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지넷 - 빨간수건 (숙모님 아니 장모님) - 단편 | 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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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친물 빨간수건 (숙모님 아니 장모님) -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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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회 29,963회 작성일

빨간수건 (숙모님 아니 장모님) - 단편

빨간수건 (숙모님 아니 장모님) (영화 시나리오 scenario) (장면(scene)의 전환 및 F.I, F.O, O.L, PAN, E, C.U 등의 시나리오 전문 용어는 읽기도 불편하거니와 이로 인하여 글의 흐름을 중간에 끊어 놓을 것 같아 원본과 달리 이를 과감히 생략 함) (F.I.(fade-in) : 화면이 점차 밝아 옴) (TITLE) (제목) 빨간 수건 - 숙모님 아니 장모님 (소재) 제주시 남제주군 표O면 최O숙 님이 보내주신 소재. (언제)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초겨울 지금의 이맘때 쯤. (어디) 제주도의 수령산 해O치 마을 산 중턱 우거진 숲 속. 밤 9시 경. (인물) 이무순 : 19세. 처녀. 같은 동네 이병호 총각과 사랑하는 사이. 이병호 : 22세. 총각. 산골에서 나고 자란 전형적인 산골 농사꾼. 같은 마을 이무순을 사랑하여 둘은 멀리 도망을 가기로 약속하고 이듬해 결국 둘은 도망을 가서 아무도 모르는 강원도 산골에서 살게 된다. 기타. ◐ 여기는 제주도 한라산 줄기로써 일출로도 유명한 해비치. 그러나 그 유명한 성산 일출봉보다는 지형이 너무 험악하여 일반인들의 접근이 용이하지 않아 덜 알려 있지만 성산 일출봉과 거의 동시에 일출을 볼 수가 있어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산 아래로는 멀리 16번 국도가 아름다운 해안선과 숨바꼭질을 하면서 한라산을 감돌고 꾸불꾸불 끊어 질 듯 끊어 질 듯 아슬아슬하게 이어져 있다. 한라산 국립공원과는 지척이라 아름드리 산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으며 그 울창한 숲 지대를 조금 벗어나면 오른쪽 골짜기 중간쯤 펑퍼짐한 능선에 2-30호의 농가가 사이좋게 이마를 맞대고 촌가를 이루고 있었다. 밤이라고는 하지만 음력으로 열 사흘이라 낮처럼 달빛이 제법 훤하다. 그 마을로부터 조금 벗어 난 숲 속에서는 무순과 병호가 헤어진지 3개월만에 다시 만난다. 이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병호 ▶ (무순의 손을 잡으며 반갑게) 아무런 일없었지 ? 무순 ○ 응. 병호 ▶ 내가 없어진 후에 우리 집는 ? 무순 ○ 응. 몇 번인가 오빠가 어디 갔는지 모르냐고 나에게 묻다가 이젠 아예 아무 말이 없어. 병호 ▶ 그래 ? 무순 ○ 응. 아니 오빠는 집 떠나면서 어디로 간다고 이야기는 하지 그랬어 ? 병호 ▶ 아냐. 그러면 혹시 니 하고 나하고 가는 것처럼 여길까봐 그랬어. 무순 ○ 그건…그래. 병호 ▶ 이제 우리 둘이 살짝 간다해도 아무도 둘이서 함께 갔다고 의심하지 않을 거야. 무순 ○ …그럴까 ? 병호 ▶ 난 작년에 집을 떠갔고 넌 올해 집을 나갈 거니까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지 안 그래 ? 무순 ○ …응… 병호 ▶ 그럼. 무순 ○ 그래도 우리 엄마는 말은 안 해도 오빠하고 그렇고 그렇다는 것을 아마 눈치 챈 거 같은데… 병호 ▶ 정말 ? 무순 ○ 응. 그런데…확실히는 아냐. 병호 ▶ 그래도. 그 말은 누구에게도 입밖에 내서는 안 돼 알았지. 무순 ○ 그래 알았어. 병호 ▶ 만약 우리가 이러는 거 아는 날에 우리 둘은 맞아 죽어. 뼈도 못 추릴 거야. 알았어 ? 무순 ○ (걱정스러운 듯) 그래도…이야기하면 안 될까 ? 병호 ▶ (버럭 역정을 내며) 아니 너 미쳤어 ? 내가 그만큼 이야기했으면 알아들어야지 오죽하면 우리 가 도망을 가려고 하는 거니 응 ? 무순 ○ 난… 몰라. 병호 ▶ 그래 모르면 오빠가 시키는 데로 해 응 ? 무순 ○ …알았어. 병호 ▶ 꼭 이야 응 ? 무순 ○ 알았다니까. (주위를 들러 보며) 그런데 오빠가…오는 거 누가 본 거는 아니지 ? 병호 ▶ 그래. 저기 오정리 까지는 버스 타고 와서 거기서 해가 지길 숨어서 기다렸다가 날씨가 완전히 어두운 후에 그것도 산길로 왔기 때문에 아무도 보지 못했을 거야. 무순 ○ 오빠가 그러고 떠난 지 얼마나 됐지 ? 병호 ▶ 응. 3개월이야 3개월. 무순 ○ 맞아. 그러니까 3개월 맞아. 병호 ▶ 왜 ? 무순 ○ 응. 아무 것도 아냐. 병호 ▶ (안으며) 보고 싶었어. 무순 ○ 나도. 병호 ▶ 많이…말이야. 무순 ○ 그럼. 나도 (더욱 세게 끌어안으며) 이 만큼이나. 무순 ○ 그런데…오빠. 병호 ▶ 응. 무순 ○ 나…아…(망설이며) 있…잖아 ? 병호 ▶ 응. 무순 ○ 나…말이야. 병호 ▶ 왜 에 ? 무순 ○ 응. 나 아…오빠 아기…가졌다…아. 병호 ▶ (깜짝 놀라며) 뭐 ? 뭐라고 ? 그게 정말이야 ? 무순 ○ 응. 오빠가 떠나던 날 밤…아마 그 때였는가 봐… 병호 ▶ (그래도 긴가민가하면서) 그 래 에 ? 무순 ○ 응. 틀림없어. 병호 ▶ 건데… 그 얘길 왜 지금 해 ? 무순 ○ 아냐, 오늘 오빠 만나면 이야기하려고 한 거야. 또 그 동안 오빠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잖아 ? 병호 ▶ 참…그렇지. 무순 ○ 그런데…나…이제 어쩌지… ? 병호 ▶ … 무순 ○ (재촉하며) 오빠…아. 병호 ▶ 응. (겨우 정신을 차린 듯 위로하며) 괜찮아. 걱정하지 마. 그럼 처음보다 계획이 조금 앞당겨 진 것 뿐이야. 무순 ○ 얼마나 ? 병호 ▶ 아니 니가 좋다면 내일이라도 당장. 무순 ○ 뭐 ? 내일이라도 ? 병호 ▶ 응. 무순 ○ 그건 안 돼. 나에게 시간을 좀 줘. 병호 ▶ 그래 얼마나 ? 무순 ○ 응. 한 달이나 두 달…아니, 두 달은 안되겠다. 병호 ▶ 왜 ? 무순 ○ 응. 두 달이면 다섯 달짼데…배가 불러오는 것이 표나지 않을까 ? 병호 ▶ 글쎄… 무순 ○ 그럴 거야. 저기 아랫집 식이 엄마도 임신 5개월 째라고 하는데 벌써 배가 불러 씩씩대며 배를 쑥 내밀고 다리를 벌리고 엉기적거리던데 ? 병호 ▶ 난 그런 거는…자세히 몰라. 무순 ○ 식이 엄마는…얼마나 좋을까 ? 병호 ▶ …왜 ? 무순 ○ 사랑하는 사람의 아기를 가졌는데도 자랑스럽게 말도 하지 못하고…난 이게 뭐야 ? 병호 ▶ …미안해… 무순 ○ 알아. 오빠. 건데…나 우리 엄마한테만…아빠가 아니고 엄마한테만 살짝 이야기하면 안 될까 ? 병호 ▶ 뭐 ? 뭐라고 ? (팔을 내 저으며) 그건 안 돼. 죽어도 안 돼. 무순 ○ (풀이 죽은 음성으로) 그래. 그건…아무래도 안되겠지. 병호 ▶ 그럼. 나하고 너하고 그랬다고 해 봐 우리 둘을 죽이려고 할 걸. 아냐, 만약 엄마 아빠나 동네 사람들이 이걸 아는 날에는 몇 백년간 전해 내려오는 우리 마을 전통대로 우리 둘을 동네 매를 맞고도 방석말이를 당하여 저 아래 골짜기로 내쳐질 것인데 그러면 우리가 무사할 거 같아 응 ? 무순 ○ 정말 ? 병호 ▶ 그럼…우리 아기는…그런데 니 네 집이 더하지 안 그래 ? 무순 ○ 그건 오빠 집에서도 마찬가지잖아 ? 병호 ▶ 그래. 절대 이야기해서는 안 돼. 무순 ○ 언제까지 ? 병호 ▶ 죽을 때까지야… 무순 ○ 누가 죽을 때까지야 ? 병호 ▶ … 무순 ○ 엄마가 ? 병호 ▶ … 무순 ○ 우리가 ? 병호 ▶ … 병호는 뭐라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저 입안에서만 뱅뱅 맴돌 뿐 딱히 뭐라 말을 하지 못하고 우물쭈 물 한다. 이러한 병호의 얼굴을 본 무순도 병호의 맘을 다 아는 듯 말머리를 돌려 일부러 다른 걸 물어보며 웃어 준다. 무순 ○ 내가 준비할 것은 없어 ? 병호 ▶ 없어. 대충은 오빠가 그곳에서 장만을 해 두었어. 무순 ○ 정말 ? 병호 ▶ 응. 그래봐야 뭐…밥 먹는 숟가락 두 개하고 머리에 베는 배게 두 개뿐이지만 말이야. 무순 ○ 그거면 어때. 차차 돈 많이 벌어서 장만하면 되지 뭐. 병호 ▶ 그래. 니가 그렇게 생각해주니 미안하고…너무 고맙다. 무순 ○ 미안하긴…오히려 내가 더 미안해. 오빠. 그런데 우리…집은 주인댁하고 멀어 ? 병호 ▶ 응. 그 집도 화전민이 살던 집인데 주인집하고는 한 20분 거리에 있어. 무순 ○ 우리…집이 좋아 ? 병호 ▶ 뭐 산골에 있는 집이 다 그렇지 뭐…그런데 방은 두 개더라. 무순 ○ 그래. 주인댁이 그걸 사 줬어 ? 병호 ▶ 아니 사고 말고 할 것도 없이 2년째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인데 뭐. 무순 ○ 그래도 돼 ? 병호 ▶ 응. 그러나 박초시댁의 승낙은 받아야 돼. 무순 ○ 왜 ? 병호 ▶ 응. 그 동네에선 박초시가 제일 무서운 사람이거든. 무순 ○ 그래에 ? 병호 ▶ 응. 그 노인네가 성질이 되게 깐깐해서 처음에는 너도 조심을 해야 해. 무순 ○ 응. 알았어. 그런데 왜 박초시야 ? 병호 ▶ 응. 그건 지금 주인어른 아버지 그러니까 아직 살아 계신 할아버지가 옛날에 초시란 벼슬을 했 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데. 무순 ○ 그게 높은 벼슬인가 ? 병호 ▶ 그건 나도 몰라. 무순 ○ 오빠 나…무서워. 병호 ▶ 왜 ? 무순 ○ 응. 나…태어나서 이 골짜기를 한번도 나간 적이 없는데…그 먼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무 서워. 병호 ▶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잖아. 누군 이 산골 밖으로 한번이나 나가 봤니 ? 무순 ○ … 병호 ▶ 나도 말은 안 해서 그렇지 처음에는 얼마나 무서웠는데 그래. 무순 ○ 그랬어 ? 병호 ▶ 그럼. 나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뭍으로…그것도 지척에 있는 부산도 아니고 우리 나라 끝에 있 는 강원도 골짜기까지 갔으니 얼마나 떨리고 무서웠는데 그래. 무순 ○ 지금은 괜찮아 ? 병호 ▶ 그럼. 난…우리 무순이…너만 생각하면…(살며시 안으며) 오빠는 없던 기운까지 다 나고 그래. 무순 ○ 그래도 난…무서워… 병호 ▶ 내가 있잖아 내가. 무순 ○ 그래도. 너무 멀다며 ? 병호 ▶ 응. 강원도 오대산 골짜기야. 그러니까 자세히는 모르지만 우리는 지금 우리나라 제일 남쪽에서 제일 북쪽으로 가는 거야. 무순 ○ 그래도 오빠 집이나 우리 집에서 우릴…찾아오지 못할까 ? 병호 ▶ 그럼. 더군다나 그 깊고 깊은 산골까지 어떻게 찾아오니 응 ? 무순 ○ 그래도 무서워… 병호 ▶ 걱정하지 말어. 그렇지 않아도 산골 초입에 부자 집 머슴자리가 있었는데도 그걸 마다하고 이 오빠가 일부러 산을 두 개나 넘어서 더 깊이 들어가서 구한 집이야. 아무도 찾지 못하게 말이야. 무순 ○ 주인집은 어때 ? 병호 ▶ 응. 논이 한 40마지기가 넘고 밭도 꽤 많아. 무순 ○ 그럼 오빠가 되게 힘들겠다. 병호 ▶ 그래…일이 너무 많아. 무순 ○ 오빠가 힘들어서 어쩌지 ? 병호 ▶ 아냐…내가 새끼 머슴이고 내 위에 나이 많은 아저씨 머슴이 있어. 무순 ○ 그래. 그럼 그 집 안에서 밥하는 사람은 ? 병호 ▶ 응. 그렇지 않아도 주인여자에게 너 이야기했거든. 무순 ○ 응 ? 그래서 ? 병호 ▶ 응. 니가 오면 나이 많은 마령댁은 내보내고 널 쓸 모양이더라. 무순 ○ 그럼 내가 미안해서 어쩌지 ? 병호 ▶ 아냐. 마령댁도 나이가 들어 이젠 집안 일이나 농사일이 힘이 부친다고 작년부터 다른 사람을 구하라고 이야기를 하던 참 이래. 무순 ○ 그럼 나하고 또 누구누구 있어 ? 병호 ▶ 응. 그 마령댁 말고도 안에서 밥하고 일하는 아줌마가 둘이나 있어. 무순 ○ 그럼. 그 집에 남의 식구가 몇이야 응 모두 ? 병호 ▶ 응. 주인집 아들 하나 하고 딸 둘하고 그리고 음…주인마님 내외하고 남자 머슴 둘에다 일하는 여자 셋하고 모두 몇이야 ? 무순 ○ 되게 많네. 병호 ▶ 응, 아 참, 그 집에 할아버지도 있어 ? 무순 ○ 할아버지도 있어 ? 병호 ▶ 응. 니가 가면 그 할아버지 시중은 니가 맡아야 할거야. 무순 ○ 아무려면 어때. 그렇게 해 준 것만도 얼마나 고마워. 병호 ▶ 그러게 말이야. 우리가 같이 살 방도 새로 도배를 하라고 그러셨어. 무순 ○ 누가 ? 병호 ▶ 응. 주인집 마님이. 무순 ○ 그 래 에 ? 주인집 마님은 나이가 몇 살인데 ? 병호 ▶ 응. 본처는 병으로 죽고 재처 자리에 들어 온 여잔데 나이가 아직…확실한 거는 모르지만 되게 젊어. 무순 ○ 고맙기도 해라. 오빠가 잘 보인 모양이지. 병호 ▶ 응. 주인댁이나 마님이 일 잘한다고 날 칭찬하시면서 마음에 들어하셔. 무순 ○ (자랑을 하듯) 하긴…농사일이야 오빠 따라 갈 사람이 어디 있나 뭐. 힘도 우리 동네에서 제일 센데 뭐. 병호 ▶ 너도 가면 그 마님에게 잘 보여야 해 응 알았지 ? 무순 ○ 응. 오빠. 병호 ▶ 응. 무순 ○ 그래도…오빠가 너무 힘들겠다. 병호 ▶ (무순을 다시 힘차게 안으며) 힘들어도 너하고…그리고 (배를 쓸면서) 우리 아기하고만 있으면 돼. 무순 ○ 나도 아기 낳고 나면 무슨 일이던 할 꺼야. 병호 ▶ 그건 나중에…천천히 생각 해. 무순 ○ 그럼 한달 뒤…가만 그러면 며칠이 되지 ? 병호 ▶ 응 .음력으로 시월 초사흘이 돼. 무순 ○ 그래 ? 병호 ▶ 응. 그럼 우리 그 날에 여기서 다시 만나 응 ? 무순 ○ 응. 오빠. 병호 ▶ 너…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무순 ○ 그래. 그런데 나 없어진 거 알면 우리 엄마가 죽으려고 할 건데 어찌하지 ? 병호 ▶ 그러니까 오빠를 따라 가려면 마음을 단단히 고쳐먹어야 한다고 그랬잖아. 무순 ○ 알았…어. 병호 ▶ 우리 그 날 여길 떠나고 나면 아마 다시는…이 곳에 발을 들여놓지 못할 거야 알았어 ? 무순 ○ …(울먹이며) 알아 병호 ▶ 자, 난 가야 해. 무순 ○ 이 밤에…어디서 잘 건데 ? 병호 ▶ 응. 아무도 모르게 다시 이 산을 넘어 가는데 까지 가보다가 안되면 아무 데서나 자고 가지 뭐. 무순 ○ 날씨가 늦가을이라 추운데 감기 들면 어쩌려구 그래. 병호 ▶ 괜찮아. 산골에서 나서 산골에서 자란 놈이 무슨 감기야 감기는. 야 걱정하지 말어. 무순 ○ 그래도…이제 우리 아가…아빠가 될 건데. 병호 ▶ 그래 (배를 쓸어 내리며) 한번 더 만져보자. 무순 ○ 응. 병호 ▶ (배를 톡톡 두드리며) 이 놈아 한 달만 기다려라 이 아빠가 널 데리려 오마. 무순 ○ 오빠…(다짐을 하 듯) 진짜 날 데리려 오는 거지. 병호 ▶ 그럼. 무순 ○ 오빠가 안 오면 난…콱 죽어 버리고 말 거야. 병호 ▶ 아니 얘가 무슨 소리를 하나 그래 ? 쉿∼우리 애기 듣겠다. 임신 중엔 말도 함부로 하지 말고 예쁜 말만 골라 써야 한다잖아 ? 무순 ○ 아∼(미안하게 웃으며) 그래 미안, 미안. 그런데 꼭 오는 거지 응 ? 병호 ▶ 그럼. 꼭 오고 말고 그럼… 무순 ○ 오빠…(새끼손가락을 내밀며) 자. 약속. 병호 ▶ 응. (새끼손가락을 걸며) 자. 나만 믿어. 무순 ○ 응. 그래 (풀이 죽은 목소리로) 오빠…아 병호 ▶ 왜 또 ? 무순 ○ 아니… 병호 ▶ 그래. 무순 ○ 오빠. 나…오빨 사랑 해. 병호 ▶ 나도. 무순 ○ (병호를 더욱 세게 껴안으며) 추워. 안아 줘. 병호 ▶ 그래 춥지 ? 무순 ○ 응. 그런데…그냥 갈…거야 ? 병호 ▶ … 무순 ○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그래. 병호 ▶ 춥고…(배를 만지며) 여기 우리 애기도 있는데… 무순 ○ 괜찮아. 내가 조심을 하면 되. 병호 ▶ 그래 어떻게 ? 아직 가을이라 해도 산골의 겨울은 들판의 겨울보다 한 달 가량 일찍 찾아오는 법이라 모두들 두꺼운 옷들을 꺼내 입었지만 무순은 오늘 병호를 만나려고 가슴과 몸이 착 달라붙는 까만 티를 입고 그 위에 두툼한 엄마 스웨터 덮쳐 입고 나왔다. 또 그 위엔 덕석 (추울 때에 소의 등을 덮어 주는 멍석)까지 뒤집어쓰고 나왔는데 그것은 꼭하니 추워 서 그런 것보다도 나중에 두 사람이 응응을 할 때 깔 자리 대신으로 일부러 쓰고 나온 것이다. 무순은 스웨터 앞섶을 조금 열어 병호의 손을 잡고 이끌어 자신의 가슴에 대개 한다. 까만 티가 가슴을 너무 졸라 브래지어랑 그 위에 겹쳐 입은 민 소매 러닝 까지 도드라져 한 손에 만져 지는데 손바닥 한가운데에 무순의 볼록한 젖꼭지가 닿자 병호의 성기는 갑자기 힘이 들어가면서 벌떡 일어서는 것을 느낀다. 병호는 무순의 몸을 돌려 자기 무릎 위에 앉히고 뒤에서 팔에 힘을 주어 스웨터 밑으로 손을 넣어 가슴 이 터지라고 더욱 세세 끌어안는다. 무순 ○ 아∼ 오빠. 나 너무 숨막혀. 병호 ▶ 응 ? 병호의 두 손은 어느새 그 까만티 마저 걷어올리고 그 밑으로 손을 넣어 무순의 크다란 젖통을 단숨에 움켜진다. 병호의 손아귀도 크고 넓지만 무순의 젖통도 너무 풍만하여 동네 청년들이 젖통을 흔들고 가 는 무순을 보면서 침을 질질 흘리곤 하던 그 유명한 젖통이라 억세고 큼지막한 병호가 잡아도 겨우 젖 무덤만 잡은 꼴이다. 무순 ○ 아이∼ 차가워. 병호 ▶ 그래 미안. 조금만 있으면 돼. (무순은 양반다리를 한 병호의 무릎에 얹어 놓은 엉덩이를 이리저리 비비면서) 그런데 오빠. 내 엉덩이 를 쿡쿡 찌르고 걸리적거리는 게 뭐야 ? 병호 ▶ 응…그건… 무순 ○ 호호호. 나 (엉덩이를 살살 돌려 병호의 성기와 접촉을 하며) 이거…보고 싶다. 병호 ▶ 그래. 보고싶어 ? 무순 ○ 응. 오빠가 가고 난 뒤 3개월 동안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알아 ? 병호 ▶ (병호는 성기에 힘을 주어 무순의 엉덩이를 찌르며) 이게 보고 싶었다는 거야 아니면 내가 보 고 싶었다는 거야 응 ? 어느 쪽이야. 무순 ○ (다시 엉덩이를 비벼서 병호의 성기와 마찰시키면서) 호호호. 이것도 보고 싶었고 오빠도 보고 싶었고…둘 다 보고 싶었어. 병호 ▶ 그래 ? 무순 ○ 응. 오빠는 이제 봤으니 (또 엉덩이를 비비며) 이젠 이게…보고 싶어. 병호 ▶ … 무순 ○ 안 돼 ? 병호 ▶ 당연히 되지. 그런데 여기서 ? 무순 ○ 여기면 어때 ? 병호 ▶ 어떻게 ? 무순 ○ 으 음…애기가 있으니까 내가 위에서…살 살…알아서 할 깨. 병호 ▶ 그래. 그렇게 하는 게 좋겠다. …가만 이 옷은 입고 가야하는데…에이∼아래만 다 벗지 뭐 ? 병호는 말을 마치자 마자 몸을 굽혀 바지와 팬티를 한꺼번에 벗어버리고 일어서자 발기 된 성기가 덜렁 하고 흔들리면서 무순의 눈앞에 다가온다. 무순 ○ 어머. 어머 ∼오빠. 춥지 않겠어 ? 병호 ▶ 괜찮아. 니가 저리 좀 비켜. 내가 눕게. 무순 ○ 응. 알았어. 그런데 엉덩이가 덕석에 닿으면 맨살이라 아플 텐데 어쩌지 ? 병호 ▶ 괜찮아. 무순 ○ 아∼참. 이 빨간 수건을 오빠 엉덩이 밑에 깔아. 병호 ▶ 그럼 나중에는 뭘로 닦고… 무순 ○ 나중에 끝나고 난 뒤 (빨간 수건을 흔들어 보이며) 이걸로 다시 닦으면 되지 뭐. 병호 ▶ 알았어. 무순 ○ 그래 오빠. 엉덩이 좀 들어 봐. 병호 ▶ 응. 무순은 병호가 엉덩이를 들어주자 그 밑에 빨간수건을 펴서 엉덩이 밑에 깊숙히 넣어 깔려고 몸을 낮추 자 하늘을 향해 솟아 있는 병호의 성기가 얼굴에 바짝 닿으려고 하는데 무순은 빨간 수건을 깔다 말고 갑자기 입을 크게 벌려 병호의 성기를 한 입에 덥석 삼켜 버린다. 무순의 따듯한 입 속으로 미끈하고 빨려 들어간 병호의 성기는 더욱 커지면서 사정없이 꿈틀댄다. 병호 ▶ 아∼(두 손으로 무순의 머리를 잡으며) 무순아. 무순 ○ (음음 거리며) 오빠 좋아 ? 병호 ▶ 응. 그런데 살살 해. 3개월 동안 참아서 금방…나올지도 몰라. 무순 ○ (병호의 성기를 입에 문 채) 정말 ? 병호 ▶ 그럼. 얼마나 하고 싶어도…참았는데… 무순 ○ 정말 금방 나올 거 같애 ? 병호 ▶ 응. 그르니까 니가 위에서 처음에는 알아서 살살 해 응 ? 무순 ○ 알았어. 나도 얼마나 하고…싶었는데. 오빤 아마 내 마음 모를 거야. 병호 ▶ 그래 조금만 참으면 우리가…매일 밤마다 마음대로 하자 응 ? 무순 ○ 응. 오빠. 정말 신나겠다. 병호 ▶ 그래. 무순 ○ 자. 오빠. 여기 누워. 병호 ▶ 넌 ? 무순 ○ 응. 난 팬티만 벗고 오빠 위에 앉아 치마로 덮으면 되. 그러면 오빠도 춥지 않고. 병호 ▶ 그래. 어서 해. 추워. 무순 ○ 알았어. 무순을 일어나서 팬티를 벗어 잔디 위에 얌전히 놓고 다리를 벌여 누워있는 병호의 몸 위로 앉으려 하 자 병호는 바닥에 누워 무순의 뽀얀 살찐 허벅지가 서로 만나는 가운데 음부를 둘러싸고 있는 까만 털 이 어둠 속에서도 선명하게 보였다. 그 사이로 스며 나와 음부의 털을 적신 애액이 달빛을 받아 번들거리고 있었다. 병호는 잽싸게 손을 넣어 억세고 넓은 손바닥으로 무순의 음부 덮으면서 움켜 잡았다. 병호 ▶ 무순아. 오빠가 한번 만지자 응 ? 무순 ○ 아니, 아니, 나중에 끝나고 난 뒤 만져 줘. 난 그걸…좋아하잖아. 그랬다. 무순은 격렬한 성교가 끝나고 난 뒤 자신의 뜨거운 음부 속을 쉴 세 없이 드나들어 애액과 정액으로 범 벅이 된 병호의 미끈거리는 성기를 주무럭거리며 만지는 것을 좋아했고 병호는 병호대로 자신의 정액을 받은 무순의 질척거리는 애액을 무순의 음부에 이리저리 발라가면서 주무르고 만지는 것을 좋아했고 무 순도 자신의 음부가 병호의 손길에 의하여 그렇게 만져지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그러다가 무순의 화려한 손놀림에 병호의 성기가 금방 살아나면 둘은 다시 한번 처음 보다 더욱 결렬하 고 더욱 긴시간 동안 사랑을 나눈다. 이러다 둘은 꼴딱 밤을 새는 일도 있었다. 무순은 가랑이를 더욱 벌려서 자신의 음부를 활짝 열어 놓고 오른 손으로 병호의 성기를 잡아 자신의 음문 입구로 인도하면서 성이 난 성기를 흔들며 막대기로 풀죽을 쑤듯 이리저리 돌리면서 음부에 문지 른다.. 병호는 자신의 귀두가 무순의 까칠까칠한 털에 비벼지자 이상한 자극에 몸을 비튼다. 병호 누운채 고개를 들어 아래로 보자 무순의 음부는 있는 대로 쩍 벌려진 상태로 이미 속살까지 드러 내고 움찔거리고 있었다. 무순은 자신을 애태우는지 아니면 병호를 애태우게 하려는지 끄떡거리는 병호의 성기를 얼른 음부 속에 넣지 않고 자신의 음부에 문지르고 찌르고 하면서 눈을 반쯤 감고 입을 벌린 채 이를 즐기고 있었다. 간혹 병호의 성기 귀두를 자신의 갈라진 음문 틈새로 살짝 밀어 넣어 애액을 발라가며 아래위로 문지르 면서 그윽한 그 쾌감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아…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기다리고 애태웠던가. 2년 전 처음으로 병호에게 몸을 준 후로 둘은 시도 때도 없이 만나서 응응을 하여 이젠 두 사람이 결혼 을 하지 않았고 아기만 낳지 안았다 뿐이지 이미 여느 부부가 가지는 잠자리 이상으로 격렬한 몸 나눔 을 가졌고 진정한 살방망이 맛을 아는 무순이로서는 요 3개월 동안 참았던 안타까움과 갈증이 한꺼번에 몰려 와서 하마터면 눈물을 흘릴 뻔했다. 무순 ○ 오빠. 나 정말 많이많이 하고…싶었다. 오빠는 ? 병호 ▶ 나두… 무순 ○ 나∼아. 이제 오빠 없으면 죽을 거 같애. 병호 ▶ 나두…너 없으면 못 살아. 그렇게 서로가 애를 태우는 사이에도 병호의 귀두는 무순의 음부를 덮고 있는 울창한 숲 속을 헤집고 다니다가 드디어 음핵 위에 닿는 듯 싶더니 무순은 훅 하고 숨을 멈춘 후 조심스럽게 아주 살살 귀두를 움직여 음핵을 깔짝거리며 비빈다. 알 콩 같이 딱딱하고 또 부드럽게 도드라진 음핵의 돌기와 까칠까칠한 음부의 털에 시달리던 병호의 성 기는 이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불쑥 성을 내는 것과 동시에 엉덩이를 들어 위로 처 올리자 병호의 굵 직한 성기는 그만 깊고 뜨거운 무순의 음부 속으로 미끈하면서 푹 박혀 버린다 무순 ○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악∼ 오빠. 병호 ▶ 웁∼ 웁∼ 무순 ○ 오빠. 오빠. 가만, 가만, 천천히…천천히 하래며 ? 병호 ▶ 응 이렇게 넣고서 천천히…니 속이 너무∼ 따뜻하다. 무순 ○ 오빠 것도…따뜻해. 너무나 갑작스럽게 자신의 음부 속을 강하게 찌르며 들어 온 병호의 성기가 자궁경부까지 깊숙이 찌르 며 공격을 해오자 무순은 두 손을 병호의 허리를 짚고 자신의 엉덩이를 들어 병호의 공격을 조절한다. 그럴수록 병호도 엉덩이를 더욱 높게 들어 도망가는 무순의 음부를 찾아 더욱 강하게 쑤셔댄다. 무순 ○ 아이∼오빠. 천천히∼나 숨막혀. 응 ? 병호 ▶ (겨우 진정을 하며) 그래. 그러면서도 무순은 자신의 대음순에 힘을 주었다 풀었다 하면서 음부를 벌렁거리면서 병호의 성기를 애 를 태우며 간질이고 있었다. 병호가 떠나고 난 뒤 줄창 오이로만 달래던 무순의 음부는 물컹거리고 따듯하며 단단하고 뜨거운 병호 의 성기를 깊숙이 박아 놓고 그 애타던 갈증을 밤새도록 달래고 싶었지만 병호를 지금 다시 보내야 하 고 자신도 요즘 들어 더욱 감시가 심한 엄마의 눈총 때문에 빨리 집에 돌아가야 한다는 조바심 때문에 자궁경부에 닿아 있는 병호의 성기를 느끼면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허리를 돌리기 시작한다. 마치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아껴 먹는다고 혓바닥으로만 살살 핥아먹는 아이들처럼 온 몸을 전기 줄에 전기가 흐르듯 타고 흐르는 찌릿한 기운을 느끼면서 천천히, 천천히 엉덩이를 돌린다. 병호도 가끔씩 한번쯤은 자신의 성기에 힘을 주어 밑에서 처 올리지만 애기가 있다는데 하는 염려스러 움에 그것도 강하게 찌르지 못하고 살며시 쿡쿡 찌른다. 그럴 때마다 위에서 허리를 돌리던 무순은 고개를 뒤로 젖히고 뜨겁고 거친 입김을 토해내면 까무러치 는 느낌을 받아 갑자기 몸뚱이가 아득히 먼 아래로 떨어지는 것 같아 얼른 두 손으로 병호의 허리를 잡 는다. 무순의 음부는 이제 새빨갛게 달아올라 아기가 옹아리를 하듯 옴지락거리고 오물거리며 계속 애액을 울 컥울컥 토해내어 병호의 성기 두덩은 금새 무순의 애액으로 흥건히 덮혔다. 무순 ○ 오빠, 오빠, 나, 나, 죽어 악, 악, 오빠, 나, 어째 응 ? 아∼좋아 오빠. 병호 ▶ 그래 그래 마음 놓고 싸. 싸버려. 그 동안 참았던 거 다 싸 싸버려. 무순 ○ 응. 오빠도 악, 악, 이윽고 무순은 두 손으로 병호의 허리를 잡고 격렬한 허리 허리운동을 시작한다. 자신의 음부 두덩과 병호의 두덩을 강하게 밀착시킨 채 허리를 사정없이 돌리던 무순은 애기 때문에 하던 조금전의 걱정은 어느새 사라지고 자신도 모르게 디딜방아를 찧듯 아니 목마를 타듯 헐떡거리고 있었고 음부 속 깊숙이 강하게 찔러오는 병호의 성기를 자궁경부로 꾸욱 누르고 마치 맷돌을 돌리듯 짓 누르고 갈아내고 있었다. 무순 ○ 아∼엄마. 나 어쩌면 좋아 아∼ 병호 ▶ 악∼ 무순아 너무 강해. 무순 ○ 오빠 나도… 병호 ▶ 그러면 참지 못하고 금방 나오는 거야 응 ? 무순 ○ 나오면 어때 ? 나도 나오려고 하는데 병호 ▶ 그럼 우리 같이 응 ? 무순 ○ 응. 같이… 무순은 거칠게 엉덩이를 전후 좌우로 흔들며 병호의 성기를 더욱 깊이 유도하고 항문에 닿는 병호의 불 알을 간지럽게 느끼면서 이윽고 절정을 향한다. 무순의 강렬한 공격을 받은 병호의 성기도 이미 한계에 도달해 있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태에 다다 르자 더운 숨이 목까지 차 올라 마지막 힘을 모으고 다리에 힘을 준다. 그리고 자신의 성기를 더욱 부풀어 마침내 사정을 한다. 병호의 성기가 사정을 하느라 자신의 음부 속에서 울컥거리며 더욱 커지는 것을 느낀 무순은 자신도 이 때다 생각하고 팽팽하게 잡았던 끈을 놓자 허리를 감아 도는 뻐근한 괘락에 이어 자궁 깊숙한 곳에서 울컥거리며 애액이 뿜어져 나와 질벽을 적시는 것을 느끼면서 너무나 황홀하고 가슴 벅찬 기쁨에 병호 의 가슴에 쓸어 지면서 그만 정신을 잃고 까부라지고 말았다. 둘은 죽은 듯이 그렇게 있었지만 아직도 무순의 음부 속에 박혀 있는 병호의 성기는 마지막 한 방울의 정액을 다 짜내느라 움찔움찔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7개월이 지난 후. 여기는 강원도 산골. 무순이와 병호가 도망 나와 사는 집. 울창한 나무들이 서로 키 자랑이라도 하듯 마치 병풍을 두른 듯 빽빽이 들어 선 숲 속 앞에 아담한 초 가집 한 채가 보인다. 지게를 진 병호가 급한 걸음으로 마당에 들어서자 방안에서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 갈 듯한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자지러지게 들린다. 병호 ▶ 어 ? 그 사이 아기가… 병호는 지게를 마당에 내팽개치고 신발도 벗지 않고 마루에 올라서서 방문을 벌컥 열어제치면서 무순을 부른다. 병호 ▶ (큰 소리로) 무순아∼ 무순아∼ 그러나 순간. 방안에는 무순이 혼자만 있을 거라고 단정하고 급하게 뛰어 들었던 병호는 방 한가운데 오른쪽 무릎을 세우고 화가 난 듯 독기를 품고 꼿꼿이 앉아있는 낮 선 아줌마를 보고 깜짝 놀란다. 병호 ▶ 어 ? 아니 ? 숙…숙모 님… 숙모 ▷ (방안에서 벌떡 일어서며) 그래. 이 놈아 나다. 니 작은 숙모다. 왜 ? 병호 ▶ 아니 작은 숙모 님이 여길 어떻게 ? 숙모 ▷ 왜 내가 못 올 데를 왔나 응 ? 병호 ▶ …숙모 님…그런 게 아니고… 숙모 ▷ 그런 게 아니면 ? 병호 ▶ 너무나 갑작스런 일이라서… 숙모 ▷ 왜 ? 며칠 전 무순이가 사람을 시켜 연락을 했더라. 병호 ▶ 아니 무순이가 어떻게 ? 숙모 ▷ 그래. 누가 옆에서 아기 낳는 것을 봐 준다고는 했는데 도저히 자신이 없고 겁이 나서 날 부른 거야. 넌 몰랐어 ? 병호 ▶ 예. 그럼…뭘 타고 예까지… 숙모 ▷ 아니 이놈아, 내가 뭘 타고 여기까지 왔던지 그게 무슨 대수야 응 ? 병호 ▶ 숙모님 그게 아니고… 숙모 ▷ 그래 이놈아, 그게 아니면 우리 무순이를 꼬셔서 이렇게 먼 산골짜기까지 끌고 와서…(참았던 울음을 터트리며 손바닥으로 병호의 등을 때리면서) 그래 이게 뭐야 이 놈아, 응 ? 병호 ▶ … 숙모 ▷ 그래 이 놈아, 그 얘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갓난아기를 가리키며) 그래. 자 봐라. 이 놈이 니 자식이다. 딸이야 딸…(또다시 설움에 못 이겨 울먹이며) 그래 이 놈아, 너도 이젠 딸자식을 가졌으니… 딸자식 가진 애미 애비의 마음이 어떤지 너도 어디 한번 당해보거라 이 놈아, (큰 소리를 내면서 운다) 엉, 엉, 엉. 병호 ▶ … 병호는 아기를 낳느라 땀을 얼마나 흘렸던지 배게까지 흠뻑 적신 후 눈을 감고 죽은 듯 누워 있는 아내 무순을 보고 걱정이 되는 듯 숙모님에게 묻는다 병호 ▶ 그런데…무순은 왜 저러고 있어요 ? 숙모 ▷ 응. (울음을 그치며 아내 곁에 누워 있는 핏덩어리 같은 갓난 아가를 가리키며) 이 놈을 낳느라 고 얼마나 용을 썼던지 기운이 다 빠져 실신을 한 건데 금방 정신을 차릴 거야 괜찮아. 무순 ○ (이때 간신히 잠을 깨어 주위를 둘러 본 후 힘없는 목소리로)…오빠…왔어… 병호 ▶ 응 그래. (반가운 목소리로) 이제 정신이 좀 드니 ? 무순아. 무순 ○ 응. 오빠…그런데…우리 아가가 딸…이래…딸… 병호 ▶ 아니, 무슨 소리야, 딸이면 왜 ? 숙모 ▷ 내가 마침 그때 도착을 했기에 망정이지 내가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애기는 물론 어른도 같이 잃어버릴 뻔했잖아. 그래 이런 애를 놔두고 넌 어딜 그렇게 다니는 거야 응 ? 병호 ▶ 그게…다음주나 해산한다고 해서… 숙모 ▷ 그래서 ? 병호 ▶ 그래서 마른 장작을 한 짐 지고 가서 읍내 장에 내다 팔고 미역이나 기저귀감을 장만하여 얼른 다녀온다는 것이 장작이 늦게 팔리는 바람에 그만… 무순 ○ (옆으로 돌아누우며) 아가는 ? 숙모 ▷ 응 (아가를 쳐다보며 사랑스러운 듯이) 금방 잠들었다. 그 놈 울음소리가 얼마나 큰지 산골짜기 다 쩌렁쩌렁 했단다. 무순 ○ …(웃으며) 그랬어…? 숙모 ▷ (휴∼우 하고 장탄식을 하며) 아이고 이놈들아, 그래 앞으로 이일을 어찌할꼬 응 ? 이 일을… 병호 ▶ … 숙모 ▷ (더욱 큰 소리로) 아이고 이 놈들아. 그래 이게 무슨 꼴이야 응 ? 꼴이. 그래도 설마설마 했는 데 니들이 이렇게 질을 저지를 줄을 누가 알았겠어 응 ? 병호 ▶ … 숙모 ▷ (또다시 손바닥으로 철썩 소리가 나도록 병호의 등을 후려치며) 아이고 이놈아, 그래 우리 무순 이 물러내라 응 ? 당장 물러 내. 이 놈아. 병호 ▶ … 숙모 ▷ 그래. 이 첩첩산중 여기까지 대려 와서 이 고생시키려고 그렇게 도망 왔냐 응 ? 이 새끼야. 병호 ▶ …숙모님…죄송합니…다. 숙모 ▷ 죄송하다고 ? 이게 죄송하다고 하면 그냥 끝날 문제야 응 ? 무순 ○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낮은 목소리로 그러나 결연한 의지가 담긴 목소리로) 엄마. 오 빠에게 너무 그르지 마 (울먹이며) 나도 같이 잘못한 거잖아 응 ? 숙모 ▷ … 병호 ▶ … 무순 ○ (울먹이며)…엄마… 병호 ▶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숙모를 바라보면서)…이젠…전 숙모님을…어떻게 불러…올려야 할 지… 숙모 ▷ (갑자기 버럭 역정을 내며) 아니 이놈아, 어떻게 부르긴 뭘 어떻게 불러, 그냥 숙모지 숙모… 병호 ▶ … 무순 ○ (애절한 목소리로)…엄마… 숙모 ▷ 알았어 이것아. 어 휴, 자식이 아니라 웬쑤야 웬쑤. 병호 ▶ … 숙모 ▷ (자포자기를 한 듯 힘없는 목소리로) 그래. 기왕지사 이렇게 되었고…이제 자식까지 생겼으니… 이를 어쩌겠나 (다시 한번 한숨을 쉬며) 그래. 이 사람아. 뭐라고 부르긴…담부턴 장모라고 불러 장모라 고… 무순 ○ …엄마… 병호 ▶ …숙모님… 숙모 ▷ … 병호 ▶ 아니…(머뭇거리다가) 장모님… 산골의 고요한 적막을 깨고 아기의 우렁찬 울음소리는 멀리 멀리 울려 퍼져 나가고 이에 놀란 토끼와 다람쥐도 덩달아 후닥닥 숲 속으로 도망가서 몸을 숨기고 자취를 감춘다. 초가을의 빨간 노을이 무순이의 초가 집 처마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고 무순이네 댓돌엔 처음으로 어른 신발이 하나 더 해서 모두 세 켤레가 놓여 있었고 툇마루 기둥 옆에는 뽀얀 털복숭이로 만든 앙증맞고 예쁜 갓난 아기의 새 신발 한 켤레가 놓여 있었다. F.O.(fade-out) : 화면이 점차 어두워 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