소리가 울린다. 누나는 오랜만에 만난 내가 희수에게 살갑게 구는 것이 좋은지 미소 지었다. 나도 누나에게 웃어주며 희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마치 삼촌이 귀여운 조카에게 하듯이...
“너...삼촌 귀찮게 전화하지 마라. 너 성적표 왜 안 오냐?”
“엄마! 치사하게...이 상황에 성적표 얘기가 왜 나와?”
“누나...됐어. 공부 못해도 착하면 됐지...여기까지 와서 애를 잡고 그래.”
“앗싸...삼촌 최고! 이제 삼촌은 내 베프(베스트 프렌드). 문자 씹으면 알죠?”
내가 희수를 싸고돌며 누나를 탓하자 두 모녀가 정반대로 나를 본다. 누나는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 나에 대한 서운함과 미움의 눈빛이다. 희수는 처음 만난 든든한 아군에 대한 기대감과 호의를 품은 눈빛이다. 중간에 나만 애매한 상황에 처해버렸다. 누구의 편도 들지 말아야 하는데....
“아...배가 아프네. 잠시 화장실 좀....”
나는 어색한 연기를 하며 테이블을 떠났다.
미숙은 대근이 얄밉다. 오랜만에 봐서 너무 좋았다. 아직도 동생에 대한 애틋한 감정들이 남아있음에 놀랐다. 그 놀람보다 동생을 다시 봐서 좋음이 더 컸다. 생기발랄한 딸이 동생과 친근하게 구는 것이 샘난다. 그녀가 동생을 사랑했던 그 시절이 딱 그녀의 딸과 같은 나이였다.
예쁘고 청순한 소녀는 사라지고, 늙고 억척스러워진 아줌마만 남았다.
희수가 동생이 친해지는 것이 기분 나쁜 것이 아니다. 딸 희수를 통해 자신이 여자가 아닌 늙은 아줌마일 뿐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 우울하다. 동생의 눈에서 자신에 대한 감정의 부산물들을 봤다. 약간 떨리고 흥분되었다. 아직도 자신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에 행복했다. 반면 그녀는 동생에게 늙고 볼품없어진 자신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젊고 예쁘고 쾌활한 그 때 그 사랑으로 기억되고 싶다.
“잠시 실례할게요...”
미숙이 잠시 딴 생각하는 중에 미경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이제 일어날 생각인데...”
그녀의 남편 장석민이 그녀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녀는 한쪽 눈을 살짝 감으며 남편에게 윙크한다.
“비밀이에요...”
“갔다가 주차장으로 바로 와. 차 미리 빼야겠어.”
“그래요. 미숙씨 다음에 또 뵐게요.”
“네. 오늘 만나서 반가웠어요.”
“다음에 뵙겠습니다. 제수씨! 희수도 안녕!”
“안녕히 가세요. 아.저.씨.”
미숙과 희수 그리고 석민과 미경은 인사하고 헤어졌다. 미숙과 희수는 대근을 기다렸고, 미경과 석민은 식장을 나간다.
나는 두 모녀에게서 잠시 피신해 화장실에 갔다. 볼 일을 보고 나오는데 흡연실이 보인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 중정이다. 지하 예식장과 지상의 중간 이다. 누나를 그리며 담배를 물었다. 불이 붙였다. 깊이 들어 마신다. 내 입에서 뿜어진 연기가 누나의 형상처럼 보인다. 환상일 뿐이다.
귀엽고 수줍어하던 소년은 사라지고, 욕망덩어리 아저씨만 남았다.
근친상간을 모르던 그 시절 아이는 사라졌다. 누나와 그러면 안 된다는 사회적 통념이 뼈 속까지 새겨진 세속적인 남자만 남았다. 이성들은 그런 마음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누나와 나만을 생각하면 문제없다. 불륜이 아닌 천륜을 어겨서라도 가지고 싶다. 그녀가 내 첫사랑이다. 그러나 그러면 안 된다.
죄 없는 자형과 누나의 아이들이 마음에 걸린다.
어릴 때 한 번 봤지만 누나의 아들 대수의 귀여운 눈망울이 떠오른다. 고3이면 아직은 어리다. 희수는 더 어리고 여릴 것이다. 착하고 예쁜 아이다. 누나의 딸이라서 더 살갑게 느껴진다. 만약 누나와 내가 넘어서는 안 되는 경계선을 다시 넘으면 두 아이에게는 엄청난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신은 나를 시험하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아직도 독신으로 사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자유롭고 싶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나에게는 가족이 없었다. 혼자 사는 것에 익숙해져버렸다. 누구의 간섭도 방해도 없는 자유로운 삶이 좋았다. 사랑이 말라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많은 여자들을 사랑했고 떠나보냈다. 그보다 더 많은 여자들을 하룻밤 탐했다. 떠나간 그녀들에 대한 미련은 없다.
정상적인 애정관을 가진 남자는 아닐지도 모르겠다.
“아주버님”과 “제수씨”라는 근친관계를 스스로에게 강조하며 경화를 탐했다. 그녀는 떠나보내지 못했다. 아니 “노예”라는 어설픈 명목으로 그녀를 옆에 두고 있다. 누나를 만나고 깨달았다. 경화는 진정한 의미의 근친이 아니다. 그녀다. 누나가 내 무의식 속에 남아있던 근친의 시작이었다.
비틀린 내 사랑의 초석이 되어버린 것은 바로 미숙누나였다.
흔히 남자는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여자는 마지막 사랑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남자는 첫 여자에게 100만큼의 사랑을 준다. 사랑이 끝나면 50만큼만 덜어낸다. 두 번째 여자에게는 50의 사랑을 주고 사랑 후엔 25를 덜어낸다. 사랑의 횟수가 쌓이면 쌓일수록 남자는 여자에게 주는 사랑의 용량은 점점 적어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남자에게 첫사랑은 잊지 못할 거대한 것이다.
게다가 남자는 여자보다 순수에 대한 묘한 환상을 진하게 품고 있다. 첫사랑 그녀에 대한 남자의 환상은 죽는 순간까지 깨뜨릴 수 없는 것이다. 각기 다른 방에 남겨진 용량만큼 더 잊지 못하는 것이다. 마음의 방은 그 수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어떤 남자는 평생 하나 만을 가질 수도 있다. 나 같은 남자는 수도 없이 많은 방들을 가진다.
나는 방이 아니라 연립주택이다.
그 마음의 연립주택 기초가 누나였다. 지하실보다 더 깊은 내 마음의 심연에 존재했던 가장 큰 방이 바로 누나의 방이었다. 방을 일부러 폐쇄했는데 그 방이 열리려고 한다. 다시 사랑으로 충만한 방이 열릴지도 모르겠다. 내 이성적 의식이 그 방을 열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그런가 하면 여자는 남자에게 100의 사랑을 주고, 사랑이 끝나면 100의 사랑을 거두어 간다. 두 번째 사랑에도 여자는 100을 주고 100을 회수한다. 그래서 여자는 마지막 사랑을 잊지 못하는 것이다. 누나의 방에 나는 없을지도 모른다. 첫 번째 방에 있던 내게 100을 사랑을 주고 100을 회수했다면, 지금 누나의 방은 자형에 대한 사랑으로 100이 가득할 것이다.
하지만 아니다.
누나의 눈 속에 볼 수 있었다. 그녀는 내게 준 100의 사랑을 회수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 100은 누나의 방에 계속 존재해왔다. 누나는 의식적으로 부정할지도 모르겠다. 누나는 자형을 사랑한 것이 아니다. 내 사랑을 덮어버리기 위한 수단으로 사랑하는 척하고 살았던 것이다.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누나의 아이들이 불쌍하다.
내 추측이 틀렸으면 좋겠다. 자형과 사랑의 결실로 태어난 아이들이 아니라면 두 아이에게 나는 어떤 죄를 지은 것일까? 모르겠다. 누나의 눈빛은 분명 나에 대한 사랑이 남아있었다. 20년이 지난 옛 사랑이다. 그 흔적이 남았을 수도 있다. 여자의 사랑의 방은 하나라고 하지만 누나는 예외일 수도 있다. 누나의 방이 두 개일 수도 있다.
알고 싶다. 누나의 진심을....
누나 생각을 하던 내게 담배냄새 너머 향긋한 여자의 향기가 느껴졌다. 고개를 살짝 돌렸다. 뜻밖의 인물이다. 그녀가 여기에 왜 있는지 알 수 없다. 자형의 친구 장석민의 와이프이며 오늘 처음 본 여인이다. 몇 시간 함께 하면서 좀 친해지기는 했지만, 아직 개인적으로 만나서 얘기할 사이는 아니다.
최미경...
남편과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지 30대 후반으로 보인다. 자형이 나보다 5살 많다. 장석민도 비슷할 것이다. 40대 중반...눈앞에 여자는 적어도 나와 동갑이거나 어려 보인다. 그렇다면 내 짐작대로 나이차이가 많을 것이다. 7살 이상 차이...요즘은 그렇게 큰 나이차이도 아니지만...
그녀가 내게 다가온다.
그녀의 첫인상은 약간은 새침하고 도도한 여자처럼 보였다. 예식장에서 보았던 그녀와 지금 이 여자는 다르다. 내 얼굴을 똑바로 보며 다가오는 그녀의 눈에는 욕망의 불꽃이 타올랐다. 나를 집어 삼키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거대한 거미에게 잡힌 듯 나는 꼼짝할 수 없었다.
그녀에게 묘한 매력이 있었다.
내가 그렇게 허약한 먹이는 아니다. 잠시 엉뚱한 상황에서 그녀를 봐서 당황했고, 그녀의 묘한 이미지에 순간 잠식당했다. 여자에게 약하게 무너지면 왕좆이 나를 버릴 것이다. 그녀의 향기에 자동 반응한 왕좆이 내게 신호를 보냈다.
‘멍청한...저 정도 색기(色氣)에 정신을 빼앗기냐? 나가 뒈져라...’
그것이다. 그녀에게 받은 묘한 매력은 색기(色氣)였다. 일반 여자들에게는 거의 볼 수 없는 것이다. 오랜 기녀 생활을 했던 여인들도 힘들다는 경지였다. 남자를 향한 손짓, 몸짓, 눈짓, 웃음만으로 남자를 녹일 수 있는 묘한 기운이다. 미라가 내게 보내는 기운이 그런 종류와 유사했다. 그녀가 화류계에서 오래 동안 머물며 남자들을 녹였다면 몰라도 이것은 설명이 안 된다.
내가 일순간 그녀의 매력에 빠져버린 것이다. 자세히 보니 그녀는 특별한 몸짓이나 손짓은 없다. 다만 그녀의 눈빛이 달라졌다. 식장 안에서 보던 차분한 눈이 아니다. 약간 들뜨고 흥분한 눈빛이다. 타고난 색녀일지도 모르겠다. 내게 다가오는 그 짧은 순간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여인이다.
“언제?”
“다음 주 목요일...”
내가 물었고 그녀가 답했다. 그녀의 목소리가 떨린다. 눈빛은 더 크게 떨린다. 내가 왜 그렇게 물었는지 나도 모르겠다. 그냥 그렇게 묻고 싶었다.
“몇 시?”
“밤 11시...”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낮아졌다.
“어디?”
“동대문 쇼핑센터 8층...”
시간이 나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장소가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좋아.”
“그럼.”
그녀는 돌아섰다. 하얀색 원피스와 검은 하이힐의 그녀의 뒤태가 나를 흥분시킨다. 경화보다 좀더 볼륨 있는 몸매다. 앉아있을 때는 몰랐다. 그녀의 몸매는 얼굴보다 더 환상적이다. 장난끼가 살짝 발동했다. 돌아서는 미경의 뒤로 다가갔다.
“섹시하게...입어.”
“흡...으음...”
나는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오른손으로 그녀의 왼쪽 둔부를 꽉 움켜쥐었다. 그녀의 입에서 당혹스런 신음이 나온다. 그녀가 고개를 돌린다. 눈이 촉촉하게 젖어있다. 아마 그녀의 음부도 젖었을지 모르겠다.
“어떤? 아...”
“오늘과 같은 의상...”
그날 만날 그녀가 오늘 만난 미라처럼 보이기를 바라는지 모르겠다. 남편과 함께 만났던 그녀 그대로 만나고 싶다. 지금 바로 그녀를 덮치고 싶다. 불가능하다. 그녀에게는 남편이 있다. 둘의 만남은 비밀스러워야 한다. 그것이 더 자극적일 것이다. 내가 유혹한 것이 아니다. 미경이 먼저 다가왔다.
“좋...아...요...”
미경의 대답이 한 글자씩 끊어진다. 내가 그녀의 엉덩이 양쪽을 모두 주물럭거렸기 때문이다. 그녀의 원피스는 몸 굴곡을 모두 드러내는 딱 달라붙는 형태였다. 내 손 너머로 그녀의 육체가 느껴진다. 움찔거리는 항문도 보지물을 쏟고 있을 깊은 보지계곡도 모두 느껴진다. 나는 그녀에게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찰싹...
내 손이 그녀의 엉덩이를 가볍게 때렸다. 그녀가 나를 살짝 노려보며 걸어간다. 나는 미경과 메시지를 주고받고 식장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주차장으로 가는 듯하다.
누나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갈 생각이다. 잠시 전 짜릿한 미경과의 만남은 미숙누나를 보는 순간 잊혀졌다. 누나와 좀더 있고 싶어진다. 그래서는 안 되는데...이성의 힘은 그렇게 강하지 못하다. 작별인사 대신 다른 말이 입에서 튀어 나왔다.
“누나. 지금 돌아갈 거야?”
“어? 지금? 아...니.”
그녀도 나와 헤어짐이 아쉬운 듯하다. 하지만 함께 더 있을 명분이 없다. 그녀는 외갓집 식구들과 함께 해야 한다. 내가 용기를 냈다. 별로 보고 싶은 사람들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과 함께라면 누나와 더 있을 수 있다.
“모두 외삼촌댁으로 가는 거야?”
“아마도...거기서 저녁 먹고...”
“삼촌! 삼촌도 가자. 이렇게 헤어지기 싫은데...”
희수가 내 마음을 읽은 것일까? 조금 전 외갓집 식구들 별로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는데...말을 바꾸는 것이 싫었다. 희수의 애교에 못이기는 척 넘어간다.
“그럴까?”
“그럴래?”
“그러지 뭐. 별 약속도 없고...집에 가도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데...”
사실 거짓말이다.
집에서는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경화와 사랑스런 딸 미영이 기다릴 것이다. 친 딸은 아니다. 하지만 친 딸처럼 사랑한다. 그녀들에게 미안하다. 남자의 방은 너무 많아서 모든 방을 행복하게 만들기가 어렵다.
폐백을 마친 외삼촌과 그 식구들과 함께 이동했다.
낯설다. 그들은 친척임에도 불구하고 내게 낯선 존재들이다. 누나와 희수를 제외하면 반가운 사람은 없을 줄 알았다. 그런 사람이 있었다. 그들은 나와 피를 나눈 친척이 아니다. 두 여인...둘째 외숙모와 막내 외숙모가 그들이다.
이진숙...둘째 외숙모의 이름이다.
둘째 외삼촌이 동국제강의 사장이다. 누나의 남편 박철민이 다니는 회사가 바로 그곳이다. 둘째 외숙모의 나이가 좀 있으면 환갑이다. 할머니가 다 되었다. 아니 사촌동생들이 아이들이 있으니 할머니가 맞다. 아직도 고운 자태를 간직하고 있다. 그녀와 나는 잊지 못할 비밀은 가지고 있다.
박현숙...막내 외숙모의 이름이다.
오늘 결혼한 신랑의 어머니다. 내 어머니와 막내외삼촌은 나이차이가 좀 있었다. 막내외삼촌은 미숙누나보다 8살 많다. 외삼촌도 큰 외할머니의 친 자식은 아니다. 아들이라는 이유로 큰집에서 자랐다. 생모는 외삼촌이 어릴 때 돌아가셨다. 내 외할머니에 이어 세 번째 부인의 소생이다. 첩이라고 해야 하나?
막내 외삼촌과 나는 열 살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막내 외숙모는 나보다 두 살 많은 여자였다. 미숙누나와 그녀는 동갑이다. 그녀가 외삼촌에게 시집 왔을 때 스무 살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귀여운 외숙모였다. 이제 그녀도 미숙누나와 나처럼 나이를 먹었다. 그녀에 대한 아련한 추억도 내 마음의 방 한 칸을 차지하고 있다.
“오랜만이네요. 대근조카.”
막내 외숙모가 먼저 살갑게 인사한다.
“축하드려요. 동생이 먼저 장가가서 배가 좀 아프지만...”
“그런가요?”
막내 외숙모의 표정이 묘하다. 뭐라고 딱 꼬집어서 말할 수 없는 그런 것이다. 나는 다른 식구들과도 차례로 인사를 나눴다. 막내 외삼촌에게 축하인사를 전하고, 큰외삼촌의 식구들부터 둘째 외삼촌 식구들까지 힘든 시간이었다. 막내 외삼촌의 집은 그렇게 큰 편이 아니었다. 시골에서 올라온 큰외삼촌과 외숙모만 그곳에서 자고 가고 나머지는 저녁 식사 후에 모두 헤어질 예정인 것 같다.
방마다 또래들끼리 모여서 시끄럽다.
외삼촌들의 자식들과는 별로 친분이 없다. 유일하게 큰외삼촌의 딸인 미숙누나만이 나와 친했었다. 둘째 외삼촌의 작은 아들은 나와 약간의 인연이 있지만, 세월 때문인지 서먹서먹하다. 막내 외삼촌은 오늘 장가간 아들 하나였다. 막내 외삼촌 집을 가득 채운 식구들은 모두 손님이다.
누나와 형수들은 정신없다. 대가족이 모여 식사를 하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다. 작은 외숙모는 식당에서 먹고 오면 편할 것을 집에서 먹는다고 약간 불평하셨다. 손가락도 까딱하지 않는 위치에 있으면서...그녀의 며느리들이 불쌍하다.
저녁식사는 시끌벅적했다.
외삼촌들은 내 근황이 많이 궁금했었는지 계속 내게 말을 걸어오신다. 나는 대충 화답하며 음식을 들었다. 내 신경은 누나에게 쏠려있었다. 다른 두 여자에게도 가끔 시선이 향한다. 둘째 외숙모는 일부러 내 시선을 피하는 듯했다. 막내 외숙모는 나를 힐끔거리며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녀들과 나는 “누나와 나”처럼 더 얽히면 안 되는 관계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차를 마신 후 일어났다. 누나와 둘만의 시간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누나와 얘기도 별로 나누지 못했다. 아쉽다. 희수는 여전히 내 희망의 등불이 되어주었다.
“삼촌! 우리 태워줄 거지?”
“응? 어...당근이지.”
“아니야...오빠 차로 가면 돼.”
“그 차에 다 타면 비좁잖아. 난 혼자인데...그냥 내 차로 가.”
예식장에서 막내외삼촌댁으로 올 때, 희수와 누나는 내 차로 왔다. 집도 비슷한 방향이다. 누나집이 대치동으로 이사해서 거의 근처다. 이렇게 가까이 산다는 것도 모르고 살았다는 것이 웃긴다. 사촌형이 나를 도와준다.
“미숙아...그냥 대근이 차타고 가.”
“그냥 지하철로 가도 돼.”
그녀가 사촌형의 거절로 변명하듯 지하철을 탄다고 말했다. 그녀도 내심은 나와 함께 가고 싶을 것이다. 희수가 엄마의 마음을 대변해주려는 듯 내 차에 올라탄다.
“엄마! 왜 이렇게 좋은 교통수단을 두고 대중교통을 애용하려고 해.”
“딸! 엄마랑 함께 조용히 가지. 내려라...”
“싫어...엄마 혼자 가. 나는 삼촌 차타고 갈 거야.”
“누나....그냥 내 차로 가자.”
나의 권유에 누나가 마지 못하는 척 수락한다. 나는 조수석 문을 열어 누나를 앉히고 돌아서 모두에게 인사했다.
“즐거웠습니다. 다음에 또 인사드리겠습니다.”
“언제 한가하면 남해 한번 놀러 와라.”
“네...다음 휴가 때 남해 한번 들리겠습니다. 건강하세요.”
“시간 되면 술 한 잔 하자.”
“연락드리겠습니다. 제가 거하게 대접하겠습니다. 외삼촌!”
“작은 형 나도 불러줘요. 오늘 와 줘서 고맙다.”
“함께 보는 것도 좋겠어요.”
큰외삼촌, 둘째 외삼촌, 막내 외삼촌의 인사를 받았다. 외숙모들과의 짧은 인사도 이어졌다.
“건강하고 빨리 장가부터 가라.”
“큰외숙모도 건강하세요.”
“이 사람 술은 안돼. 같이 저녁이나 한번 먹자.”
“둘째 외숙모! 여전히 무섭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오늘 고마웠어. 건강하고 자주 좀 봐.”
“네...막내 외숙모도 잘 지내세요.”
큰외숙모는 장가가라고 저녁 내내 나를 곤란하게 만들었는데 마지막에도 한결같은 인사말이었다. 둘째 외숙모는 여전히 도도하면서 차가운 느낌을 유지하셨다. 막내 외숙모와 인사하는데 그녀가 내 손을 잡았다. 나도 엉겁결에 그 손을 잡았다. 손에 이물질이 느껴진다. 종이 같다.
편지? 메모? 왜?
나는 차키를 찾는 척 호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종이를 숨겼다. 왠지 다른 사람에게 들키면 안 될 듯 했다. 사촌들과 짧으면서 긴 인사를 나누는데 희수가 소리쳤다.
“외할아버지, 작은할아버지, 막내할아버지, 이제 보내주세요. 삼촌! 출발!”
외갓집 식구들과 어색한 인사들을 모두 마치고 차에 올랐다.
누나가 내 옆자리에 앉아있다. 연한 핑크빛 한복이 색깔이 누나와 잘 어울린다. 운전을 하며 누나를 힐끔거리며 봤다. 누나도 가끔 나를 바라봤다. 우리 둘은 눈이 마주치면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운 여인이다. 한복 차림의 그녀 모습은 한 장의 미인도(美人圖)를 보는 듯하다. 누나가 얼굴을 살짝 붉힌다. 내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고개를 돌린다.
누나와 나는 보이지 않는 교감을 나누고 있다.
[안 돼. 그런 눈으로 보지 마. 힘들어.]
[누나. 외면하지 말고 나 좀 봐줘. 나도 힘들어.]
[그만...희수 있어. 그러지 마.]
[누나. 나중에 만날까?]
[안 돼. 난...]
[누나...보고 싶었어...]
그녀와 나는 소리 없는 대화를 나누었다. 둘 모두의 마음에는 둘 모두가 남아있었다. 사랑의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충분한 에너지가 잔류했다. 우리는 몰랐던 것이다. 긴 시간이 지나 이제 추억일 뿐이라고 치부했던 감정들이다. 누나의 눈동자가 촉촉하게 젖었다. 슬픔이다. 내 가슴도 촉촉하게 젖어든다. 애틋함이다.
희수가 나를 부른다.
“삼촌...나 친구들하고 함께 찾아가도 되지?”
“어...응. 그래. 언제든지...”
“너...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을 해도...”
“괜찮아. 누나...조카가 많은 것도 아니고...와! 대신 연락하고...”
“오키. 역시 우리 삼촌은 멋쟁이.”
희수의 방해로 우리의 교감은 거기에서 그쳤다.
누나의 집에 도착했다. 대치동에 위치한 고급 아파트였다. 자형이 둘째 외삼촌 회사에서 꽤 높은 봉급을 받는 모양이다. 희수는 내 팔짱을 끼며 살갑게 군다. 누나에게 정신이 팔려 몰랐지만, 역시 이 꼬마 여우도 성숙한 육체를 지녔다. 엄마인 누나만큼은 아니지만 여자로써 완벽에 가까워지고 있는 육체다. 약간 당황스러웠다. 누나는 또 다 큰 처녀가 망아지처럼 버릇없다고 딸을 나무란다.
희수와 누나의 아파트 현관까지 배웅했다. 희수가 내 팔에 잡고 놓아주지 않았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내려왔다. 누나는 눈으로 다른 말을 했다.
[안 돼. 우리 다시 만나지 말자.]
[누나. 싫어. 연락할게.]
[그만...날 힘들게 해.]
[미안해. 누나가 연락해. 기다릴게. 계속...]
“고마웠어. 운전 조심해.”
“누나. 잘 지내. 희수도 안녕!”
“삼촌...빠이~”
두 모녀를 뒤로 하고 집으로 향했다. 집 근처에 도착했을 때 문자가 왔다.
[삼촌.너무반가웠음.다음주에쳐들어감.좋은꿈꿔요.희수꿈^^)zz~'']
귀엽다.
핸드폰을 확인하기 위해 꺼내던 중에 다른 것도 함께 딸려왔다. 막내외숙모가 준 쪽지 혹은 편지다. 작게 접힌 것이 내용은 얼마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비밀스럽게 준 것일까? 차를 길 한쪽에 주차하고 실내등을 켰다.
[대근...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복잡하다.
내 눈이 커졌다. 막내외숙모의 쪽지는 충격이었다.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녀와 나의 비밀은 오랜 옛일이다. 미숙누나와 일 만큼 큰 비중은 아니다. 돌이켜 보니 그녀를 사랑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내게 두 번째 사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일부러 잊고 살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외갓집 식구들이 나를 피한 것이 아니라 내가 피했던 것이다.
그녀들을 잊기 위해...내가 도망친 것일지도 모른다.
막내 외숙모의 쪽지를 지갑 속 깊은 곳에 감추었다. 누구에게 자랑할 수 없는 내용이다. 그렇다고 짧은 글을 담은 쪽지지만 버릴 수는 없다. 그녀의 향기가 난다. 잊혀졌던 딸기향이 나는 듯하다. 주차장 문을 열고 주차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잊혀졌던 두 여인을 만났고, 새로운 두 여인 때문에 당혹했다.
미숙누나와 막내외숙모가 잊혀졌던 여인이다. 미경과 희수는 내게 또 다른 감흥으로 다가왔다. 희수는 사랑했던 누나의 딸이다. 누나와 관계를 예전처럼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하물며 그 누나의 딸에게 이상한 감정을 품는 것은 죄악이다. 이성은 나를 꾸짖었다. 추억 속 미숙누나와 희수가 동일시되며 겹쳐질 때 왕좆은 나도 모르게 벌떡거렸다.
미경에 대한 생각은 잠시였다. 그녀는 잘 모르는 미지의 여인일 뿐이다. 오늘 내게 다가와 낯설지만 향긋한 향기를 남기고 떠났다. 다음을 기약했지만 확실하지 않다. 그래서 빨리 사라진 향기다. 미숙누나와 희수는 그런 의미에서 오래가는 향기다. 둘 모두에게 느껴버린 나는 나쁜 놈처럼 가슴 속 깊은 곳까지 향기를 음미했다. 그 향기를 감추었다. 아무도 볼 수 없게 숨겼다.
그녀들의 향기를 잃고 싶지 않았다.
막내 외숙모의 쪽지는 또 다르다. 미숙누나와 희수 때문에 그녀의 향기가 희석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 사랑의 방들 중 두 번째 방은 그녀의 공간이었다. 잊고 있었다. 아니 그녀의 행복을 위해 잊었다. 이기적이라고 손가락질해도 어쩔 수 없다. 내가 그녀를 사랑한 방식이다.
경화와 미영이 나를 반겨준다.
최근에 생긴 사랑에 방을 채우는 여자들이다. 두 모녀는 나를 기다린 것이다. 미영에게는 늦은 시간이다. 초등학생이 이 시간까지 안자고 버티는 것은 힘들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다. 외삼촌댁에서 너무 늦게 나왔다. 경화에게는 미리 연락을 했다.
기다리지 말라고...
그러나 그녀는 기다렸다. 다른 여인들의 향기를 느끼다 들어온 것이 미안하다. 그래서 그녀들을 꼭 안아주었다. 미영을 안아서 그녀의 방까지 옮겨주었다. 침대에 눕혀주고 이마에 뽀뽀해주었다.
“잘 자요. 공주님!”
“아빠도...”
그녀는 기다리느라 많이 피곤한 모양이었다. 내가 침대에 눕혀줌과 거의 동시에 잠들었다. 경화는 나와 미영을 보며 행복한 얼굴이다. 미영의 방문을 닫아주고 경화를 살짝 끌어당겨 안았다. 그녀의 허리를 감은 손이 아래로 내려가 엉덩이를 만진다.
“어머...여보...씻고...”
“쭈웁...기다리게 해서 미안...”
“아...으음...괜찮아요. 언제든 기다릴 수 있어요. 떠나지만 말아요.”
“쭈우웁...내가 먼저 당신을 떠나지는 않아.”
“아흑...여보...방으로...”
경화의 뜨거운 숨결이 내 귀 속으로 파고든다. 나는 다른 여인들의 향기를 그녀에게 느끼게 할 수 없다. 사랑의 방들을 꼭꼭 닫고, 경화의 방만을 열었다. 그녀에게만 허락된 내 마음의 공간이다. 그녀에 입술을 찾았다. 그녀의 혀가 내 혀보다 더 빠르다. 그녀가 나를 더 많이 사랑할지도 모른다.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다.
그녀는 약자다. 나를 더 많이 사랑하게 되서 약자가 되었다. 이제는 내가 어떤 요구를 해도 모두 들어주는 내 사랑의 포로가 되어버렸다. 처음 “노예”로 봉사한다는 계약 같은 것들은 사라진지 오래다. 그녀는 노예가 되었다. 내 사라의 노예가 된 것이다. 나도 유희처럼 시작된 그녀와의 관계가 이렇게 깊어질지 몰랐다. 그녀의 딸 미영 때문에 더 깊은 정들이 생겨났다.
가족이 된 것이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딸이 된 것이다. 엄마로서 경화보다 아내로서 경화가 더 사랑스럽다. 아직도 그녀는 나를 위해 스스로를 가꾼다. 딸이 학교에 간 시간 운동하는 것을 거르지 않는다. 그녀의 몸매는 여전히 나를 매혹시킨다. 처음 미영을 데려오기 전에 한달을 함께 살았다. 그 때는 집에서 옷을 입지 않게 했었다. 그녀의 육체만을 탐하던 내게 그녀를 위한 사랑의 방이 하나 열린 시기였다.
지금도 속옷은 입지 않았다.
나는 그녀의 엉덩이를 어루만지며 방으로 향했다. 그녀는 내 목에 팔을 감고 허리에는 다리를 감고 매달린다. 뜨거운 키스는 이어졌다. 깊은 밤 우리 침실에는 열락의 신음소리가 메아리쳤다.
“아흑...아아...여보...”
“쭈웁...으음...좋아?”
“네...더...아...더 깊이...아아...”
나는 그녀의 보지 계곡 깊은 곳으로 왕좆을 넣어주었다. 왕좆은 열심히 맛있는 야식들을 먹듯이 그녀의 계곡수를 밖으로 밀어낸다. 그녀의 계곡은 홍수를 넘어섰다. 내 애무와 왕좆의 짜릿한 움직임에 절정으로 치닫는다. 그녀의 육체는 점점 더 내게 길들여지고 있다. 항상 나를 위해 기다리는 그녀가 더 사랑스럽다.
‘내일은 미영이와 함께 놀이동산에 가야겠다.’
한 주가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중간에 뜨거운 유부녀 최미경을 만났다. 목요일 밤부터 금요일 아침까지 쉬지 않는 그녀의 색욕에 놀랐다. 그녀는 나를 미치게 하는 요부였다. 자신도 모르는 타고난 색(色)녀(女) 그 자체였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일찍 들어갔다. 경화는 어제 내가 외박한 것에 대해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도 알고 있는 것이다. 묵인해 줄뿐이다.
그녀에게 주는 사랑이 변하지 않는다면...나를 구속하려하지 않는다.
현명한 여인일까? 어리석은 여인일까? 내가 그녀의 입장이 아니므로 모르겠다. 미영이와 오랜만에 모두 함께 저녁을 먹었다. 미영의 학교 얘기를 잠시 들어주고 잠자리에 들었다. 어제 너무 무리한 것이다. 보약을 먹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녀는 나를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나도 그녀를 놓치고 싶지 않다.
토요일...
희수에게 전화가 왔다. 반갑게 받았다. 그녀의 엄마 미숙누나의 전화를 더 기다렸지만, 힘든 기다림이다. 그녀는 연락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착한 여자니까. 누나의 가정을 망치는 짓은 하고 싶지 않다. 희수를 의도적으로 피하는 것이 더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그냥 만나기로 했다.
강남에 유명한 패밀리 레스토랑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삼촌! 여기...헤헤..내 친구들. 야! 인사해. 우리 삼촌~”
“어...희수야!”
“안녕하세요.”
희수는 교복을 입고 나타났다. 누나의 딸 희수가 친구들과 함께 내게 인사했다.
“안녕! 희수친구들이군. 반가워! 자...들어가자.”
“삼촌...미안! 얘들이 자꾸 따라와서...괜찮죠?”
“그럼...배고프겠다.”
“엄청 고파.”
나는 희수와 그 친구 셋과 함께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학생들을 인솔하는 선생님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자리에 앉고 재잘거리는 아이들을 대신해서 주문을 했다. 미리 예약을 하지 않았지만 다행이 자리가 있었다. 희수는 무엇이 신나는지 친구들과 수다를 떤다고 정신없다.
요즘 여중생들의 교복 패션에 나는 놀랬다.
지나다니며 가끔 보는 교복이지만 새삼 달라 보였다. 치마는 어떻게 줄였는지 사무직여성들의 스커트와 비슷하게 타이트하다. 상의 셔츠 아래로 그녀들의 발육을 증명하듯 가슴들이 봉긋하다. 귀엽다. 내가 로리콘은 아니지만 젊고 싱그러운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많이 먹어. 모자라면 또 시키고...”
“쩝...얌얌...응! 삼촌..무지하게 맛있어.”
“잘 먹겠습니다.”
두 명은 그냥 보통의 여중생이다. 귀엽고 흔히 볼 수 있는 외모를 가졌다. 희수가 그 중 가장 예뻤다. 남은 한 친구는 말이 거의 없는 아이다. 키가 희수보다 더 크고 가슴도 보통 성인여성보다 더 발달한 아이가 내 시선을 끌었다. 피부도 약간 까무잡잡해서 건강미가 느껴졌다.
“이 친구는 말이 없네?”
“아...쩝...리나는 원래 그래요. 제 베프.”
희수가 대신 대답한다. 부끄러움이 많은지 내가 자신을 지목하자 고개를 숙인다. 희수의 활발한 성격과 대조적인 아이다. 평상복을 입는다면 여대생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성숙함을 가졌다.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식사를 마쳤다. 희수와 친구들은 학원에 가야한다고 식당을 나와 헤어졌다.
누나를 볼 수 없지만 희수를 봐서 좋았다.
희수를 다시 만난 것은 여름이 다가오는 7월 마지막 주였다. 중학생들도 이제 곧 방학을 하는 그 때였다. 요즘은 보충수업이 없어져서 방학은 진짜 방학이다. 미경은 남편의 눈을 피해 종종 내게 연락했다. 그녀의 색기는 날이 갈수록 강해졌다. 가끔은 경화가 걱정할 정도였다. 경화도 약간은 눈치 채고 있었다.
7월 넷째 주 금요일...
시외 빌딩 중 하나를 처분하는 문제로 세무사와 약속을 했다. 약속장소는 잠실에 있는 그의 사무실이다. 나는 운전기사를 두는 것이 귀찮아 손수 운전한다. 다른 약속 때문에 저녁에 만나기로 했다. 계약과 세금문제가 잘 해결되었다. 세무사의 연락을 받았다. 그와 저녁식사 겸 술을 한잔 할 생각이다.
희수를 본 것은 그 사무실 근처 도로변이다.
이달 만에 처음 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못 알아봤다. 그녀가 사복을 입고 머리스타일도 달랐기 때문이다. 그 동안 나도 여러 가지 일로 바빠서 희수의 연락 없음에 별 생각이 없었다. 누나에게 부담주기 싫어 내가 일부러 연락하는 것도 꺼려졌다. 차를 세우고 다시 확인했다.
그녀는 내 첫사랑의 딸 희수가 맞다.
희수의 행동이 좀 수상하다. 약간은 불안한 듯 자리를 계속 맴돌고 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도 하다. 무슨 일인지 궁금하다. 학원과 집도 이쪽은 아니다. 친구를 만날지도 모른다. 그래도 약간 걱정이 된다. 누나에게 전화를 할까 생각도 했다. 그럼 누나까지 걱정을 끼치는 일이 된다. 희수는 15살이다.
한참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소녀다.
그녀에게도 개인적인 프라이버시가 있다.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삼촌이 끼어들기에는 애매하다. 약속시간이 조금 남아서 잠시 그녀를 지켜봤다. 평상복을 입은 그녀는 교복을 입은 모습과 또 다르다. 결혼식장에서 처음 봤던 예쁜 소녀보다는 좀 성숙해 보였다.
‘무슨 일일까? 학원은 쉬는 날인가? 농땡이?’
그 때 30대 후반의 아저씨가 그녀에게 다가간다. 그녀에게 뭐라고 말을 거는 것 같다. 길을 묻는 것인가? 두 사람은 한참을 얘기한다. 지나가는 행인은 아니다. 둘을 지켜보는데 남자와 희수가 건물 옆으로 걸어간다. 희수는 무언가 불안한지 주위를 살피며 남자를 따라간다.
‘설마? 원조? 아니겠지?’
불안하다.
내 사랑스런 조카, 내 첫사랑의 소중한 딸이다. 그녀에게 나쁜 일이 생기면 누나가 슬퍼할 것이다. 나는 차에 비상등을 켜 둔 채로 내렸다. 주정차 위반구역이거나 차가 견인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희수가 잘못된 길로 빠지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두 사람이 사라진 골목 쪽으로 뛰어갔다.
“헉...”
희수가 사라졌다.
세무사 사무실 뒤편 골목은 술집들과 모텔들이 즐비한 곳이었다. 또래의 남자친구와 사라졌다면 그렇게 큰 걱정거리는 아니다. 호기심 많은 10대들이 술과 담배의 유혹에 약한 것은 내 경험에 비춰도 알 수 있다. 하지만 30대 아저씨였다. 거의 나와 비슷한 연배의 늙은이와 이 골목에서 사라졌다.
마음이 조급해진다.
걱정되는 마음에 냉정한 사고를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