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 - 1부
납치세달전쯤,
여자친구가 한동안 없었던 나에게 송대리와 이대리를 회사에서 보는 것이 가끔씩이지만 나에게는 오랫동안 아주 큰 즐거움이었다.
그녀들을 볼 때마다 둘은 항상 함께 붙어 있었고, 점심을 먹으러 가는 시간이나 잠깐 잠깐 업무 중간에 커피를 마시러 요 아래 커피빈을 들를 때에도 그녀들은 항상 붙어 다녔던 것 같았다.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사무실에서 걸어가는 길에 우연히 만났을 때에도 나는 흘끗 흘끗 그녀들의 뒤에 서서 몸매를 감상하기도 하고, 엉덩이 라인을 보면서 음탕한 상상을 하는 것은 기본이었고,
조금 자극적인 옷 매무새를 보는 경우에는 여지없이 그날 밤 혼자서 그녀들을 덮치는 상상을 하면서 자위를 하곤 하였다.
다른 직원에게서 들은 이야기였지만 송대리에게는 남자친구가 있었는데, 남자친구가 갑작스럽게 해외로 나가는 바람에 결혼해서 같이 가니.. 마니 하면서 한창 고민을 하다가 결국 좀 떨어져보고 서로 결정하자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가 마침내 헤어졌다는 그런 얘기를 들었었다.
하지만 이대리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진 얘기들이 없어서 어떤 성격인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었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드러내놓고 말하기는 좀 쪽팔리긴 하였지만 내 친구 녀석 현수를 만나서는 허물없이 털어놓고 별의별 이야기를 하곤 했으며, 현수는 이미 송대리와 이대리에 대해서 내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아닌 자랑을 해서인지? 얼마나 이쁜지 반신반의하면서도 한번 꼭 봤으면 했다.
“현수야… 송대리와 이대리 중에서 둘 다 한번 사귀어보고 그 중에서 괜찮은 애랑 결혼했으면 하는 게 내 소원이다… 아…. 진짜 아깝다… 남주기는… 그렇다고 내가 먹을 수 있음 좋겠지만, 괜히 회사에서 껄떡대다가 소문만 이상해질까봐 그렇기도 하고… 또 둘이 워낙 붙어 다니니 어떻게 접근해볼 틈도 안 생기고…”
“이야… 걍 한번 들이대봐… 두 마리 토끼 다 잡으려다가 한 마리도 못 잡는다… 저녁이라도 한번 하자고 하고 둘이 불러서 저녁 먹으면서 대충 얘기만 들어줘도 어떤 성격들인지 지들이 다 나불나불 불어대지 않겠냐? 좀 띄워주고 하믄…”
“음… 그래 그것도 좋은 생각인 것 같다… 오늘 우리 한번 지대로 마셔보자…”
“야… 힘내라…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계집애 때문에… ㅋㅋㅋ”
그날 현수와는 새벽까지 술을 함께 진탕 마시고 혼자 사는 내 아파트로 와서는 거의 둘이서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일어나지도 못하고 사경을 헤매었던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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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르릉…”
현수와 술자리가 있은 후 몇 주 후가 되어서 아침부터 현수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야… 나한테 기가막힌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잉?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전화를 받자마자 갑작스럽게 로또라도 당첨된 사람마냥 흥분되어서 말을 잇기 시작했다.
“네가 지난번에 맘에 든다는 회사 여직원 있잖아…. 그 두명...”
“어.. .그런데..?”
“나한테 기가 막힌 좋은 생각이 있다고… 그 둘을 어떻게 한번 제대로 품어보는거…”
한동안 그때 일을 잊어버리고 살고 있던 나에게 갑자기 폭풍을 치는 듯한 소리를 하는 녀석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뭔가 가능할 수도 있을만한 아이디어겠거니? 하는 참으로 바보 같은 기대감을 가지면서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였다.
“그러지말고 점심먹으러 나와라… 울 회사로…”
“어 알았어…”
도대체 무슨 아이디어일까? 한참을 궁금하게 생각하면서 현수의 아이디어에 조그마한 기대감이라도 가져보려고 하였다.
점심시간,
미리 회사 앞으로 와 있는 현수와는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면서 간단하게 먹고는 회사 근처 조용한 커피痔막?자리를 옮겨서 현수가 생각하는 시나리오를 한번 들어보았다.
“강민아… 이게 어떻게 보면 좀 엄청나게 큰 범죄가 될 수도 있는건데, 한번 제대로 해 본다면 네가 원하는 그 두 여자를 품에 안아도 보고 그 중에서 맘에 드는 여자를 고를 수도 있고 그럴 것 같다.”
“야… 짜샤… 자꾸 뜸들이지말고 빨리 좀 말해봐…”
“어… 히히… 간단하게 설명할께… 네가 그 두 여자에게 저녁을 산다고 해… 어디 한적하고 괜찮은 고급 식당으로 네가 데리고가서… 그리고 저녁식사 끝날 무렵에 회사나 그녀들의 집이랑은 전혀 반대 방향으로 가야 하는 갑작스런 상황을 만들어… 내가 너한테 전화를 걸어도 좋고… 미리 사인을 하면…”
“그리고…?”
“그러면 너는 그녀들을 데리고 계산을 하고 나오면 마침 가게 앞에 내가 택시 한대를 빌려서 대기를 하고 있는거지… 울 아부지가 개인택시를 하잖냐… ㅋㅋ 넌 그냥 그 택시에 그녀 둘만 태우면 되… 그리고 네가 한 3만원을 나한테 주면서 잘 모셔달라고 하고… .나머지는 팁이라고 해두고… 그럼 나는 기분이 좋아서 미리 준비해둔 시원한 음료수를 그녀들에게 마시라고 건네주는거지… 마시자마자 바로 잠들어버리는 수면제 같은 걸 넣어두고… 잠들면 준비해 둔 아지트로 데려가서 눈 가려놓고 묶어놓고 덮치는거지….”
현수가 나에게 제안한 내용은 가히 충격 그 자체였고, 영화에서나 감히 일어나는 일이고 엄격히 이건 범죄에 해당하는 내용인 만큼 선뜻 좋은 생각이라고 맞장구를 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야… 진짜 이건 완전히 범죄잖아…”
“어… 그렇긴하지… 완전히 범죄인데… 완전범죄로 만들 수 있는 거지”
“네가 머리가 좋다는 건 내가 알았지만, 이런 쪽으로도 머리가 뛰어날 줄은 몰랐다… 하하하”
“어떠냐? 한번 해 볼래?”
“생각좀 해보자… 갑자기 이렇게 얘기만 들은 것 가지고는 뭐라고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좀 겁나긴한다… 좀 더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한번 찾아보자… 나도 좀 더 생각해 볼께…”
현수와는 여기까지의 이야기만 나누고 우리는 각자의 사무실로 돌아갔고, 나는 오후 내내 현수의 이야기로 일에 집중이 되지 않고, 현수가 말했던 그 계획을 어떻게 깔끔하게 만들 수 있을까? 그런 생각들만 하게 되었다.
머리만 자꾸 복잡해져서 나는 송대리와 이대리의 얼굴이라도 보고 나면 좀 다른 생각들이 떠 오를까? 싶어서 아래 층에 있는 마케팅 부서 사무실을 일부러 찾아갔다. 그 자리에 이대리는 잠깐 어딜 갔는지 송대리와 다른 직원들만 자리에 앉아있었고 나는 흘끗 송대리가 앉아서 일하는 모습을 훑어보려고 했었다.
그러자 갑자기 송대리가 내 쪽을 쳐다보더니 웃으며 인사를 하며 말을 걸어주었다.
“김대리님, 오랜만이에요?”
“아…네에… 안녕하셨어요?”
“네에… 누굴 찾으러 오셨어요?”
갑작스런 대화에 나는 적잖이 당황을 하였고, 웃으며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그녀를 보면서 아까 현수가 했던 말들이 생각이 나서, 지금 송대리는 내게 알몸으로 말을 걸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아... 네에… 혹시 다음분기 마케팅 예산 편성에 대해서 좀 확인할 수 있을까? 해서 왔습니다…”
나는 워낙 갑작스런 상황에 말도 안되는 변명거리를 늘어놓으면서 어색할 수 있는 상황을 모면해보려고 했었다.
“아… 그건 다음주나 되어야 확정이 될텐데요… 아시다시피 요즘 예산편성 받기가 정말 힘들 것 같아요..”
웃으면서 얘기해주는 송대리를 보면서 나는 현수가 제안한 그 완전한 범죄에 대해서 나도 모르게 서서히 빠져들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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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대리와 이대리가 있는 마케팅 부서에서 뜻밖에도 송대리와 대화를 나누고 송대리의 웃는 얼굴을 가까이서 보면서 나는 현수의 아이디어를 한번 잘 이용해 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아… 송대리가 사정하면서 매달리면서 내 좃을 빨아준다면 그 기분이 어떨까?’
그저 상상만이라고 하더라도 나는 그 기분의 몽롱함을 어찌할 바 모를 정도로 흥분이 되었고, 현수에게 나도 모르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현수야… 뭐하냐?”
“ㅋㅋㅋ 네놈 전화 기둘리고 있었다… 그래, 결심은 섰냐?”
“야… 우리 걸리면 좃된다는 거 알지?”
“우리 걸리면 걔네들도 좃되는거야… 서로 좃되는데 무슨 좃될일이 있겠냐?”
“한번 제대로 작전 좀 짜보자… 저녁에 어때”
“나한테도 콩고물 좀 줄려나?”
“콩고물 같은 소리좀 작작해라… 네 형수님 되실 분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너하고 의절할 일 있냐? 군침흘리지 마라…”
이렇게 해서 현수와 나는 그녀들을 납치하는데 의기투합을 이루었고, 현수와는 그때부터 어떻게 드라마를 만들 것인지에 대해서 밤낮없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전체적인 틀은 현수가 말했던 아이디어로 하고 세부적으로는 그런 상황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해서 다각도로 그림을 그려보았다.
납치 프로젝트 플랜
1. D-day의 두 달여 동안, 두 여자들에게 내가 조금은 쑥맥이지만 매너 있는 녀석이라는 것을 인식심어주어야 함
2. 두 사람이 서로 친하므로 두 사람에게 영화표라든지, CD와 조그마한 인형이라든지 한번 즈음 선물로 경계심을 풀어야 함
3. 그녀들이 특별히 계획을 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 정보를 캐내기 위해서 MSN등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함
조금 허접하지만 큰 프로젝트를 위해서 이러한 사전 계획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었고, 현수와는 별도로 그날을 위해서 준비를 할 목록을 만들었다.
현수와 내가 준비해야 할 목록
1. 캠코더
2. 디지털 카메라
3. 결박용 밧줄 – 조금 넉넉히
4. 가위 / 칼
5. 청테이프
6. 티셔츠와 남방 두어 벌
7. 노트북
8. 초강력 수면제 – 마시자마자 바로 뻗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것
9. 남성 일반 사이즈 딜도 2개
10. 기타 추가할 부분은 계속 추가할 것
우선 현수와 몇 번의 심도있는 회의 끝에 이 정도로는 최소한 준비를 해야 할 것으로 목록을 만들었으며 나는 송대리와 이대리에게 호감을 어느 정도는 가질 수 있도록 가까이 다가가는데 집중을 하기로 하였다.
다음날 아침,
출근을 하고 간단한 그날의 업무를 준비한 다음 나는 아래와 같이 송대리와 이대리에게 메일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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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송대리님, 이대리님
기획팀 유강민입니다.
저희 팀의 1사분기도 마케팅팀의 적극적인 협조로 좋은 행사들을 기획할 수 있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2사분기 예산 집행에 관련해서 많이 바쁘실 것으로 생각되지만, 시간이 허락하신다면 오늘이나 내일 점심을 제가 두 분, 대리님께 모시고 싶습니다.
일정을 보시고 편한 시간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유강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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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이렇게 대쉬를 해 본 적이 없었던 나에게 어떤 프로젝트는 나에게 용기를 주었고, 진작에 이렇게 접근을 했었으면 지금쯤 아주 가까웠거나, 더 이상 어떻게 찔러볼 수도 없을 상황으로 결판이 나 있었을 테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하기 어려웠으며 현수와 계획한 그 프로젝트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하였다.
이메일을 보내고 한 시간 정도 흘렀을까?
이대리에게 답장이 왔었다.
“안녕하세요 대리님,
송규라 대리가 내일은 외부 행사가 있어서 오늘만 시간이 된다고 하네요. 저는 오늘 근처 친구를 만나기로 약속을 했는데, 제가 내일로 미뤄볼께요. 대신 맛있는 것 사주셔야 해요^^”
송규라대리를 참조로 넣고 이렇게 깜찍한 답장을 줄 것이라고까지는 상상을 못했으나 나는 근처에 꽤 괜찮은 회정식 집을 부리나케 예약을 했고, 답장을 보냈다.
“앗, 이렇게까지 어렵게 시간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사 앞 ‘청솔’이라는 횟집에 예약을 해 두었습니다. 12시까지 오시면 되겠습니다.”
드디어 나는 송대리와 이대리를 둘이서 함께 가까이서 맘껏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에 약간의 긴장감이 들었으며 그녀들과 어떤 이야기들을 나눌까? 그저 혼자만의 계획 아닌 계획들을 해 보게 되었다.
횟집에서 그녀들과 점심을 하면서 나는 내가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그녀들이 자신들이나 서로 상대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해주기를 유도하는 질문들을 많이 던졌다.
“두 분이서 항상 함께 붙어 다니는데, 진짜 사귀시는 것 같아요”
썰렁한 분위기에서 이런 농담들부터 남자친구는 있는지? 사는 곳은 어딘지? 주로 퇴근하고는 뭘 하는지… 등등
점심시간을 통해서 알게 된 그녀들에 대한 간략 프로필을 정리해서 현수에게 보내주었다.
사실 이런걸 현수에게 보내 줄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어차피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하기로 한 마당에 조금의 긴장감과 재미를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송규라 대리는 예전에 남자친구가 있었으나 지금은 싱글이며, 퇴근 후에는 일주일에 3일은 영어학원을 다니고 그 외에는 이수영 대리와 쇼핑을 가거나 영화보러 가거나 특별한 사항은 없는 것 같았다. (나이트클럽을 가거나 뭐 둘이서 소개팅을 하거나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런 얘기는 없더라)
서울에서는 언니와 함께 살고, 언니는 항공사 승무원으로 일을 하고 있다.
이수영 대리,
이수영대리도 현재 남자친구가 없으며, 예전에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없었다. 퇴근 후에는 헬스장을 가끔 가기도하고 유학을 한번 나가보고 싶어서 혼자서 집에서 요즘은 유학준비를 하는 중이기도 함. 하지만 유학을 나가려는 적극적인 의지가 있는 것 같지는 않음.
송대리와 이대리와 함께 마주 앉아서 점심을 먹으면서 나는 사실 회를 거의 먹을 수가 없었다.
그저 그녀들의 가슴 사이즈가 어떤지, 피부는 가까이서 어떤지, 화장은 어떻게 하는지… 그녀들의 손은 어떻게 생겼으며, 둘 다 내가 안았을 때 어떤 표정들을 지을지… .등등에 대한 생각들 밖에 들지가 않았다.
이젠 나도 서서히 병이 깊어만 가는 것 같았다.