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 - 3부
오후에 한가로워 보이는 사무실…
“유대리님 어때?”
“유대리님? 뭐가?
“은근 순진해 보이면서도 꽤 귀여운 구석이 있는 것 같지 않아?”
“그래? 난 뭐 별로… 내 스타일은 아닌 거 같은데…”
“후후… 너 오버한다… 지금 네 스타일인지 물어본 게 아니잖아… 너 수상해… ㅋㅋ”
갑작스런 송대리의 얘기에 이대리는 가슴속으로 화들짝 놀라면서 말꼬리를 돌렸던 게 이상하게 속 마음을 들켜버린 것 같아서 얼굴이 화끈했다.
송대리는 전에 사귀었던 남자친구와의 이별 이후로 적잖이 마음의 상처가 되었으나 이대리의 입사(입에 사정하는 거 아님^^) 로 인해서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었기에 자신이 두려워했던 시간보다도 훨씬 일찍 상처를 아물 수 있었다.
그래서 더더욱 이대리를 좋아하게 되었고, 짧은 시간에 마음을 터놓는 사이로 발전하면서 항상 함께 붙어 다닐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송대리와 이대리의 캐릭터는 겉으로 보기에는 자존심과 콧대가 상당히 높아보일지 모르지만 사실 순수하고 여린 마음이면서 여성의 감성도 한껏 가지고 있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두 사람은 가끔 함께 소개팅을 나가기도 하였고, 따로 소개팅을 시켜주기도 하였지만 그 상황들이 어떻게 보자면 상대의 보이지 않는 경쟁심에 부담감도 있었고, 서로가 눈치를 보는 상황들도 발생하였기에 누군가에 대한 평가를 혼자서 하기보다는 서로의 묵시적인 동의가 있어야 발전될 수 있는 상당히 까다로운 상황이기도 하였다.
이런 와중에 그녀들에게 아무런 사심이 없이 다가왔던, 사실 다가온 것은 아니지만, 나의 등장은 그녀들에게 마치 젖어들정도 까지는 않을 거라는 가랑비와도 같았던 상황이 되어 버렸다.
서로가 나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송대리가 먼저 나에 대해서 관심의 표명을 은근슬쩍 해 보게 되었고, 이대리는 별로 관심 없다는 듯이 이 상황을 정리해버리려고 한 것이었다.
“유강민… 은근 귀여운 구석이 있단 말야… 후후”
송대리의 혼잣말과 같은 얘기에 이대리는 가슴 한쪽이 찌릿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이대리는 나와 식사를 한 이후로 평소보다 더 말이 없었고, 메신저로 말을 걸어도 길게 진행되지 않는… 조금은 차가운 구석이 보이는 그런 성격인 것 같았었다.
송대리의 그 혼잣말 하나로 인해서 그날은 이대리가 나와 처음으로 메신저를 한 이후로 먼저 말을 건네주었던 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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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유대리님…”
“아… 네에… 이대리님… 안녕하셨어요?”
“점심은 맛있게 하셨어요?”
비록 메신저 상이지만 살갑게 대하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았던 이대리가 오늘따라 유난히 다정한 느낌으로 이모티콘까지 써 가면서 인사를 하는 것을 보곤 나는 괜히 가슴이 콩닥거리기 시작했다.
“아… 네에… 잘 먹고왔습니다… 이대리님은요? 단짝분이랑 같이 드시고 오셨죠?”
“어머.. 어떻게 아셨어요?”
“뭐… 늘 함께 붙어다니셔서 추측한거죠…^^”
“ㅋㅋㅋ”
“참… 근데…어쩐일로…??”
“아니에요… 그냥 인사나 할까? 하고 말 걸었어요^^”
“아…네에… 시간 괜찮으시면 이따 오후에 졸리시거나 나른하실 때 커피한잔 사드릴께요”
“어머… 정말요? 그래주심 감사하죠…”
“그러면 이따가 저한테 메신저로 말 걸어주세요… 그때 상황봐서 나가도록 할께요^^”
“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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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이대리가 나에게 메신저로 말도 걸어주고… 무슨 일인지 궁금하긴 했었으나 별다르게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다.
다만…. 이대리도 은근 사람을 좀 데리고 노는 구석이 있어 보인다는 그런 느낌도 가지긴 했었으나, 이미 별다른 계획을 세우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많은 부분을 보여줄수록 더 짜릿할거라는 생각에 모든걸 있는 대로 받아주려고만 생각하였다.
나는 사실 이대리보다 송대리에게 조금 더 마음이 끌려가고 있었다.
뭐랄까? 이대리보다 송대리가 모든 부분들에서 조금 더 언니같아 보이고, 푸근하고, 여유가 좀 느껴지는 그런 부분에다가 몸매나 얼굴이 이대리와 견주어서 나으면 나았지 부족한 부분들이 크게 느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대리 보다는 약간은 클래머러스한…. 그러면서도 살짝 비치는 보조개가 나를 더 끌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송대리와 같은 스타일보다 이대리와 같은 스타일을.. 아니 이대리를 흠모하는 총각들도 꽤 있는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사실, 얼마 전에는 프로젝트를 모두 취소하고 송대리에게 대쉬를 해 볼까? 하는 생각도 강하게 했었지만, 그러다가 일이 중간에서 잘못되거나 송대리도 잃고, 이대리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 더 여유를 가지면서 어차피 송대리나 이대리 둘 중 한 사람을 내 사람으로 확실히 만들 수 있다는 계획이 있으므로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하였다.
혹시나 거사를 치르기 전에 송대리와 만약 좋은 관계로 잘 진행이라도 된다면 거사는 얼마든지 그만두어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을 해보기도 했었다.
술자리를 핑계로 자리를 만들어서 그녀가 살짝 취한 틈을 타서 어떻게 해 본다는 것은 그저 야설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일들이 아닐까? 만약 일이 잘 된다고 하더라도 쉽게 몸을 준다는 그녀를 어떻게 깊이 신뢰를 할 수 있을까? 등등…. 그저 10만가지 이상의 생각들을 이리저리 해 보면서 나름 행복한 상상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나 요 밑에 은행 좀 다녀올께…”
이대리는 조용히 그냥 자리를 비워도 되는 상황에서 굳이 찔리는 마음에 송대리에게는 은행을 다녀온다는 거짓말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졸리셨나봐요? ㅋㅋㅋ”
나는 이대리에게 괜히 장난을 걸면서 커피痔막?내려온 이대리에게 반가운 인사를 장난으로 대신했다.
“졸려서 그런거 아니에요..후후”
우리는 라떼 두잔을 주문하고 회사 건물 바깥으로 나가서 벤치에 앉았다.
“이대리님과 이렇게 둘이서 커피 마셔 보는 건 회사 들어와서 처음이네요…”
“그렇네요… 유대리님이 워낙 무심하셨죠?”
“하하… 무심했다니요… 워낙 미인 분들이셔서 아무도 접근을 하기가 두려웠던거죠.. 후후”
“이젠 안 두려우신거라는 얘기에요?”
“오호… 이대리님 은근히 잘 놀리시는데요… 하하… 이대리님은 어떤 남자 스타일을 좋아하세요” 제가 보기에는 상당히 핸섬하고, 체격 좋으시고, 모델 같은 남자가 이대리님께 어울리실 것 같아요…”
“하하… 그런 남자… 별로 안 좋아해요”
“에이… 그런 남자 안 좋아하는 여자분들이 어디 있겠어요?”
‘유대리님… 자꾸 제 맘에 들어오려고 하네요…’
이대리는 속마음을 하마터면 말을 할 뻔 하다가 그냥 웃음으로 대답해 버리고 말았다.
“후후…”
자리로 돌아온 이대리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처음이지만 유대리와 함께 나란히 앉아서 커피를 한잔 하면서 자기의 마음도 유대리에게 많이 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괜스레 가슴이 설레이기만 했다.
그러면서도 송대리도 유대리에게 괜히 마음이 있다는 표현을 우회적으로 자기에게 했던 부분이 있어서 묘한 경쟁심도 생기면서 두 사람에게는 이제 서로 말을 하지 못할 비밀의 성에 첫 벽돌을 쌓기 시작하게 된 상황이 되어 버렸다.
자리로 돌아온 나는 괜히 송대리와 이대리를 두고 양다리를 걸치면서 내 마음대로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착각 아닌 착각을 하고 있는 내 자신을 보면서 괜한 미소가 지어졌다.
여기에서 만약 내가 송대리에게 메신저로 인사를 하면서 커피한잔 하자고 하면 할 수도 있겠지만, 두 사람이서 서로 이야기하다가 이 상황을 알아버린다면 나는 완전히 두 사람에게서 보기와는 다른 바람둥이라는 이미지만 더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송대리에게 인사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일에 집중하기로 하였다.
“뭐하세요?”
일에 집중하기로 맘을 먹고도 채 1분이 지나지 않아 메신저로 누군가 말을 걸어왔는데, 송대리였다.
“아…네에… 좀 놀다가 와서 이제 일 좀 하려고 앉았어요.. ㅋㅋㅋ”
“어디 멀리 갔다 오셨었나봐요? 한참 자리비움 이시던데…”
‘어라… 한참 동안 보고 있었단 말인가? 어떻게 둘러대야 하나?’
순간 속으로 당황을 하면서 뭔가 다 알고 있다는 느낌이 괜스레 들면서 거짓말을 할 수가 없을 것 같아서 나는 솔직하게 얘기를 해 버렸다. 사실, 내가 공식적으로 누군가와 사귀기로 한 것도 아니고, 두 사람에게 작업을 거는 것도 아니기에 뭐 일부러 숨길 필요도 없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아까 점심 먹고 이대리와 메신저로 이야기하다가 졸리면 커피 사겠다고 했더니 연락이 왔더라구요… 그래서 내려가서 커피한잔 마시고 왔어요…”
“피이… 나도 좀 껴주지… 졸렸는데…”
메신저로 표현은 이렇게 했었지만, ‘은행’을 다녀온다는 거짓말을 한 이대리에게 약간의 서운함과 자기의 마음을 송대리에게 들키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고 어쩌면 심한 경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그런 예감이 불현듯 스쳐들었다.
하지만 숨기지 않고 솔직하고 당당하게 바로 얘기를 한 유강민을 보면서 아직 둘이 숨길게 있는 사이는 아니었고, 그 솔직함과 당당함에 오히려 호감도가 조금 더 높아져가면서 점점 이 남자에 대한 호기심이 커져만 가고 있었다. 역시 여자에게는 호감보다는 호기심이 훨씬 더 큰 미끼가 되는 셈이었다.
“어… 그래요? 제가 커피 살 테니 내려오실래요? 아니면, 제가 사서 자리로 직접 배달을 시켜드릴께요^^”
“후후… 말씀만 들어도 고마워요… 나중에 저도 졸릴 때 사주세요…”
“그럼요… 언제든지 말씀만 하세요…”
나는 거짓말을 한것도 아닌데 이마에 땀이 맺히는 게 괜히 긴장이 되면서 프로젝트를 위해서 친한 정도만 해 두려고 했던 상황을 괜히 이상하게 판을 틀어버릴까? 싶어서 긴장이 되었다.
나중에 두 사람을 사심 없이 불러내서 저녁을 사는 모양새를 만들더라도 미리 문제를 만들어버리게 된다면 그런 상황이나 모양새가 괜스레 어색하게 될 수도 있겠기에 앞으로는 처신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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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대리는 속으로 이대리의 행동에 약간의 쓴 웃음이 났다.
아까 낮에 자기 스타일이 아니고 어쩌고 하면서 강하게 부정하던게 완전히 믿고 말했던 자기에게도 내숭아닌 내숭을 떨면서 마음을 속였다는 게 조금 서운하기도 했고, 나에 대한 자기의 마음만큼 이대리도 가지고 있다는 걸 자기 혼자만 알고 있다는 것도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은행간 일이 오래 걸렸나보네?”
“응… 오늘 사람이 꽤 많더라구… 그래도 은행이 시원해서 좋긴하다.. ㅋㅋ”
그래도 유대리는 자기에게 그 상황을 말하기도 좀 어려운 입장에서 사실대로 말했는데, 이대리는 끝까지 오리발을 내 밀고 있다는 것을 보면서 이대리에게도 이제 유대리에 자기의 마음을 다 말하지는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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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집으로 일찍 돌아와서 요즘 계속 검색하면서 연구중이던 일본 AV를 보면서 애초에 계획했던 것들 이외에 준비물이 더 뭐가 필요할까? 하면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띵동’
갑자기 핸드폰 문자메시지가 와서 핸드폰을 열어보고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유대리님, 영어학원 수업이 이제 끝났는데, 혹시 어디계세요?’
송대리가 낮에 못했던 차라도 한잔 하자고 내 위치가 어디인지 물어보는 것 같아서 나는 괜히 집이라고 얘기했다가 ‘그냥 다음에 하자’고 할까해서 조금의 여지를 두는 답장을 보냈다.
‘아, 송대리님. 외근나왔다가 이제 일이 끝났네요. 종로인데…’
‘아.. 멀리 계시구나?’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빨리 갈께요. 맥주한잔 하실래요?’
‘빨리 안오면 저 도망갈꺼에요 ㅋㅋ’
‘강남역으로 가면 되죠? 최대한 날아서 갈께요’
‘네에~’
나는 하던 일을 완전히 멈추고 낮에 입고갔던 옷을 다시 꺼내서 입고는 쏜살같이 집을 나서서 택시를 타고 강남역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